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단 ‘인생운동’을 찾는 게 관건이다. 건강식품도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것이 다 다르듯이, 운동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건 자기만이 찾을 수 있다...(중략) 남에게 좋다고 나에게까지 좋다는 법은 없다. 또 아무리 좋은 운동이면 뭐하겠는가. 흥미가 없거나 생활의 호흡과 맞지 않아서 지속적으로 할 수 없다.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해야 할 텐데’란 의무감으로는 지속할 수 없다. 나에게 재미가 느껴져서 자꾸 하고 싶어져야 한다. 그러려면 나에게 뭐가 맞는지, 내가 무엇을 재미있어 하는지 알아야 한다 ---「춤으로 글까지 쓰게 되다니」중에서
그간 운동을 안 해본 건 아니다. 헬스클럽이나 수영, 달리기, 배드민턴 같은 것은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추위에 약해서 몸에 물 묻히는 건 딱 질색이고, 구기 종목은 젬병이다. 한의사도 격한 운동은 말렸다. 그저 빠르게 걷는 정도가 적당하단다. (내 발로 찾아간 댄스학원, 23쪽)
통증을 풀어보려고 혼자서 어깨를 돌리고 체조를 해보기도 했지만 잘 낫지 않았다. 그게 하루이틀의 문제던가. 게다가 바쁘던 그 시절에 체조로 긴 시간을 쓸 수도 없었다. 부황을 붙여 사혈을 해보기도 했다. 초기에는 한 번 어혈을 뽑고 나면 한 달은 괜찮았다. 하지만 몇 달 후부터는 그마저 듣지 않았다. 몇 년 후에는 6개월 이상 한의원에 다녔다. 침을 맞으면서 꽤 완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거수경례 동작은 잘 되지 않았다. 그러다 춤을 배우니 억지로라도 어깨를 펴는 동작을 하게 되었다. ---「유리 멘탈이 아니라 유리 보디인 거 같아!」중에서
부드럽게 곡선으로 움직이는 룸바를 배우면서, 고질병인 오십견이 해결되기 시작했다. 양팔을 옆으로 펴서 부드럽게 움직이고 골반을 8자처럼 꿈틀꿈틀 돌리면서 옆으로 걷는 사이드스텝을 연습하자 10년 동안 굳어 있던 어깨가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처음에는 허리와 함께 팔을 움직이자 굳어 있던 어깨가 아프고 동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런데 몇 주 반복하자 우두둑 소리가 나면서 조금씩 어깨가 풀리기 시작했다. 여태껏 나는 어깨가 아프면 어깨만 움직여 풀려고 했는데, 어깨는 옆구리, 척추, 골반 등과 다 연결되어 있었고 그것들이 함께 움직여야만 해결되는 것임을 깨달았다. 몸통 전체가 굳어 있는데 어깨 부위만 열심히 주무르고 돌리고 찜질한다고 해결되겠는가. ---「룸바, 끈적끈적 관능적인 사랑의 춤」중에서
‘살기 위해서’ 운동 삼아 시작한 댄스스포츠를 5년을 하고 나니 몸이 변했다. 가장 먼저 바뀐 것은 무릎과 등허리였다. 40대 중반부터 툭하면 시큰거렸던 무릎관절염을 친구들은 꽤 걱정했다. 한 친구는 “너 이거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늙어 죽을 때까지 고생할 거야”라며 진지하게 말했다. 나도 안다. 50대부터 무릎관절염으로 고생한 엄마의 딸이니 나도 그렇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무릎 걱정은 사라졌다. 춤을 춘 이후 한 번도 무릎관절염이 재발하지 않았다. 심지어 격하게 계속 뛰는 탭댄스와 무릎을 구부린 채 걸어야 하는 탱고를 추면서도 무릎은 무사했다. ---「댄스스포츠 5년의 대차대조표」중에서
(남편이 뇌졸중으로 투병하는 동안) 24시간 간병인 신세라 체조는커녕 밤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계속 부축이 필요했고 어디서 넘어질지 무엇을 떨어뜨려 다칠지 매 순간 살얼음판 걷는 것 같았다...(중략) 어느 날 은평구 사는 남편 친구가 문병을 오겠다고 해서 “저, 죄송한데 제가 외출하는 시간에 와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어보았다. 그리고는 “매주 일요일, 딱 한 시간만 운동도 하고 시장도 보고 오려고요.”라고 염치불구하고 부탁했다. 그는 정말 고맙게도 매주 바쁜 시간을 내어 와주었고, 그 덕분에 댄스스포츠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다. 9개월 동안 그게 유일한 숨구멍이었다. ---「새로운 운동이 절실히 필요했다」중에서
댄스스포츠를 배우기 시작할 무렵, 무려 10종목이나 된다는 말에 놀라서 “이걸 언제 다 배워요? ”라며 입을 떡 벌렸다. 선생님은 ‘언제’가 뭐 그리 중요하냐는 표정으로 “춤 배우는 건 등산과 같아요. 포기하지 않으면 누구나 끝까지 올라갈 수 있어요”라고 했다. 단지 얼마나 걸리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란다. 득도의 경지에 오른 현답이다. ---「왈츠가 이렇게 야한 춤이었나?」중에서
설명해주고 싶었다. 춤을 업으로 삼은 ‘업계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순수 비전문가의 설명, ‘느낌적인 느낌’으로 쓰인 감성적인 서술이 아니라 일상적이며 실용적이고 객관적인 설명 말이다. 호기심 덕분에 이것저것 ‘직접 배워 본’ 사람으로서, 각각의 춤 배우기의 경험을 객관적인 언어로 설명하고 싶었다...(중략)
눈으로 보는 것과 몸으로 해보는 것은 정말 다르다. 하나도 힘들지 않은 표정으로 우아하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발레가, 실제로는 죽을힘을 다해 뼈와 근육을 잡아당기고 비틀어야만 그런 자세와 움직임이 나오는 춤이란 걸 사람들은 잘 모른다. 남녀가 아주 매너 있게 움직이는 듯 보이는 왈츠가, 경망스럽게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차차차와 룸바보다 훨씬 신체접촉이 많은 ‘야한’ 춤이라는 것도, 막상 추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춤으로 글까지 쓰게 되다니」중에서
다른 회원들은 모두 배를 드러내놓고 있었지만 그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보름쯤 지나자 배를 드러내고 싶어졌다. 선생님의 설명이 이런 식이었기 때문이다. “자, 보세요. 이 동작은 골반이 오른쪽 왼쪽으로 중심 이동을 합니다. 배꼽이 중심에서 벗어나 있죠? 그것에 비해서 아까 했던 동작은 배꼽이 중심을 벗어나지 않아요. 골반을 옆으로 쳤지만 배꼽의 위치는 그대로죠? 그게 차이예요.” 혹은 “골반을 더 많이 비틀고 위로 많이 올려야 해요. 옆구리의 살이 이만큼씩 주름 잡혔다 풀어졌다 해야 합니다.” 설명이 이러니, 나도 내 몸의 움직임을 눈으로 확인해야 정확한 동작을 하는지 알 수 있는 거였다. 결국 어느 날, 티셔츠의 아랫부분을 속으로 접어 올려 배꼽을 드러내고야 말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인터넷쇼핑 사이트에서 ‘크롭티(배꼽티)’, ‘벨리복 상의’ 같은 검색어를 치고 있었다. ---「벨리댄스, 꼭 그렇게 벗어야 하나요?」중에서
무게감이야말로 플라멩코의 정체성처럼 느껴졌다. 가벼운 튀튀를 입고 위로 도약을 하는 발레와는 전혀 다르다. 연약한 듯 몸을 휘청거리지도 않는다. 여성의 춤일지라도 청순가련 따위와는 완전히 절연한 듯한 느낌이다. 땅에서 무언가 잡아당기는 것처럼 중량감 있게 움직이고, 손을 뻗고 손목을 꺾을 때조차 힘차고 묵직하게 움직인다. 플라멩코의 카리스마는 이 무게에서 나오는 듯하다. 여성 춤꾼의 몸짓이 이처럼 묵직하고 절도 있고 카리스마 있기도 쉽지 않다. 플라멩코는 새로운 세계였다.
---「구두도 치마도 묵직한 카리스마」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