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스물일곱, 키 165cm, 그 외 자신에 대해 아는 거라곤 이 남자의 아내라는 사실과 아이를 유산했고 왼쪽 눈이 거의 실명 상태라는 것, 교통사고를 당해 기억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그 외에 모르는 걸 적으라면 분량은 읽기 싫은 책으로 한 권이 될 것이다.
왜 난 고아였을까? 고아였는데 어떻게 저런 남자랑 결혼했을까? 그리고 눈은 또 왜? 아이는 얼마나 되었을까? 이유가 뭘까? 너무 불쌍해. 왜 엄마에게 얼굴도 보여주지 않고 먼저 갔을까? 나는 누구였을까?

한 기업의 사장이 있다. 전형적인 바람둥이 타입이며, 그 때문에 항상 많은 여자들이 주위를 떠나지 않는다. 사내는 하룻밤 자고 난 여자는 두 번 다시 만나지 않는다. 하지만 여자들은 다르다. 그의 재력과 외모를 탐하기에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사내가 만나주지 않으면 회사까지 찾아와 소란을 피운다. 그러면 뒤처리는 그의 비서 몫이다. 돈을 주든가 그래도 물러나지 않고 버티면 자신이 그의 아내라며 오히려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사내의 비서는 바람둥이 사장을 극도로 싫어한다. 하지만 찾아오는 여자를 쫓아내주면 두둑한 보수가 그녀를 기다린다. 사장 욕을 하면서도 하는 수없이 비서는 찾아오는 여자를 내쫓는 임무를 확실하게 해결한다.
수수한 외모의 비서, 첫사랑에 실패하고 고아 출신인 탓에 타인을 지나치게 경계한다. 특히나 바람둥이형 타입의 사장을 가장 싫어한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사장이 저녁 식사를 제의한다. 귀찮은 여자를 멋지게 쫓아내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비서는 어쩔 수 없이 사장을 따라나선다.
사장 역시 자신의 비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지극히 사무적인 타입의 여자를 바람둥이형 사장이 좋아할 리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저녁 식사 때 사장은 자신의 비서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그러면서 사랑이 싹튼다.

사장인 재석과 결혼하게 된 채영은 얼마 후 임신을 한다. 그때까지도 행복한 결혼생활이었다. 사장은 왜 자신이 그토록 많은 여자를 만났으면서도 정작 늘 옆에서 지켜보던 자신의 비서를 이제야 만났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아내인 채영을 지극히 아낀다.
하지만 행복했던 결혼 생활은 1년을 넘지 못한다. 재석의 단 한 번의 외도로 채영은 커다란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외도 장면을 목격한 채영은 차를 몰고 돌아오다 교통사고를 당한다. 병원 침대에서 깨어나보니 낯선 남자가 침대 곁을 지키고 있다. 자신의 남편 재석이다. 하지만 그녀는 재석을 알아보지 못한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이다.

남편의 외도, 자신의 존재를 모두 기억하지 못하는 채영은 재석을 따라 집으로 돌아간다. 집에는 자신의 사진과 옷들이 즐비하다. 분명 저 남자와 결혼한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왜 채영은 자신이 기억상실증에 걸렸으며, 왜 자꾸 어릴 적 고아원에서의 기억들이 조각조각 떠오르는지 모른다. 분명 조각조각 떠오르는 기억들이 자신의 기억상실증과 무슨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반면, 남편인 재석은 아내에게 모든 걸 말해줄까 어떨까 고민에 싸인다. 자기 때문에 아내가 기억상실증에 걸렸고, 자기 때문에 한쪽 눈이 실명됐다는 사실을 털어놓을까 어떨까 괴로워한다. 하지만 그는 아내를 사랑한다. 사랑 때문에 감히 말을 꺼내지는 못한다.

이미 결혼한 사이인 둘은 또다시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기억을 더듬으며 과거를 여행한다. 그러다 결국 아내 채영은 우연한 사고로 자신의 기억을 되찾는다. 남편의 비밀을 알게 되고, 자신이 왜 기억상실증에 걸렸는지 알게 된다. 모든 게 남편 이재석 때문이었다.
이제부터 이재석은 결혼해서 자신의 여자가 된 채영을 얻기 위해 또 한번 그녀를 유혹해야 한다. 바람둥이 이재석이 이미 자기 여자가 된 채영을 유혹해야만 한다. 그만큼 이재석은 아내 채영을 사랑한다. 그래서 제목이 ‘내 여자 유혹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