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선택의 순간은 온다. 남편의 일 때문에 싱가포르에서 살고 있던 나는 2017년 여름, 딸 아이와 그 곳을 떠났다. 선택의 순간은 뜻하지 않게 찾아 왔고 선택은 내가 했다. 미루어 두었던 공부를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이었고, 남편이 우리 곁으로 곧 올 것이라 믿고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결국 학업을 접고, 아빠 없는 나홀로 육아 4년의 삶을 살게 되었다. 그렇게 7살 딸 아이는 11살이 되었고, 뱃속 아기는 4살 아들이 되었다.
갓 태어난 아들에게 수유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자꾸만 눈물이 났다. 추슬러 지지 않는 마음에 책꽂이에서 책을 한 권 꺼냈다.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져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걸요.”
‘빨간 머리 앤이 하고 싶은 말’을 읽으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내 인생을, 남편을 원망하며 서러웠던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누구에게나 삶은 그러기에, 내게 주어진 삶을 긍정하며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금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서 이 책은 누군가 엄마 홀로 육아의 삶을 선택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래서 4년간 나홀로 육아를 해야 한다면. 그 고민 앞에서 엄마 홀로 육아를 택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보냈는 지에 대해 보여 주고 싶은 책이다. 때로는 나 홀로 육아의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나만의 방법은 무엇 이었는지 알려 주고 싶은 책이다. 또한 그 시간들 뒤에 엄마가 느끼고 깨달은 것은 무엇이었는지 말해주고 싶은 책이다.
첫 번째 이야기는 그래서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이다. 뜻하지 않은 나홀로 육아를 받아들이고 배운 삶에 대한 감사함과 긍정의 마음가짐. 그래서 아이와 보내는 일상에서 재 발견한 이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이다. 누군가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고민하는 엄마들이 있다면 마음의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래본다. 또한 아이들과 보내는 힘든 하루를 긍정과 감사함의 마음으로 무사히 보낼 수 있기를 바래 본다.
그럼에도 육아의 고단함은 전부 나에게만 온 것 같아 힘든 날도 있었다. 남편도 내 마음을 몰라 주는 것 같아 서러운 날도 있었다. 아이들이 엄마를 힘들게 하거나, 끝이 보이지 않는 육아에 지친 날도 있었다. 엄마 아닌 나의 삶을 살고 싶은 마음에 상실감에 빠지는 날도 있었다.
두 번째 이야기는 그런 날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남편 없는 서러움을 극복하는 나의 마음가짐을 남겨 보았다. 아이들과 하루를 보내며 도움이 되었던 구체적인 방법도 담아 보았다. 또한 엄마로서의 삶에 대한 내 생각도 담담하게 이야기해 보았다. 그래서 지금 나홀로 육아의 긴 터널을 지나는 엄마들이 있다면 나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나고 보니 4년간의 시간이 나에게 남긴 것은 무엇이었을까. 엄마의 사랑으로 아이들은 자랐고, 다시 엄마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주었다. 그래서 세 번째 이야기는 아이와의 즐거운 시간에, 그리고 엄마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우리들만의 놀이법에 대해서도 적어 보았다. 시간이 흐르고 보니 감동과 배움의 시간이었기에, 아이들 손 잡고 뚜벅뚜벅 걸어가라고 말해 주고 싶다. 혹시 나 홀로 육아의 시간을 먼저 지내온 사람이 있다면 공감하는 시간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아빠가 돌아오면 우리는 네 가족이 함께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빨간 머리 앤의 이야기처럼 세상이 다시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 뜻하지 않은 선택의 순간이 올 때도 있을 것이다. 그 순간에도 중요한 마음가짐은 삶에 대한 긍정과 감사함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리고 인내의 시간 속에서 아이들의 웃음이, 엄마의 사랑이 모든 것을 지나가게 해 준다는 것을 배웠다. 결국 삶을 받아들이는 나의 마음가짐에 따라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힘겨운 나홀로 육아의 시간은 지나간다는 것을. 답은 결국 내 마음 안에 있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마음은 스스로의 터전이니, 그 안에 스스로 지옥을 만들수도 천국을 만들 수도 있다.’ -존 밀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