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소개 >
* 감독 : 에밀 쿠스트리차
유고 출신의 감독으로 떠들썩한 집시들의 음악과 축제, 자주 등장하는 동물, 마술주의라는 요소로 특징지어지는 독특한 영화세계를 추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외형과 달리 그의 영화는 내전의 피로 얼룩진 자신의 조국 유고의 역사와 연결되어 있다.
고등학교 시절에 만든 단편으로 일찌감치 재능을 보여 온 에밀 쿠스투리차는 1981년 [돌리벨을 아시나요?]라는 장편영화로 데뷔, 베니스 영화제의 그랑프리를 차지한다. 85년에는 어린이의 눈으로 바라본 유고 사회를 그린 [아빠는 출장중]이라는 작품을 내놓는다. 1989년 유고의 집시들을 내세워 역시 유고의 현실을 바라본 작품 [집시의 시간]을 만든다. 1995년에 만든 [언더그라운드]는 그 영화의 정치적 색깔에 대해서 안팎으로 큰 비판에 직면하였고 그는 결국 은퇴를 선언한다.
하지만 3년 뒤인 1998년 그는 은퇴선언을 번복하고 한층 밝아진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를 가지고 돌아온다. [집시의 시간]을 만든 뒤 10년 뒤에 또다시 집시를 자신의 영화에 내세운 그는 거의 대부분 실제의 집시 출신인 아마추어 배우들을 데리고 밝은 에너지로 충만한 이 영화를 찍어서 감독으로서의 역량이 성숙했다는 찬사를 들었다.
영화 <돌리벨을 아시나요?>라는 데뷔작으로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고, 두 번째 작품인 <아빠는 출장 중>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칸 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등 세계 3대 영화제를 휩쓸고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2회, 감독상을 1회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이 시대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거장 에밀 쿠스트리차.
보스니아 내전을 직접 겪으며 자란 쿠스트리차이지만, 그의 영화에서 전쟁의 어두움은 오히려 시끌벅적한 집시의 삶으로 승화된다. 또한 집시들의 상처는 유쾌한 사건사고들로 감싸 안으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겨주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로 탈바꿈된다. 쿠스트리차가 마라도나의 다큐멘터리를 자신의 차기작으로 선정한 이유도 바로 그것에 있다.
영화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의 장면 속에서 '마라도나'라는 대사를 통해 집시의 자유로운 영혼에 대한 상징을 이야기 한 바 있는 쿠스트리차는, 은유적인 이야기가 아닌 가감 없는 그의 이야기를 담아내기로 한다. 때론 괴팍하고 폭력적이며 자신을 망가뜨리면서 나락에 빠졌던 이 천재 선수의 내면을 솔직하게 카메라에 드러내게 한 것이다. 해야 할 일과 책임을 자주 잊고 지나가는 자유로운 영혼, 하지만 자신의 정치적인 신념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는 당당한 인물인 마라도나. 그의 외면과 내면, 그리고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을 어떤 편견도 없이 카메라에 담아낸다. 칸 영화제에서 이 작품을 "가장 파워풀한 정치 스포츠 영화"라고 평하는 데는 바로 마라도나 그 자체를 그려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감독은 밝힌다.
< 줄거리 >
보스니아 전쟁이 발발한 1992년 세르비아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전쟁 양진영에 속한 두 남녀의 이야기. 2004년 칸느영화제에 선보여 찬반의 평가를 받고 있다.
1992년 보스니아. 세르비아인 엔지니어인 루카는 그의 아내 야드란카와 아들 밀로스를 데리고 외딴 마을로 들어온다. 일에 너무나도 몰두한 루카는 끊임없이 들려오는 포화 소리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른 채 그냥 살아간다. 마침내 갈등이 고조됐을 때 야드란카는 딴 사내와 함께 야반도주하고 전쟁에 나갔던 아들 밀로스는 포로가 되어 버린다. 한편 루카는 세르비아 군대를 위해 한 이슬람 여자 인질을 지키는 일을 하게 되고, 그 순간조차도 가족들이 무사히 돌아올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인질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이 여자 포로는 곧 세르비아 포로인 자신의 아들 밀로스와 교환될 운명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