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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남, 새 세상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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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남, 새 세상을 열다

: 동학혁명과 김개남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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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540g | 152*225*18mm
ISBN13 9791166290060
ISBN10 1166290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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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된 혁명가 치고 억울하고 분통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지만, 동학혁명 시기의 김개남(金開南, 箕範, 본명 永疇, 1853~1894) 장군과 같은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 동학혁명은 전봉준·김개남·손화중의 3대 지도자에 의해 전개되었다. (중략) 그러나 전봉준을 그러한 위상으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그의 동지들 특히 김개남, 손화중의 동지적 결속이 필수적인 요소이다. 무엇보다 김개남과 손화중은 동학 조직 내에서 전봉준보다 상위의, 더 광역을 포괄하는 지도자(대접주)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조직적 역량을 총동원하여 전봉준을 총대장으로 추대함으로써, 혁명 역량의 구축과 동학 조직 동원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 p.27~28

동학은 최제우가 순도(殉道, 1864, 대구)하면서 해월 최시형에게 도통(道統)이 이어졌다. 해월은 강원도에 은거하며 동학의 세력을 키웠고, 충청도를 거쳐 1880년대는 호남 지역에까지 동학 세력을 넓혔다. 호남 지역의 교세가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도근(道根)이 얕은 도인들을 지도하기 위해 1891년 호남지방을 순회하였다. 이때 해월은 김개남의 집에 며칠 머물렀다. 김개남이 한 해 전(1890, 또는 1885년 전후, 해월이 최초로 호남을 순회할 당시)에 동학에 입도하여 인근에 포덕을 널리 한 대접주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또한 당시 김개남이 살던 윗지금실의 집은 여러 사람이 머물러도 좋을 만큼 큰 집이었다.
--- p.49~50

보은취회(집회)에는 김개남도 태인 지역을 중심으로 한 관내의 동학도인들과 함께 참여하였다. 특히 보은집회를 앞두고 김개남은 김기범(金箕範)이라는 이름으로 태인포대접주(泰仁包大接主)로 임명되었다. 그동안 동학의 접(接)과 포(包)는 접주나 대접주의 이름을 따서 ‘손병희포’ ‘김개남포’ 등으로 불렸던 것을 이때 비로소 각 포에 이름을 부여한 것이다. 주요한 포를 보면 태인포 김개남(김기범) 외에 (중략) 이로써 김개남은 동학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즉 그동안 해월과의 관계 속에서만 그 모습을 드러내던 데서, 이제 본격적으로 그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교단 조직의 공적인 체제 속에서 활동하게 된 것이다.
--- p.98~99

이(=관군과의 휴전 및 전주화약)에 대해 개남장(開南丈), 김개남의 입장은 완강했다; “탐관오리는 왕도(王道)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무분별한 인재 등용에서부터 발생한 것이오. 임금이 부실하면 나라에 액운이 오고 도처에 민란도 거듭 발생하는 것이며, 군왕(君王)이 현명한 성상(聖上)이 되는 것은 임금에게 달린 것이지 하늘에 있는 것은 아닌 것이오. 또 미운 자에게도 유공(有功)하면 필상(必賞)하고 착한 자라도 유죄를 하였을 때 필벌(必罰)하였다면 탐관오리는 있을 수없는 것이오.” (중략, 김개남은) 이번 기회에 부패 무능한 왕조를 뒤엎고 그 힘으로 외적을 격퇴하자는 주장이었다. 또한 사발통문의 4개 항의 결의 중 “전주영(全州營)을 함락하고 경사(京師)로 직행(直行)할 사(事)”라는 항목에서 보이듯 서울(한양)로 북진하여 중앙의 탐관오리들을 척살하고 국정의 기틀을 쇄신하는 것이 일관된 목표였다.
--- p.210

동학의 후천개벽은 왕조 교체나 천지의 새로워짐만이 아니라, ‘다시개벽’으로서 낡은 것이 새로워지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지극히 일상적인 인간의 하루하루의 삶과 황무지를 개간하여 옥토로 만드는 일과 같은 노동과 토지의 개벽, 그리고 교육을 통한 한 가문의 개벽, 풍습의 개량과 같은 인문의 개벽, 계절의 변화와 같은 한 해의 개벽, 성인(聖人)의 탄생을 불러오는 천 년의 개벽, 그리고 무극대도의 출현과 같은 오만년의 개벽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포함하는 전면적이고 일관되는 것이다. 김개남은 이러한 개벽의 일환으로 혁명을 준비하였다. 우선 독자적인 역량을 비축하여 재봉기를 시도하면서 전봉준·손화중 등 동지들의 협력을 이끌어낸다는 구상이었다. 이를 위하여 남원을 근거로 무기와 군량을 회복하고 병사들을 모아 훈련시켰다.
--- p.234

김개남의 독자적 노선이 전봉준과의 심화된 대립적 관계에서 비롯되었는가 하는 문제는 좀 더 구체적인 점검을 필요로 한다. 근래 들어 이러한 평가를 새로운 차원에서 조명해 보아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즉 “전봉준과 김개남은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동지적 관계가 훨씬 더 깊었던 데다 제1차 기포 때부터 남원대회 때까지 서로 긴밀한 연락을 취했던 점, 2차 기포 때 역시 연락은 오갔다는 점, 또한 김개남이 다른 진격로로 북상함으로써 농민군 세력을 결집시키지는 못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관군과 일본군 병력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노릴 수 있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특히 공주와 청주에서 각각 패전하여 패퇴를 거듭하던 중 “전봉준이 김개남과 만나 재기를 도모하려고 피노리(避老里)로 숨어들었다가 체포됐다는 점도 이들의 관계가 대립과 갈등 관계로만 규정되는 것에 많은 (異論의-필자주) 여지를 제기하는 근거”라는 것이다.
--- p.280

그는 한 마리 텃새였다. 조선의 텃새였다. 하늘로 들어가는 길을 몰랐을 리 없고, 하늘로 들어가는 문을 모르지 않았을 그는, 마땅히 이 땅의 텃새들인 농민과 천민들과 함께 살고 죽고자 했던 한 마리 텃새였다. 비참한 죽음이었지만, 그의 삶과 투쟁과 죽임은 이 땅에서 수탈당하고 탄압 받고 소외된 민초들의 아픈 역사를 대변하고, 이후 의병→독립군→3·1혁명→임시정부→의열단→광복군→4·19혁명→광주민주화운동→6월항쟁→촛불혁명으로 이어지는 민족사 저변에 도도히 흐르는 ‘저항의 마그마’가 되었다. 돌이켜보면 우리 근현대 민족운동사의 뿌리, 그 원맥(原脈)은 동학혁명에서 기원한다. 광제창생·보국안민·반봉건·척왜척양의 동학(과 농민혁명)에서 근원한다. 그 중심에 김개남 장군이 있었고, 시대정신에 충실한 첨병이었던 그는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리고 목이 잘렸지만, 늦게나마 눈 밝은 사람들이 있어서, 앞에서 인용한 대로 연구가 진행되고 새로운 평가가 따른다.
---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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