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하고 싶은 역할을 정해서 이 사바세계를 무대로 한바탕 연극 잘 하고 가는 이치가 바로 망인4대(妄認四大) 위자신상(爲自身相)에 담겨 있습니다. 4대를 망령되이 오인해서 자신의 몸이라고 하고, 육진연영(六塵緣影) 위자심상(爲自心相), 육진의 그림자를 자신의 마음이라고 하기 때문에 기뻐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것이지, 몸과 마음이 그림자라는 것만 안다면, 연극 무대에서 잠시 잠깐 맡는 배역이라는 것만 안다면 세상 살아가는 맛, 그 차원이 다릅니다. 정말 멋지게 살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마음의 장난에 놀아나지 않고, 희로애락에 허송세월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고정된 나라는 것에 집착하지 않기에 자신의 배역을 마음대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게 됩니다. 고정된 모양이 없는 부드러운 물이 만 리를 갈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 p.25
큰스님들께서 마음공부 잘하면 잘 살 수 있다는 말이 그냥 불자들에게 위안을 주느라 하시는 말씀이 아닙니다. 마음공부를 통해 세상을 보는 안목이 열리니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인연법으로 이루어진 것을 아니 쓸데없이 물질을 낭비하지도 않고, 욕심에 헐떡이지도 않습니다. 마음공부를 통해 활기차고 영원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간 선배 수행자들의 예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습니다. --- p.26
커피도 물이 있어야 커피물이 되는 것이고, 똥물도 똥이 들어가서 똥물이 된 것입니다. 근본은 물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의 삶도 그러합니다. 원각묘심 혹은 각심이라는 본래의 청정한 자리는 부처님이나 보살이나 우리나 다 같습니다. 우리는 그 맑은 물에다 나라는 생각, 나도 알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 그게 맞지만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생각,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생각, 부처님 말씀은 맞지만 일단 우리 아들이 먼저, 우리 종교가 먼저, 그리고 우리 문중이 먼저라는 생각 등등을 집어넣습니다. 그것이 거듭 거듭 얽히고 설켜서 중중무진연기(重重無盡緣起)로 모든 문제를 낳는 것입니다.
그러나 보살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나와 남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 저 무식한 중생들도 알고 보면 불성이 있는 궁극적으로 부처라는 생각, 저 사람들도 옳게만 이끌어주면 본래의 자기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생각, 고아들도 잘 키우면 나라의 훌륭한 동량이 된다는 생각, 저 노인네들이 나의 미래 모습이라는 것을 지혜의 눈으로 보고 큰 자비심을 가지고 그들을 다 이끌어 가십니다. 그분들이 보살이고 그것이 바로 대승불교의 살아있는 정신입니다. --- pp.49-50
아무리 탐욕이 끈질겨도 그 놈이 실체가 없는 것임을 알고 그 관하는 힘이 생기고, 그 관하는 힘으로 화악하고 돌려버리면 하늘이나 인간 세상에 태어난다고 하십니다.
억지를 부려서라도 보는 놈을 만드십시오. 그 보는 놈이 생겨야 우리들의 실체를 아실 수 있습니다. 예쁜 여자를 보면 좋아하고 잘생긴 남자를 보면 좋아하고, 돈을 보면 좋아하고, 명예와 이익과 환대를 보면 좋아가지고 어찌할 줄 모르는 그 멍청하고 바보 같고 순진하고 그래서 업의 노예가 되어 이 세상 저 세상으로 끌려 다니는 그 놈! 그 놈을 구제하는 것이 중생 구제입니다. --- p.140
부처님께서 평생 동안 수많은 방편을 실어서 온 우주를 가득 채울 만한 가르침을 설하시고, 근기에 따라 수도 없는 수행법을 열어놓으신 것에 늘 감사하면서 열심히 자기 근기에 맞는 수행을 하고, 점점 자신의 의식을 업그레이드시켜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행을 위한 수행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수행을 하는 것은 마음을 변화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마음을 변화시킨다기보다는 우리에게 원래 충만해 있는 원각, 그 둥근 깨달음을 알아보는 것입니다. --- p.163
지금이 주식을 사야 할 때라고 믿으십니까? 지금이 한국의 ‘국운 상승기’라고 믿으십니까? 아니면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가 흔들리고, 미국의 대형은행들이 없어지고 하는 마당에, 주식을 사기는 뭘 사? 있는 것도 다 팔아야지 하고 믿으십니까?
부처님께서 지금 여기서 말씀하십니다. 주식을 사야 한다고 믿는 너의 마음은 얼마나 믿을 만하며? 주식을 다 팔아 치워야 한다는 너의 마음은 얼마나 믿을 만한가? 너의 믿음은 어디서 생기는가? 너의 머리? 너의 총명함 ? 너의 정보원? 너의 데이터? 웃기지 마라! 나(I), 나의(My), 나를, 나에게(Me) 그리고 나의 것, 나의 소유(Mine) 그것은 다 일시적으로 결합된 것이고 단지 인연의 소치로 잠시 너에게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예쁜 여인을 보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누구이며, 잘 생긴 사내를 보고 힐끔힐끔 고개가 돌아가는 것은 누구인가? 무아(無我)인데 그렇게 너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놈은 누구인가?
“그것은 갈망이고 애욕이니라. 그리고 너의 의지력과 달리, 너의 건장한 신체와 뿌리를 알 수 없는 욕망을 재료로 업이라는 놈이 집을 지어 너를 그 곳에 가둔 것이니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 p.222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1993년 소위 신 경영 선언을 하며,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킬 때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어라!”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씨줄을 갈아치우는 궁극의 방법입니다.
그런데 날줄은 씨줄과 다릅니다. 눈을 달라면 눈을 주고, 신장을 달라면 신장을 주고, 하나밖에 없는 심장을 달라고 해도 심장을 주고, 남편을 달라고 하면 남편을 주고, 아내를 달라고 하면 아내를 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애지중지 키운 자식을 달래도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목숨을 달라면 목숨 또한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다 환(幻)이기에 그렇습니다. --- pp.246-247
미워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을 다 내려놓아야 수행이 된다고 하십니다. 원수를 보아도 마음 속 총으로 수백 번 쏘아 죽이고, 찢어 죽이고, 불태워 죽이고 싶은 마음을 내어보아야 수행자 본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입니다. 그 마음이 다시 번뇌로 작용하여 마음을 낸 생산자에게로 귀신같이 돌아오는 법계의 이치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수행자는 파천자 라고도 합니다. 하늘의 이치를 부수어 버린 자라고 하는 것입니다.
원수를 미워하지 않고 부모처럼 대한다는 것이 무척 어려워 보이겠지만 한 생각 돌리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다 환이고 공이기 때문입니다. 실재하지 않는 것인데 허깨비에 속아서 놀아날 필요가 없습니다.
--- pp.256-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