인생을 걸고 시작했던 두레학교에서 사람을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만 믿고 의지하며 살겠다는 서원 기도를 드렸을 때, 하나님은 나로 하여금 두레학교를 떠나게 하셨습니다. 그러나 혼자서 외로이 떠나는 것을 애처롭게 여기신 하나님은 선생님 20명과 아이 85명을 붙여 주셨습니다. 그렇게 하시면서 교육의 가나안에 입성할 때까지 나와 우리 밀알두레 가족들을 강한 훈련의 시간을 거치게 하셨습니다.
우리들이 교실로 삼을 건물이 없어 남의 학원 건물과 어린이집, 교회를 빌려가면서 학생들을 모으기 위한 교육 설명회를 해야 했고, 여러 선생님을 채용하기 위한 면접과 아이들 면접은 커피숍이나 학원 건물, 학부모님 사무실 등에서 했으며, 한 겨울에 난방이 안 되는 6평 남짓한 사무실을 임대해서 교무실로 삼아 손을 호호 불어 가면서 개학을 준비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하나님은 20여 명의 선생님에게 무너지고 황폐해져 가는 우리나라 교육을 가슴에 품게 하시고, 새롭게 회복하는 교육 운동을 꿈꾸게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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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두레학교’라고 할 때 ‘밀알’은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 12:24).” 는 말씀에서 따온 것이다. 예수님이 이 세상에 한 알의 밀알로 오셔 서 우리를 위해 대신 십자가를 짊어지시고 죽으심으로 수많은 영혼 이 구원함을 받은 것처럼 우리도 한 알의 작은 밀알이 되어 예수님 이 가신 길을 따라 걸어가자는 뜻으로 희생, 헌신을 뜻하는 말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조상들이 함께 모여 살면서 힘을 모으고 협력을 했던 것에는 늘 ‘두레’라는 말이 들어 있었다. ‘두레박’, ‘두레 길쌈’, ‘두레 품앗이’ 등의 말처럼 조상들이 함께 협력하고 힘을 모은 흔적에 ‘두레’가 들어 있는 것을 보면서 ‘두레’는 상부상조하고 협동하는 공동체라는 의미로 해석하면 좋겠다 싶었다.
그렇게 하고서 ‘밀알두레’를 이어 붙이니 다음과 같은 큰 의미가 만들어졌다. ‘크신 한 알의 밀알로 이 땅에 내려오신 예수님처럼 작은 밀알이 되어 다른 이들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면서 예수님이 살아가신 삶을 뒤따라 살아가려고 애쓰는 이들이 모여 서로 사랑하는 사랑의 공동체’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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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길러낸 아이들이 두 가지를 크게 이룰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첫째, 오래 황폐된 곳들을 다시 세우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시대에 있어서 오래 황폐된 곳들은 어디일까? 사랑이 없이 삭막하게 살아가는 가정과 직장이 될 수도 있고, 교사로부터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고 있는 학생들, 친구들로부터 집단 폭력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따돌림 받으며 무시당하는 아이들이 서 있는 곳일 수도 있고, 상사에게 구박받고 수모를 겪고 있는 부하 직원이 서 있는 곳일 수도 있다. 즉, 사람다움을 잃어버리고 정이 사라진 채 메마른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곳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둘째, 역대의 파괴된 기초를 쌓는 것이다. 역대의 파괴된 기초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대대로 내려오면서 잘못된 관행들, 부정부패, 정의롭지 못한 것, 하나님 아버지가 만드신 원형에서 훼손되거나 파괴된 것들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길러낸 아이들이 오래 황폐된 곳들을 다시 세우고 역대의 파괴된 기초를 쌓게 되니까 세상으로부터 두 가지의 별명이 붙여지게 되는데, 바로 무너진 데를 보수하는 자, 길을 수축하여 거할 곳이 되게 하는 자라고 불리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들은 무너진 곳을 보수하고 길을 수축하여 거할 곳이 되게 한다는 말을 쉽게 해석해서 ‘사람 살만한 세상’, ‘하나님의 나라’라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에서 길러낸 아이들이 이 땅을 하나님의 나라, 살만한 세상으로 만들어 나갈 것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 pp. 237-238
2011년 3월, 밀알두레학교를 시작할 때 하나님은 나에게 이 땅의 교육을 변화시키고 새롭게 하는 교육 운동을 전개하라는 비전을 품게 하셨다. 그래서 죽기 전에 6개 이상 학 교를 세우고 네트워크하여 연합학교로서 함께 교육 운동을 전개해 나가도록 해야겠다고 서원하였고, 이 일들이 잘 이뤄지기를 소망해 오고 있다.
현재 남양주 밀알두레학교, 중국 동관 밀알두레학교, 광주 밀알두레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나는 두레학교부터 남양주 밀알두레학교까지 12년 동안 대안교육 운동을 전개해 왔는데, 내가 언제까지 이 대안교육 운동을 계속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생명이 붙어 있는 날까지는 멈추지 않으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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