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초기저작인 Mass communication and American empire에서부터 미국 미디어의 세계 지배에 대해 줄곧 관심을 가져왔으며, 미디어의 지배를 정치경제학적으로 접근하는 데 있어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였다. 이 점에서 그는 마르쿠제 등의 신좌파 사상가나 노엄 촘스키 등의 급진 자유주의 비판가들과 같은 반열에 서 있는, 현대 미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비주류 지식인의 한 사람이다.
그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자유 시장 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열린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을 당연시한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그는 문화 산업이 쇼핑몰이나 미술관에 이르기까지 미국인들의 일상적 삶에 깊이 침투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기업은 미국인들의 문화를 결정적으로 좌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곧 대기업이 미국의 문화 지형의 변화, 더 나아가 미국인의 의식과 사고 방식을 좌우하는 데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즉 대기업이 문화 산업을 장악하게 되면서 가정은 물론 국외에서도 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은 위협을 받고 있으며 독립적인 표현 통로는 크게 제약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그는 1990년대 들어서면서 미국의 미디어 산업이 인수 합병 등을 통해 세계적인 규모의 거대 산업체로 등장하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모든 종류의 미디어 산업체가 통합의 과정을 겪어서 미디어 재벌로 태어났다고 보는데, 타임과 워너의 합작, 웨스팅하우스의 CBS 인수, GE의 NBC 인수, 디즈니의 ABC 인수, 머독의 폭스 사 인수 등이 그 예라고 보았다. 이제 잡지, 영화, 컴퓨터, 방송 사업체가 하나로 합병되어 뉴스, 영상물, 오락물의 제작과 판매 과정에서 모든 시장을 장악하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세계화라는 것은 바로 이들 거대 기업의 세계 지배를 의미한다고 강조하였다. 미디어 산업이 대중들의 의식과 정서를 지배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세계화 국면에서 미디어의 세계 지배는 이들 미디어 재벌의 세계 지배를 의미하는 것을 말하는 셈이다. 이것을 그는 미국 문화 제국주의의 새로운 양상이라고 보았다.
그는 다니엘 벨, 토플러 등이 주장한 정보화 사회라는 개념이 실제의 현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즉 그는 우리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무식하고 가치가 전도된 세상에 살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의미와 정체성을 추구하지만 실제로 자리 잡고 있는 근본적인 힘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다면서 이러한 낙관적인 정보화 사회론을 비판하고 있다. 특히 그는 기존의 주류 문화 연구는 대중 매체의 정치경제학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 편협한 시야를 갖고 있으며, 문화 제국주의 현상이나 기업의 문화 지배 현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지배 이데올로기에 복무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이후의 인터넷의 세계 지배 역시 과거 미디어의 세계 지배를 그대로 확대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도 과거의 주장을 연장하여 사기업이 어떻게 정보, 문화 지형을 지배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1990년대의 공공적 성격을 갖는 문화, 정보 관련 기관의 예를 들면서, 학교, 도서관, 미디어 등의 사유화 privatization가 어떻게 민주적 참여나 민주주의 의식의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기관에 의한 보이지 않는 길들이기 기능과 정보 박탈이 공공 이익을 위해 이용되어야 할 정보의 결핍을 초래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사회적 불평등과 긴장을 가중시킨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기존에 그가 주장한 것처럼, 이러한 미디어가 사적 이윤 추구에 봉사함으로써 단순히 정보의 결핍, 정보의 불균등만을 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 미디어의 영향권하에 있는 전세계 모든 인구가 기업 세계관을 일방적으로 수입하는 존재로 전락하고 있으며, 그것은 의제의 독점과 왜곡을 가져와 결국 세계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