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하는 바와 같이, 미국 뉴딜은 3R을 지향했다. 한국판 뉴딜에도 이러한 시스템 개혁적 요소들이 결합해야 한다. 예를 들면 시스템 개혁에는 새로운 성장과 분배 엔진의 형성, 대·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수도권·비수도권 등 소위 3대 이중구조의 개선, 전환적인 그린뉴딜의 제안, 롱테일을 이루는 저소득층의 소득증진과 복지 사각지대 해소 등을 포함한다. 이러한 개혁과정에서 비생산적이고 지대 추구적인 부문은 떨어져 나가야 하므로 기존 부문에 대한 일정한 구조조정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회·경제적 갈등과 긴장을 완충하는 잉여영역 또는 통로가 필요하다.
--- p.57, 「1.경제 패러다임 전환과 디지털뉴딜」 중에서
우리는 대안경제 모델도 준비해야 한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지금과 같은 상품과 사람의 세계적인 이동량을 감당하기 어렵다. 지금의 경제 시스템과 규모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다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생산과 소비가 중요해지고 한정된 자원과 에너지를 활용해 무엇을 생산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며 지역사회 일자리를 늘리는 일이 중요해진다. 앞으로 시민, 지역, 사회적 경제가 경제의 핵심단어로 부상할 수 있다.
--- p.93, 「2.1.5도 탈탄소 경제사회 대전환, 그린뉴딜」 중에서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차별성에 기초해 의무가입 대상자의 단계적 편입을 통한 소득기반 전국민고용보험제를 단계적으로 실현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현행 정규직 임금노동자 중심 고용보험제에서 명실상부한 소득기반 전국민고용보험제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고용보험 의무가입 대상이면서도 배제된 미가입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용보험에 가입시키고, 그런 다음 특수고용 비정규직을 포함한 사각지대 임금노동자들을 무고용 자영업자들과 함께 고용보험으로 편입시키며, 마지막으로 유고용 자영업자를 의무가입제로 전환해 통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 p.97, 「3.비정규직 사각지대와 전국민고용보험제」 중에서
코로나19 사태는 단지 생물학적 위기가 아니라 사회가 낳은 위기다. 의료조차 이윤 중심의 민영화·효율화를 추구해온 신자유주의적 교리가 피할 수 있었던 고통과 죽음의 배경이고, 공공의료를 복원하는 일로부터 사회적 연대와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이 포스트코로나 아니 ‘코로나 공존(With Corona)’ 시대의 생존을 위한 조건일 것이다.
--- p.123, 「4.팬데믹 1년이 드러낸, 신자유주의적 의료 실패와 공공의료 복원의 필요」 중에서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실현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헨리 조지의 토지가치세 원리에 따라 토지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공유지를 확대하여 시장원리대로 운용하는 것이다. 전자가 지대와 토지 자본이득의 사적 전유를 허용하는 대신에 과세를 통해 그 상당 부분을 환수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국가와 공공기관이 국공유지를 소유하고 민간에 임대해 임대료를 시장가치대로 징수하는 것이다. 두 제도를 통해 확보되는 공공수입은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똑같이 혜택이 돌아가도록 사용한다.
--- p.160, 「5.부동산공화국 해체를 위한 정책전략」 중에서
공유부는 자연적 공유부(토지 등), 인공적 공유부(빅데이터), 역사적 공유부(지식)가 있는데, 이 모두는 기본소득의 재원으로서 정당성이 있다. 기본소득이 완성된 단계라면, 당연히 이 모두를 재원으로 삼는 것이 합당하다. 그러나 아직 기본소득 도입 이전의 상황임을 감안할 때, 한꺼번에 이 모두를 재원으로 조달하는 것은 사회적 수용도가 높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초기에는 역사적으로 기본소득 사상의 출발점이기도 했고, 사회구성원들의 직관적 체감도도 높은 토지, 천연자원, 환경 등 자연적 공유부 수익을 재원으로 하는 기본소득을 우선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된다.
--- p.196, 「6.현실적 기본소득 도입방안 모색」 중에서
그간의 정책추진 실적을 보면 고용률 상승 추세 유지, 노동소득분배율 증가, 임금 불평등 축소, 재분배정책 효과 개선, 가계처분가능소득 불평등 축소 등의 성과도 있었지만, 2019년 민간부문 비정규직 비중 확대, 가계시장소득 불평등 축소 실적 미흡, 민간소비의 성장기여율 정체 또는 하락 등의 한계도 나타났다. 더욱 중요한 문제로는 소득분배 개선방법으로 최저임금 인상 등 가역적 정책수단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고 그간 우리나라의 시장소득불평등 확대를 초래한 구조적 요인에 대한 제도개선 실적은 미흡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p.218(7.소득주도성장과 산업생태계 혁신」 중에서
공정경제와 재벌개혁에 대한 문재인정부의 정책성과를 평가한다면 특혜와 규제가 뒤섞였으나 특혜의 문제점이 규제의 편익을 압도했다고 볼 수 있다. 공정경제를 지향하는 정책도 전체적 전략이나 각 정책 간의 선후 관계를 주도면밀하게 설계해 추진하지 못해서 결국 초기 개혁정책이 조기에 좌초되고 말았다
--- p.242(8.공정경제와 재벌개혁」 중에서
우리 사회가 당면한 구조적 문제와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정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되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예산제도의 개혁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조세·재정 정보를 알기 쉽고 투명하게 제공하고, 정부 전체의 관점에서 국민 부담과 혜택의 변화를 파악하며, 거시적 시계에서 재정정책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재정 운용의 틀을 개편해야 한다. 나아가 인구구조의 변화와 잠재성장률 둔화, 4차 산업혁명 등 재정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국가 자원을 전략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예산제도 개편이 요구된다.
--- p.261, 「9.혁신적 포용국가의 재정개혁」 중에서
한국이 금융위기를 되풀이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성장하며 자산 양극화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이 해야 할 일이 많다. 과거 금융위기에 대해 책임져야 할 모피아는 해체되어야 한다. 그들의 소굴인 금융위원회도 없애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재정부로 축소해야 한다. 경제기획 업무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일하는 청와대가 공약을 중심으로 직접 수행해야 한다. 은산분리와 금산분리를 철저히 하고, 재벌이 금융업에서 손을 떼도록 해야 한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물론, 주요 상업은행도 공익을 우선하여 금융안정에 중앙은행과 손잡고 힘써야 한다. 또한 금융규제는 전반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 p.284, 「10.금융도 사람중심 개혁으로 가야 한다」 중에서
정부와 국회가 ‘온라인 플랫폼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시급히 제정해야 하겠지만, 추상화된 법에만 의존하지 말고 오픈마켓, 배달앱, 숙박앱, 검색엔진, 가격비교 사이트 등 각 플랫폼 분야별로 플랫폼업체와 사업적 이용자단체 사이에 중개수수료와 광고비, 데이터 공유, 노출 순위의 합리적 기준설정, 불공정행위 금지, 고충 처리 절차 등에 관한 사회적 협약을 통해 기본적인 거래질서를 마련해야 한다.
--- p.306, 「11.플랫폼 경제에서 자영업자의 경제적 지위 개선방안」 중에서
한국 노동시장은 유연성 과잉의 상황이라 2006년식 노사 간 맞바꾸기가 아니라 과도한 유연성을 억압하고 결여된 안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의 비정규직 권리입법부터 시작해야 한다. 비정규직의 내적 이질성을 인정하여 비정규직 내 특정 유형의 시각에 갇히지 말고,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전체적 시각에서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추진하도록 하되 노동자성을 부정하고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악용되는 변종의 간접고용·특수고용 비정규직 고용유형들부터 단계적으로 없애야 한다.
--- p.323, 「12.비정규직 중심으로 본 노동정책의 과제와 대안」 중에서
최저임금을 20% 인상하면서 주휴수당을 없애는 방안이 더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대다수 월급제 노동자에게 주휴수당은 사문화된 것이나 다름없고, 시급제 노동자들에게 주휴수당은 초단시간 노동으로 내모는 유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20% 인상하면서 주휴수당을 없애면 2022년 최저임금 1만 원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다. 법대로 주휴수당을 지급하던 고용주라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추가 부담이 발생하지 않는다.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던 고용주들만 추가 부담을 지게 될 것이다.
--- p.355, 「13.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임금에 미친 영향」 중에서
2017년 3월 한국여성학회가 주최한 국회 여성정책 토론회는 문재인정부에 대한 이런 여성계의 기대를 담고 있었다. 성주류화와 성평등위원회의 설치, 돌봄노동의 사회적 인정과 돌봄사회로의 전환, 노동시장에서 성차별 금지와 성별 격차 해소를 위한 제도화, 성폭력에 대한 과감하고 포괄적인 대응과 법제도 구축, 여성의 재생산권 확립 등 5개의 영역에 걸쳐 목표와 과제가 제시되었다. 문재인정부는 보수 정부 시기 위축되어온 성평등정책의 주요 의제 영역을 재건하고 각 영역별 전략과 과제를 추진해가야 할 사명이 있었다. 그러나 성평등정책의 5대 영역은 문재인정부뿐만 아니라 이후 어떤 정부에서도 계속되어야 할 정책과제라고 할 수 있다.
--- p.355, 「14.성평등정책의 방향과 과제」 중에서
특히 노인 요양인력의 고령화가 심각한 문제인 우리나라에서 사회서비스 인력문제를 임기응변식 일자리 확충수단이나 돌봄수요 충당을 위한 방편쯤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급격한 인구·가족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사회에서 미래사회의 안정적 고용과 고령화된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남녀 모두 생활이 가능한 안정적 직업으로 돌봄직종을 사고하고 이를 기존의 교육·보건직과의 연계 속에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 p.403, 「15.포스트코로나, 공공성 강화를 위한 4세대 사회서비스 정책의 과제」 중에서
비판의 지점은 한국판 뉴딜이 현재 국민들이 체감하는 고통의 본질을 회피하고 있다는 측면과 재난이 가져온 그리고 반복해서 가져올 취약계층의 비극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채 투자시장의 기회만 살피는 재난 자본주의의 모습을 보인다는 측면, 그리고 뉴딜에 걸맞은 시장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복지국가 비전이 없다는 측면에 있다. 그 어디에도 디지털뉴딜이나 스마트그린을 통한 유망산업 육성이 코로나 취약계층을 구제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위기를 촉발한 이들은 이번에도 피해를 사회의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이들에게 넘기고 위기를 명분으로 활로를 찾고 있었다.
--- p.426, 「16.포용국가의 사회보호, 취약계층의 배제와 새로운 사회보장의 기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