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순간에 비해볼 때 80년의 유한한 삶의 길이는 0에 수렴되지. 니체는 “먼 미래의 불확실한 목표를 향해 지금 이 순간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지금 이 순간을 가장 가치 있고 의미 있게 살아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은 내 평생의 삶보다 훨씬 긴, 무한히 반복될 영원한 시간이기 때문이다”라고 했어. 치과위생사로서의 나의 삶도 이와 마찬가지인 것 같아. 과거의 치과위생사 선배들을 통해 나도 치과위생사로서 세상을 알아가고 미래를 꿈꾸잖아. 지금 나는 나의 삶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세계를 알아가고, 사람을 알아가고, 나를 성찰할 수 있는 배움의 기회를 준 치과위생사라는 직업에 너무도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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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위생 교육과정은 치위생과 3년제와 치위생학과 4년제 과정으로 나뉘어져 있어. 3년제와 4년제의 차이가 뭐냐고? 첫 번째로 취득하게 되는 학위가 달라. 3년제는 치위생 전문학사, 4년제는 치위생 학사가 되지. 또 채워야 하는 학점이 달라. 3년제 치위생과 같은 경우 120학점, 4년제 치위생학과 같은 경우 140학점을 채워야 졸업할 수 있어. 그럼 교육과정도 다르냐고? 아니, 교육과정은 4년제나 3년제나 비슷해. 4년제 교육과정이 3년제보다 교양과목과 기초과목이 좀 더 많이 편성이 되어 있을 뿐이지. 본격적으로 공부 이야기를 좀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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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알겠지만, 3년제 치위생과를 졸업하고서는 바로 대학원에 진학하지 못해. 전공심화나 학점은행제를 통해 4년제 과정의 학점을 이수하고 나서야 비로소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어. 그래서 나는 4년제 학점을 채우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나한테 맞는 과정을 찾았어. 일요일 하루만 가면 학점을 이수할 수 있는 과정이었는데, 일요일은 쉬는 날이니까 병원에 민폐 끼치는 일 없이 공부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 물론 일요일 오전 아홉 시부터 오후 여섯 시까지 하루 종일 수업을 들어야 했지만, 나는 일과 학업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떴지. 근데 신입이다 보니 일요일조차 내 마음대로 쓸 수가 없는 거야. 이런저런 교육도 많고 말이야. 그래서 ‘아, 지금 공부를 시작하는 게 무모한 도전인가? 일에 여유가 생겼을 때 진학을 하는 게 나은 걸까?’ 하는 고민을 하다가 내린 결론이 ‘공부를 하면서 일할 수 있는 치과를 찾아보자! 공부를 시작하는 데 시간적으로 갭이 생겨버리면 나중에 공부하기 더 힘들 거야!’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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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다닐 때에는 교수님이 시키는 대로, 치과에서는 치과의사 선생님과 윗 연차 치과위생사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환자가 바라는 대로 계속 나의 행동을 다른 사람에게 맞추다 보니 나 스스로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모르겠는 거야. 이게 제2의 사춘기이지 싶다. 학사 취득 후 석사 과정을 밟았으니 박사는 당연히 해야겠다 싶어 동 대학의 박사 과정에 지원서를 냈고, 이미 합격한 상태였어. 근데 한 치과대학 교수님의 페이스북을 보면서 ‘어? 저기야말로 내가 가야 할 곳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거야. 그분은 치과대학 예방치과 교수님인데, 석사 과정 중에 알게 되었어. 그 교수님이 근무하시는 대학에서 의료인 문학교실의 학위 과정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는 거야. 내가 인문학에 관심이 많았거든. 또 나는 사람에 대해서, 특히 나에 대해서,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서 고민을 엄청 많이 하는 사람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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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고 있는 친구들은 교육 과정도 살펴보면 좋을 것 같아. 교육 과정 중에 통계과목이 들어가 있다면 상당한 도움이 될 거야. 대학원을 진학하게 되면 통계프로그램을 다루는 능력이 필요한데, 미리 선수학습으로 공부를 해놓으면 더 좋지 않겠어? 뭐, 이렇게 조언을 하긴 했지만,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결단력 있게 딱 질러버려! 시간 조절도 안 될 것 같고, 뭐도 안 될 것 같고……, 안 될 것 같은 일에 대한 이유에 주석을 달지 말고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꿈꿔보자. 학점은행제나 전공심화를 시작하고, 시간과 노력이 첨가된다면 여러분의 능력은 또 업그레이드되어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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