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 기술을 가정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흘러버리면 다른 의미를 갖고 재해석되는 게 역사입니다. 하물며 우리의 고대사는 역사 기술의 객관성조차도 갖추지 못한 채 천년 보다 더 긴 세월을 표류하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자료의 부족, 삼국통일이 결과한 승자 중심의 기록,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인구에 회자되며 화자의 의도가 첨삭되며 각색되고 윤색된 삼국의 역사는 그래서 진실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패자의 역사는 그래서 특히 더 조심해서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태양의 제국』은 그런 문제의식 속에서 패망한 백제의 역사를, 방탕 속에 나라를 몰락으로 밀어 넣은 것으로 매도되었던 의자왕을 다루고 있습니다. 때로는 자료가 제한된 역사적 사실들을 추적하면서, 때로는 조각난 역사적 파편들을 엮어가면서 ‘그 때 정말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고민하며 작가의 상상력으로 ‘백제멸망과 일본 탄생의 감추어진 비밀’을 팩션으로 재구성한 역작입니다.
단편적인 사료들을 한 방향으로 세워놓고서 일방적인 관점과 시각을 강요할 수는 없겠지만 소설 『태양의 제국』에서 다시 탄생한 백제는 대륙과 한반도의 서남부와 열도를 아우르는 거대한 해상제국이었습니다. 비운의 의자왕은 여자들의 치마만을 쫓아 다니다 방탕 속에 나라를 멸망시킨 패륜의 제왕이 아니라 대륙회복을 위해 노력했고 열도백제의 아스카(飛鳥)문화를 꽃피게 한 군주였습니다. 백제는 격동하는 동아시아의 정치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정치적 대립과 갈등 속에 멸망에 이르렀지만 그 자취는 아시아 전역에서 문화, 정치 등 모든 분야에서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백제 멸망과 이후 일본 탄생의 비밀을 추적해 나가는 소설 내용은 작가의 상상을 넘어 백제와 일본의 고대사를 다시 한 번 더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역사적 문제의식 외에도 단편적인 역사적 사실들을 엮어낸 작가의 상상력은 실제 있을 수 있었던 백제 말기의 시대적 상황을 흥미롭게 재탄생시킴으로써 백제 말기 칠십 년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백제 멸망의 감추어진 진실은 무엇이었는지, 왜 일본은 허구 속에서 자신을 재창조해야 했었는지, 그리고 혼란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고민은 무엇이었는지 등등…….
『태양의 제국』은 ‘사실’을 추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전적이며, 1,400백 년 전의 ‘허구’를 생생하게 다시 엮어냈다는 측면에서 흥미롭습니다. 잊혀졌던 백제와 잘못알고 있었던 형제국 백제와 일본의 이야기를 다시 찾기 위한 역사여행을 하기엔 충분히 도전적이고 매우 흥미로운 소설입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 현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태양의 제국』은 그 동안 잘못 인식되어왔던 백제 멸망기 칠십 년을 추적하며 백제인들이 꿈꾸었던 세상이 한반도에 국한되었던 것이 아니라 대륙과 열도에 이르기까지 광활했던 해상제국이었음을 차분하게 그려내고 있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했던 로마제국보다 더 웅장했던 백제해상연합제국의 잊혀졌던 참모습을 되찾는 실마리와 길을 보여주는 역작이다. 이 소설이 해양강국 건설을 꿈꾸는 우리 청소년들의 가슴을 뜨겁게 해 줄 원대한 비전의 밑받침이 될 것을 기대해본다.
황규호 (SK해운 대표이사, 한국해양소년단연맹총재)
생생한 역사의 뼈대에 흥미진진한 소설의 살을 붙인 작품이다. 재미에 이끌려 책을 읽다 보면 해상제국 백제, 당시의 대일관계 등 우리가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역사에 눈을 뜨는 덤을 얻게 된다. 특히 백제의 멸망이 주는 교훈은 분단국인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의자왕 개인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백제의 정치세력이 분열되어 있어 패망했다는 사실. 나라 밖의 적 때문이 아니라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정치적 무능으로 인해 패망했다는 사실……. 이렇게 보면 이 책은 우리가 걸어온 과거의 길 만이 아니라 가야 할 미래의 길에도 빛을 보낸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백제 사비도성으로 진군해 들어가는 나당연합군의 발자국 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로 생생하다. 백강전투와 황산벌전투가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는 작품이다. 그 동안 막연하게만 알았던 백제 멸망의 감추어졌던 모습이 사실적으로 잘 구성되고 묘사되어 있는 소설적 재미 외에도 백제 멸망의 진실을 알고자 했던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작품이다. 책을 들고 부여와 일본의 큐슈, 오사카를 방문해 백제의 숨결을 느끼고 싶다.
이병혜 (명지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과 교수)
감추어졌던 백제 멸망과 일본 탄생의 비밀스런 이야기가 팩션의 형식으로 흥미롭게 재구성한 작품이다. 백제 패망의 군주 의자왕이 서명천황으로 일본을 다스렸었고 백제 회복을 위해 수도를 나라에서 큐슈로 옮겨 나당연합군과의 전쟁을 준비했던 여제 제명천황이 의자왕의 아내였다는 소설 내용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도 도전적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일본 천황가가 왜 공주에 있는 백제 무녕왕의 무덤에 와서 천황궁의 법도를 따라 제사를 지내야 하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승남 (국민건강 주치의, 강남 베스트 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