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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양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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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양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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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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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년 01월 2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19쪽 | 645g | 145*225*30mm
ISBN13 9788960901780
ISBN10 8960901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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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그 성질로 볼 때 기호 사이에서 상호 조사照射의 반복으로 관철되어 폐쇄적 체계에 머물 가능성이 있는데, 찰스 퍼스Charles S. Peirce는 이를 “기호의 상호 해석의 공모적 관계”라 부른다. 이에 대해 해석학은 기호라는 우주의 열린 상태 위에 성립하고 있으며, 이 경우 해석학은 종교학뿐만 아니라 심층심리학, 인류학 등 일반적으로 기호의 상징론적 분석을 거부하지 않는 모든 영역에서 성립하는 방향론이라 여겨진다. 그러므로 상징은 모든 기호를 열린 상태로 바꾸는 작용이 되며, 이때 상징은 이중 의미라는 구조에 따라 존재의 양의성을 탐색하는 단서가 된다. 따라서 “존재의 양의성에서 의미성의 다의성을 개시開示하는 것이 상징의 존재 이유다.” ---pp.69-70

그러므로 대립은 필연적으로 배제 관계를 전제로 한다. 보다 광범위하게 설정된 범주 속에서는 등질의 요소를 포함하면서도 이들 대립항은 다른 차원에서 서로를 배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가 문화 가운데서 질서라고 생각하는 상태는 이러한 통합과 배제의 수많은 조합 위에 성립하고 있다. ‘배제’의 독특한 방법이 문화의 특정 요소를 결정한다. 정치 집단에서 배제의 원칙을 관철하는 방식은 음식 문화에서의 배제와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그 속에는 공통된 ‘배제의 원칙’이라는 문화 논리가 관철되고 있다는 것 역시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유행’이라 이름 붙인 현상에도, 풍류라고 부르는 행위의 형식에도, 틀이라고 명명한 성향에도 이러한 ‘배제’의 원칙이 관철되어 있으며 미셸 드 세르토Michel de Certeau가 역설한 것처럼 ‘역사’는 어떤 의미에서 배제한 것의 총체일지도 모른다. ---p.80

바우만은 리치의 이 같은 지적을 따르면서, 질서화란 연속적이고 무정형인 지각의 흐름을 뚜렷한 한 묶음의 전체적인 것으로 변질시키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리치와 메리 더글러스Mary Douglas는 이렇듯 지각의 문화적 영역의 경계를 긋는 것으로서의 ‘터부’ 개념을 기호학적으로 위치 짓고 있다. 리치는 ‘터부’를, 단편화된 연속체 속의 ‘이름 붙여진’ 부분의 승인을 거부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이렇게 제외되어 잘린 ‘혼돈’ 부분은 문화의 프락시스의 기호학적 작용에 의해 주변적인 부분에 모습을 나타내면서 존재하게 된다. 단지 이 부분은 지각의 주변을 떠돌며 환상 혹은 무의식을 통해 질서화된 의식에 작용한다. 터부와 상징은 밝고 어두움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부분에서 증식한다. ---pp.81-82

질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경계의 설정이 필수 전제이고, 생생하게 상상력이 발동하도록 경계의 이미지를 부상시키는 가장 유효한 지름길은 첫 번째 장에서 검토한 것처럼, 이 공간에 출몰하는 마성을 지닌 존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마성을 지닌 존재는 인간의 착실한 형상(〓신택스)이라는 형태로 나타난 ‘질서’의 골격과, 동물적 부분(〓말)을 구비하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프랑스의 미술사가 발트루사이티스Jurgis Baltru?aitis가 정력적으로 탐구했던 서구 중세 및 고딕의 도상학적인 유산은 그것의 이상적인 형태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보스Hieronymus Bosch 및 브뤼헐Pieter Bruegel의 환상 회화와 플로베르Gustave Flaubert의 작품으로까지 이어지는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이라는 주제에 는 경계를 표시하는 인물과 경계에 나타나는 키마이라적 존재인 이매망량의 대의 구조가 전형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p.107

문화는 새로운 질서를 무정형의 자연에 끊임없이 부여하여 성립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문화의 축으로서 성립하고 있는 세계관은 날마다 새롭게 형성되는 혼돈을 질서 속에 포함시키는 장치로 작용한다. 따라서 문화의 프락시스는 결코 고정된 것이 아니며, 유동적이고 역동적이다. 질서와 혼돈의 접점은 어느 때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이동하고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문화는 끊임없이 증대하는 엔트로피와의 갈등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p.115

트릭스터는 그 양의적인 지위라는 면에서 마법사와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다. 그는 영귀와 다르며, 마법사와 마찬가지로 사회의 안쪽에 존재한다. 완전히 다른 세계의 인간은 이 어느 쪽도 될 수 없다. 행위의 패러다임을 새로 만든다는 점에서, 양자의 사적은 평행선상에 있다. 차이가 있다면 마법사에게는 항상 마이너스의 기호가 씌워지고 있지만 트릭스터에게는 마이너스와 플러스의 기호가 동시에, 아니면 나뉘어 붙는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마이너스와 플러스의 기호를 띨 때, 민
속적 상상력 안에서는 ‘형태’(〓반사회성)에서 양자가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 ---p.152

우리가 한계 속에서만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한, 우리가 유한한 존재임은 자명한 이치다. 하지만 지금까지 확인한 바와 같이, 우리는 한계의 저쪽 편을 엿봄으로써 우리의 존재를 그때마다 재정비했다는 사실 역시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존재’ 존립의 근거를 바타유 식으로 말하면 다음과 같다. “그러나 이 존재는 그러한 여러 한계 속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존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이 여러 한계를 범함으로써 비로소 그 존재는 그 본질essence을 입증할 수 있다.” 다르게 표현하면, 이 행위는 ‘삶과 대립하는 여러 요소를 가능한 한 가장 많이, 삶을 손상시키지 않은 채 삶 안으로 도입하려 하는 것’이다. ---p.160

과거의 대부분은 개인의 생활사에서나 한 문화의 역사에서 그늘, 망각, 어둠의 부분에 머물러 있다. 완전히 잊히지 않은 과거 역시 여러 이유에서(대부분은 침전물 때문에) 가려진 채다. 반성적 사고가 결여된 역사 연구가 발굴할 수 있는 것은 그것들의 근소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pp.23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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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자체가 실로 매력적인 야마구치 마사오의 지성은, 다양한 영역에서 시대의 풍경을 새로 그리고 있었다. 그는 당시 눈이 부실 만큼의 박식함과 듣는 이를 불문곡직하게 만드는 힘으로, 일본의 지적 세계를 지배하던 순수주의의 중력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다. 신화의 세계에서, 오페라 무대 위에서, 지방 신사의 가구라덴神?殿과 소설, 그림에서 다양한 이미지를 잇달아 끌어냈다. 인류학자이면서도 1930년대 유럽의 사상과 예술의 창조를 둘러싼 탐구, 그리고 러시아혁명 초기 들끓어 오르는 시대의 창조자들에 대한 연구 등에 몰두한, 일찍이 존재하지 않았던 종류의 인간이 나타난 것이다.
이 책이 쓰인 1975년. 우리는 이와 같은 지성의 출현을 마음속 깊이 바라고 있었다.

2000년 이와나미문고본 발간 해설 중에서
나카자와 신이치中?新一 (종교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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