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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 빈둥거려 볼까
이제 좀 빈둥거려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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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 빈둥거려 볼까

: 현대자동차 판매 명장의 인생이야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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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6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414g | 140*210*30mm
ISBN13 9791157768875
ISBN10 1157768873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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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여섯 시간만 신규 방문하고 명함을 정리하고 그다음에 또 만날 가능성이 보인다면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재방문을 시도하고 문자를 보내고 이렇게 삼 개월만 해보면 어떤 수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해보지도 않고 걱정만 한다고 무슨 해결책이 생기겠는가. 어떤 분야든 마찬가지겠지만 영업에 왕도는 따로 없다.
--- p.19

일이 바쁠 땐 판매 교육팀에서 내 동영상을 만들어서 신입사원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강의 때 항상 하는 얘기지만 영업기술도 중요하고 많이 파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영업사원의 자존심이다. 이건 팔지 말고 남겨둬야 한다. 그렇다고 고객에게 자존심 내 세우라는 얘기는 아니다. 장사를 하더라도 자존심은 지켜가며 하라는 말이다.
--- p.27

나는 가끔 누가 코디를 해주냐는 말을 듣곤 한다. 그들은 집사람이 해줄 것이라고 지레짐작한다. 그때마다 내가 직접 한다고 밝히면 놀라기도 한다. 어떤 때는 옷의 선택에 도움을 구할 때도 있지만 최종 결정은 내가 하고 스타일도 내가 직접 꾸민다. 영업사원은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옷차림이 마음에 들어야 한다. 멋있어 보인다고 느껴야 한다.
--- p.35

정비사 자격증을 따지 못하고 서당개 삼 년으로 영업을 하게 되어 부끄럽지만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상상을 해본다. 터널 안에서 멈춰버린 차량을 홍길동처럼 나타나 정비해주는 나 자신의 모습을 말이다.
--- p.87

인연이란 게 있어서 죽도록 사랑함에도 헤어져 평생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함께 살면서 또 미워하기도 하는 게 남녀 사이란다. 일본 생활을 하는 동안 멋진 추억으로 남겨도 좋을 것이다. 만약에 여자 친구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너를 선택한다면 아빠는 찬성이다. 서울에 한 번 다녀가라 해라. 그렇게 되면 네게 승산이 있을 것도 같다.
--- p.101

방송국 관계자들의 수첩에서 내 이름은 완전히 지워졌다. 전문 연기자들도 어느 날 갑자기 브라운관에서 사라지면 통 보기가 힘들다. 그런 연기자들이 어디 한둘인가. 인기는 한순간에 사라지는 거품이다.
--- p.146

내가 그를 처음 만난 때는 외나무다리를 건너던 위험한 시대였고 내 눈에는 청년 조영희도 위태로워 보였다. 사십 년 전 유신시절, 남산의 캠퍼스 안에는 경찰과 사복 보안 부대원들이 촘촘한 가운데 학생들의 데모가 한창이었다.
--- p.208

누군가는 포상을 받아 여행을 떠난다. 잘 다녀오라는 말과 함께 내가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선물은 사 오지 마라. 선물 신경 쓰느라 정작 볼 것을 못 본다. 그냥 좀 더 즐겨라." 이런 나의 말에도 불구하고 동방예의지국의 후손들인지라 그들은 과자 한 봉지라도 꼭 사들고 온다. "그것 참, 사 오지 말라도 해도 말을 안 듣네. 그나저나 구경은 잘했고 "
--- p.235

밤새 걸어서 도착한 대청봉에서 일출은 경험해본 사람만이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그때 내려다본 속초와 바다가 내 마음에 자리 잡고 있는지라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속초는 나의 네 번째 고향이 되었다. 급기야는 영랑호 호숫가에 있는 영랑호 리조트를 하나 장만했다. 리조트에서 나는 터줏대감이나 마찬가지다. 나이를 먹으니 마음을 크게 먹지 않으면 대청봉을 오르내리기가 쉽지 않다.
--- p.259

나는 그냥 미친 듯이 떠났다. 직항노선이 없는 때라 상해에서 카트만두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타야 하는데 푸동 공항에서 비행기가 연착하는 바람에 의자도 없는 바닥에서 일곱 시간을 보내야 했다. 국내선으로 바로 갈아타고 포카라로 가는 일정이었지만 하는 수 없이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하루를 묵었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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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첫인상은 매우 강렬했다. 짧은 파마머리에 헤어젤을 바르고 목과 손목에는 금으로 된 장신구를 하고 있었다. 활짝 웃을 때는 큰 눈과 함께 시원한 느낌을 풍겼다. TV 화면에 그가 클로즈업되었을 때 나의 소개가 없었다면 사람들은 그를 연예인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세일즈를 하자면 젊은 감각이 필요합니다. 차를 바꾸는 고객들의 심리는 ‘변화’에 있거든요. 더구나 신차를 선호하는 층은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이라 친근감을 위해서도 어느 정도의 패션이 필요하죠.”

원래 ‘날라리’과가 아니라 치열한 프로 의식의 소산임을 말하는 순간, 판매왕이 된다는 것이 사람만 많이 알아서 되는 것이 아니라 치밀한 소통 능력에 달려있음이 드러났다. 그는 말하는 내내 웃었다. 말을 하면서 신이 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흥분하는 것도 아니었다.

방송이 끝나고 피디와 스튜디오를 나서다가 우리는 다소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그가 자신이 받은 열한 명의 명단을 스튜디오 객석에 앉아있던 세일즈 후배들에게 한 명씩 나눠주고 있었다.

피디가 말했다. "와, 차 한 대 팔면 수당이 얼만데, 저걸 다 나눠주시네." 후배들의 입장에서는 판매왕으로 잘 나가는 선배의 방송 출연에 구경 왔다가 ‘한 건’ 올리고 가니 그 기분이 얼마나 좋을 것인가. 누구는 판매왕인데 나는 뭔가. 저들은 세일즈가 저리 쉽다고 하는데 나는 왜 이리 어려운가. 착잡했을 그들의 기분을 그는 알고 있었던 걸까.

갑자기 그가 돈만 아는 사람이 아닐 것 같다는 세일즈맨에 대해 내가 갖고 있던 프레임 밖의 그가 보였다. 그가 가진 소통 능력이 어쩌면 세일즈를 위해 훈련된 것이라기보다 타고난 것이 아닐까.
- 오한숙희 (방송인 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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