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희 (candy@yes24.com)
『해일』은 『대지』 의 작가 펄 벅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쓴 이야기이다.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펄 벅 특유의 스케일이 큰 서사의 힘과 전편에 흐르는 "죽음보다 강한 삶"에의 의지가 큰 감동을 준다.
일본의 어느 마을. 키노네는 산 중턱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지야네는 바다에서 고기를 잡으며 살아간다. 키노와 지야는 서로 친하다. 둘은 작은 섬까지 헤엄쳐 가기도 하고, 옷을 모두 벗고 모래사장에 누워 적당히 뜨거운 모래에 등을 달구기도 하며 그렇게 즐겁게 지낸다.
그러나 어느 날 바다에 해일이 일면서 모든 것이 바뀌어버린다. 바닷가에 언제 마을이 있었는지도 모르게, 해일은 마을이 있었다는 흔적조차 삽시간에 그리고 송두리째 없애버린다. 지야는 해일이 마을을 덮치기 전, 혼자 빠져 나와 키노네 집으로 간다. 키노네 식구들은 극진한 정성으로 지야가 슬픔을 극복하고 다시 살 수 있게 돕는다. 마을 밖 성에서 사는 영주가 지야를 양자로 삼고 싶어하지만 지야는 거절하고, 키노네 집에서 살고 싶다고 한다. 훌륭한 청년으로 성장한 지야는 키노의 여동생 세쯔와 결혼하고 이제는 아무도 살려 하지 않는 바닷가에 내려가 다시 삶의 터전을 일군다.
『해일』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이 곳곳에 녹아 있다. 무섭게 불을 뿜어내는 화산을 무서워하며 "우리는 언제나 뭔가를 무서워해야 하나요?" 하고 묻는 키노에게 들려주는 키노 아버지의 대답. "바다는 언제나 거기에 있고, 화산도 언제나 거기에 있어. 언젠가는 폭풍이 일 것이고, 화산도 어느 날 갑자기 불을 뿜을 거야. 우리는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지. 그러나 겁을 집어 먹을 필요는 없다는 거야. '우리는 죽는다. 그게 바다나 화산 때문이든, 아니면 늙어서든, 병들어서든,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지." 그래, 어차피 일어날 일이라면 무서워하고 피하는 것보다는 받아들이고 지금을 즐기는 것이 더 현명한 길일 것이다.
바다와 화산이 곁에 있어서 늘 지진과 해일의 위험을 안고 살 수밖에 없는 일본에 태어난 것이 재수 없는 것 같다고 말하는 키노에게 들려주는 아버지의 말. "위험의 한가운데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아니?" "죽음을 목전에 두고 사니까 우리는 용감하고 강한 거야. 그게 우리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진짜 이유지. 우리는 죽음을 자주 보기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거야. 조금 나중에 죽든, 조금 일찍 죽든, 그게 무슨 상관이니? 용감하게 사는 것, 삶을 사랑하는 것, 아름다운 나무와 산을 보는 것, 물론 바다를 지그시 바라보는 것도 포함되지. 또 일을 즐기는 것, 왜냐하면 일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식량을 생산하거든. 이런 점들 때문에 우리는 오히려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지. 우리는 위험 속에서 살기 때문에 삶을 더 사랑하게 된 거야.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 우리는 삶과 죽음은 서로에게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거든."
바닷가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지야에게 키노는 해일이 다시 오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다.
"해일이 다시 오더라도 괜찮아요. 저는 대비를 하고 있어요. 저는 그것과 맞설 것입니다. 저는 두렵지 않아요."
키노 아버지와 지야를 통해 흘러나오는 삶에 대한 잠언이 하루하루가 힘들고 고단한 마음에 위로가 된다. 초등학교 고학년을 위해 출간되었다지만 성인들에게 더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