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해서 조성된 29개의 아잔타 석굴은 19세기 말에 발굴되어 세상에 공개되기 시작한 이래 현재 13개 정도의 석굴에 벽화가 남아 있는데, 현존하는 부분만으로도 아잔타 벽화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말해주기에 충분하다. 이 불교 벽화는 고대 인도 불교미술 최고의 걸작이며, 고대 인도 회화의 오래된 역사가 담겨 있을 뿐 아니라 아시아 회화사에 중요한 미술사적 자료의 산실이다. 아시아의 미술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인도에서 시작하거나, 아니면 결국 마지막에 가서 인도와 만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pp.12-13
아잔타 벽화에는 세속과 불법의 세계를 구분 짓는 울타리가 없다. 끊임없이 세속과 불법이 넘나든다. 그러면서 결코 어느 한 세계에 머물지 않는, 구애 받지 않는 수많은 부처의 전생 이야기들이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지나치게 세속적이거나 종교적이지 않으면서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세속과 종교를 담아냈다.--- p.23
아잔타 석굴에 그려진 벽화의 주제는 자타카(j?taka : 탄생의 의미) 이야기이다. 자타카는 기원전 4세기 팔리어로 쓰여진 모두 547편으로 구성된 부처의 전생 이야기로 부처가 싯다르타 왕자로 태어나기 이전 생에 관한 이야기이다. 초기 불교의 신념과 삶의 지혜를 경전이 아닌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 형식으로 엮어져 있다. 부처가 인간의 모습, 반인반수, 때로는 동물의 모습 등으로 태어나서 실천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각각의 이야기는 부처의 한 생에 대한 이야기로 부처가 보살로 태어난 수많은 전생 동안 실천한 자비와 미덕이 결국 깨달음을 얻은 석가족(인도에서는 샤카족이라고 함)의 왕자 싯다르타로 태어나게 했다는 내용이다.--- p.76
자타카 이야기에는 윤회를 믿으며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삶의 지혜, 희생과 자비, 헌신과 사랑, 정의로운 삶, 금욕적 생활, 수행, 구원, 생명 존중, 우정, 효도, 마음의 평정 등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로 꾸며져 있다. 단순히 전생의 이야기가 아니라 부처의 보살로서 547번의 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도인들이 생각하는 그 오랜 시간의 개념에서 보면 한 생은 덧없이 짧아 부지런히 갈고 닦아 수많은 덕을 쌓아야만 깨달음을 얻게 된다. 깨달음의 길은 아주 멀고 먼 길인 셈이다. 또한 자타카 이야기에는 모든 생명체와 더불어 살아가며 생명을 존중하는 자세가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불교를 종교로서 이해하기보다는 삶의 가장 보편적인 진리로 인식하게 하는 깨우침을 주는 경전이나 마찬가지이다.--- p.77
아잔타 석굴의 벽화는 인도 미술의 정수이자 불교미술의 오랜 유산이며 인도 미학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다. 인도 미학은 대상을 표현함에 있어서 암시적이며, 영혼을 불어넣고자 하며, 상징적인 표현을 중요시 한다.
--- p.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