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책을 읽으며 웃고 우는 너희들을 보고 싶다
[행복한 한국사 초등학교]를 막 펼쳐 든 아이들아! 이 책은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 쓴 책이란다. 글을 쓴 우리는 모두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면서, 너희들 같은 아들딸을 둔 부모이기도 해. 너희들은 ‘역사’, ‘역사책’이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니?
민경 : 아, 또 역사책이야? 엄마가 들이미는 역사책은 재미없고 지루한데……. 나는 해리포터 같은 소설책이 좋아요. 한번 읽기 시작하면 점점 빠져들고, 뒷이야기가 궁금해져서 견딜 수가 없거든요.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읽고 나면 감동도 밀려와요. 하지만 역사책은 별로 재미도 없고 감동도 주지 않으면서 괜히 폼만 잡아요. “이것도 알아야 한다”, “저것도 중요하다”고 외워야 할 것만 죽 늘어놓아요.
역사가 재미없다고? 그래 맞아. 너희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역사 속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 대신 이름만 남고,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외워야 할 제도만 남은 역사책은 재미없는 게 당연하단다. 하지만 역사야말로 수많은 사람들이 얽히고설키면서 만들어 간 가장 웅장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가장 극적인 울트라 수퍼 드라마란다.
우리는 옛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가 묻어나는 살아있는 역사를 들려주고 싶었단다. 딱딱한 제도와 이름에 숨결을 불어넣어서 너희들과 생생하게 만나게 하고 싶었어. 그래서 우리들은 옛날 사람들이 남긴 책과 유물, 유적, 다양한 흔적을 열심히 살펴보았단다. 이러한 것들을 사료라고 하지. 옛 사람들의 숨결과 생각이 담긴 사료들은 아주 생동감 있고 진실한 이야기로 다시 태어나서 너희들에게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을 실감나게 보여 줄 거야.
형주: 나는 역사책을 좋아해요. 역사책을 읽으면 새롭게 배우는 것이 많거든요. 나는 최초의 근대적 조약은 강화도 조약이고, 최초의 근대적 병원이 광혜원이라는 것도 알아요. 대단하죠? 그런데 도대체 ‘근대적’이라는 것이 무슨 뜻인가요?
형주는 아는 것이 정말 많구나! 그런데 역사 공부는 퀴즈 대회를 준비하는 것과는 다르단다. 역사를 좋아하고 역사책을 많이 읽었다는 아이들 가운데에는 형주처럼 아는 것은 많지만, 역사라는 커다란 그림을 잘 못 볼 때도 많단다. 길을 갈 때 보도블록의 모양을 자세히 들여다보느라고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보지 못하는 경우처럼 말이야.
시간의 흐름을 칼로 자를 수 없듯이 역사도 계속 이어진다. 한 사건은 다른 사건을 낳고, 그 사건은 또 다른 사건으로 이어지고…….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변화들이 모여서 어느 덧 완전히 다른 모습의 사회가 만들어지기도 했단다. 그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이겨 내기도 하고, 길이 기억될 만한 멋진 문화 유산을 남기기도 했지. 이렇게 큰 그림을 보듯 역사를 만나면, 어느덧 사회를 읽는 눈과 사람을 보는 눈을 키울 수 있게 된단다.
우형: 우리나라 역사는 갑갑해서 싫어요. 피라미드나 베르사유 궁전처럼 크고 화려한 유적도 없고, 영토도 좁고, 만날 다른 나라한테 얻어터지기나 하고. 우리나라 역사를 읽으면 자꾸 우울해져요. 우리가 일본보다 먼저 서양 문물을 받아들였다면, 일본의 식민지가 되지도 않았을 테고, 만주 땅도 다 우리 땅이 되었을 텐데 말이죠.
우리가 힘이 세서 다른 나라를 쳐들어갔다면 자랑스러운 역사일까? 자랑스러운 역사, 빛나는 역사는 땅덩어리의 크기나 전쟁의 승리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란다. 『행복한 한국사 초등학교』를 열심히 읽다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씩씩하게 살아 왔는지를 알게 될 거야. 끊임없는 전쟁 속에서도 굳건히 가꾸어 온 희망, 앞이 보이지 않는 역경을 헤쳐 나온 지혜, 좌절을 딛고 일어선 용기를 배울 수 있을 거야. 그러면서 너희들은 분명 우리나라 역사를 사랑하게 될 거야.
우리는 너희가 만들어 갈 세상은 우리가 살아 온 지난날보다 더 나은 모습이기를 바란다. 미래를 만들어 가는 데 과거를 바라보는 것만큼 도움이 되는 것도 없지. 우리는 『행복한 한국사 초등학교』가 너희들에게 그런 도움을 주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단다.
지금부터 우리 조상들이 살아 온 5000년의 이야기, 꿈을 꾼 사람들, 희망을 노래한 사람들, 성공한 사람들과 좌절한 사람들, 실패한 듯 보였지만 역사 속에서 살아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줄게. 그 속에서 너희가 주인공이 될 멋진 미래를 꿈꾸어 보렴.
---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