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 노동 개혁, 연금 개혁, 기후 변화와 에너지 전환 모두가 더 이상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되는 절체절명의 과제들입니다. 그러나 말만 번지르르하게 할 뿐 임기 5년 지나면 그냥 넘어가버리고 마는 정권이 반복해서 나타나고 있는 이런 정치, 지체와 정체만 거듭하는 정치가 청년들이 미래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서 있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어요. 저의 근본적 문제의식은 정치가 청년들의 발목을 잡고, 미래의 훼방꾼이 되는 현실에 대한 자기반성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21세기 버전의 경부고속도로는 어떤 것일지, 제2의 초고속 인터넷망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이 시대의 혁신 고속도로는 무엇일지를 늘 심각하게 고민하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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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충당부채 1,500조 원과, 추계에 안 잡히는 사학연금을 제외한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충당부채 1,000조 원을 합친 2,50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손실액은 결국 세수로 충당해 보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지금은 다들 쉬쉬하고만 있어요. 표 떨어진다고요. 저는 야당인 국민의힘에서 먼저 연금 개혁 이야기를 꺼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야당도 합의해줄 테니 국가공동체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연금 개혁에 나서자는 제안을 정부여당에 내놓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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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해볼 만한 몇 가지 해법들을 찾아보면, 오히려 고급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게 답이라는 견해도 있죠. 주거의 상향 욕구는 인간의 기본적 욕망이므로, 기존에 괜찮은 주택에 살던 사람들이 더 나은 고급주택의 공급과 함께 주거를 옮겨가면 이를 계기로 주택의 연쇄적 상향이동이 촉발된다는 거예요. 그러면 종전의 노후주택들은 재건축과 재개발을 거치며 더 나은 주거환경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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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들은 사회적 주택이 전체 주택의 20~30%가량 차지합니다. 그래서 저는 내 집 마련은 쉽게끔 만들어주되, 굳이 자기 집을 장만하지 않으려는 국민들의 주거권도 다양한 방식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봐요. 이를테면 처음으로 사회에 진출한 20대들이 부모로부터 독립하기를 바란다면 그들에게 8평짜리 초소형 임대주택이라도 공급해줘야만 합니다. 30대도 마찬가지예요. 아이 낳고도 살 수 있을 정도의 괜찮은 집들이 임대주택으로 제공되어야지요. 내 집 갖지 않고 장기보장이 되는 임대주택에 살고 싶어 한다면 그 여망을 사회가 충족시켜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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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전문대학원 체제를 도입했으면 합니다. 다른 전문직 분야에서의 고등교육과정 개혁 사례를 보면 법학전문대학원과, 지금은 의대로 대부분 회귀하기는 했으나 의학전문대학원도 도입됐습니다. 다양한 학부 전공자들이 전문직 커리어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서 다양성과 전문성을 높이자는 취지죠. 이렇게 본다면 현행 사범대학 체제를 교육전문대학원 체제로 개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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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재정 규모가 무려 558조 원입니다. 여기서 1조 원만 가져오면 국공립대학 전체를 무료 의무교육기관으로 바꿀 수가 있어요. 그런데도 돈이 없어서 이걸 못 한다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문제는 돈이 아니라 위정자들의 정치적 결단과 의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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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착한 소비, 개념소비를 탑재한 사람들의 선도적 행동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선도적 행동이 결국 정치권, 정부가 나서는 제도적 변화를 통해 전체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거든요. 우리 학생운동하고 데모할 때 쓰는 ‘선도투(先導鬪)’라는 말 있잖습니까? 다들 망설일 때 앞장서 나서는 투쟁을 이야기하는 건데, 여기에 ‘착할 선(善)’ 자를 써서 선도투, 착한 사람들이 앞장서는 선도투로 바꿔서 주목해봐야 합니다. 이게 허영이든 노블레스 오블리주든 그 행동의 결과로 이미 다양한 생협들이 생겨서 생산자들도 많이 변화하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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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고도로 중앙집권화되어 운영되어 온 국가가 하루아침에 지방분권국가로 변모되기는 어려우므로, 준비가 더 많이 되었거나, 여건이 더 나은 지방부터 점진적으로 지방분권의 정도와 속도를 달리 진전시켜나가는 비대칭분권, 즉 모든 지방이 똑같은 정도의 자율성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여건에 따라 분권의 정도를 달리하는 비대칭분권 방식도 우리 현실에서는 일리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영국도 잉글랜드와 연합왕국을 이루는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의 분권의 정도를 달리 적용하는 것처럼 말이죠. 우리로 치면 부산·울산·경남과 강원에 같은 기준으로 권한을 나눠주고는 알아서 먹고살라고 하는 것보다는 어떤 곳은 자율성을 더 주고 간섭을 덜 하되, 또 어떤 곳은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더 도와주는 게 보다 합리적인 방식이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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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배달의 민족 사례를 이미 말씀드렸지만 라이더들이 정규직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프리랜서를 더 선호해요. 이런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들을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 노조나 정부 모두 고민을 안 해요. 정부는 말은 쉽게 전국민고용보험제도를 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고용보험은 지금도 적자예요. 여기에다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직까지 다 포함시키면 늘어나는 적자 폭을 어떻게 감당할 작정입니까?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데 어떻게 국민적 동의를 얻어낼 수 있겠어요? 노조가 참혹한 노동현장을 고발하고 책임 요구만 하는 경직된 대정부투쟁만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대안을 제시해야죠. 고용보험에서 지금 빠져 있는 공무원 노조, 교사 노조를 넣으면 돼요. 이들은 안정된 직장을 다니니까 나가는 보험금은 별로 없고 보험료는 많이 거둘 수 있거든요. 보험료로 조 단위를 거둘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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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제를 진영 논리에 갇혀서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것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그 지지 기반에 따라 진보 진영에게는 기업인들의 일탈이 더 잘 보일 거고, 보수 진영에게는 노조의 과격함이 더 잘 보일 겁니다. 그래서 잘되는 나라가 되려면, 앞서 말씀처럼 보수는 재벌 개혁을 해야 하고, 진보는 노조 개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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