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선생, 나는 정의란 강자의 이익이라고 생각합니다. '올바름' 내지 '올바른 것'이란 실은 남에게 좋은 것, 즉 강자 내지 지배자의 편익인 반면에, 복종하며 섬기는 자에 있어서는 자기 자신의 손해입니다. '올바르지 못함'은 그 반대의 것입니다. 그래서 사실은, 다스림을 받는 사람들은 강한 자의 편익이 되는 것을 행하며, 또한 그에게 봉사함으로써 그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지 결코 자기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지극히 천진난만하신 소크라테스 선생이시여! 이처럼 올바른 사람이 올바르지 못한 사람보다 어디서건 밑지고 있다는 사실을 선생께선 주시하셔야 합니다. 첫째로, 상호간의 계약 관계에 있어서 보더라도, 그런 사람들끼리 거래를 하게 될 경우, 계약의 해제시에는 올바른 사람이 올바르지 못한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차지하는 것을 볼 경우는 전혀 없을 것이며, 오히려 덜 차지하는 경우나 볼 수 있을 겁니다. 다음으로, 나라와의 관계에 있어서, 재산세를 낼 때에도 올바른 사람은 같은 재산을 지녔으면서도 보다 많은 세금을 내지만 올바르지 못한 사람은 보다 더 적은 세금을 내고, 또한 나라로부터 수령할 것들이 있을 때에도 전자는 아무 이득도 못 보지만 후자는 많은 이득을 봅니다.
이들이 저마다 어떤 관직에 재직할 때에도, 올바른 사람의 경우에는, 비록 다른 손실은 아무것도 없다 할지라도, 적어도 제 집안일을 소홀히 함으로써 집안의 형편을 한결 더 어렵게 만들면서도, 그 올바름 때문에 국고로부터는 아무런 득봄이 없죠. 게다가 친척들이나 친지들을 부당하게 도와주려고 하는 일이 전혀 없고 보면, 이들한테서 미움마저 사는 일이 있죠. 그러나 올바르지 못한 사람의 경우에는 이 모든 것이 정반대로 됩니다. 그러므로 정의란 강자에게만 이득이 됩니다.
--- p.82
만일 호기심이 철학자를 만든다면 여러 이상한 것들이 그 이름을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구경을 좋아하는 모든 자들은 배우는데 즐거움을 느끼는 자들이겠고, 따라서 여기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음악 애호가만 하더라도 철학자 사이에서는 이상하게 어울리지 않는 자들입니다. 그들은 할 수만 있다면 철학적 토론과 같은것을 아예 외면하고 마치 모든 합창대의 노래를 듣기 위해 자기 귀를 내놓은 듯이 디오니소스 축제에는 빠짐없이 쫓아다닙니다.
--- p.237
'그렇지만 소크라테스님, 만약 그렇게 말씀을 이어가시도록 허락되신다면, 이 모든 것을 말씀하시기 위해서 앞서 미루어 놓았던 문제, 즉 이러한 국가 체제가 생길 수 있는가, 또 어던 방식으로 생길 수 있는가의 문제에 관해서는 영영 말씀하시게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군요. 왜냐하면 만약 그것이 생길 수 있다면 그렇게 생겨난 나라는 온갖 좋은 것을 가지리라는 점을 저도 인정할 뿐만 아니라, 선생님께서 그냥 지나치신 것까지도 저는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즉, 그들은 형제라든가 아버지라든가 아들로서 서로 잘 알고 있고, 또 서로 그런 이름으로 부르고 있어서 피차에 버리는 일이란 극히 적기 때문에 적들과 가장 용감하게 싸우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만약 여성도 적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 같은 대열이건 그 후방에 배치되건, 또는 필요한 경우의 예비로서건, 어쨌든 남성과 함께 출전한다면, 그것으로 하여 그들에겐 절대로 당할 자가 없으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라 안에서도, 선생님께선 빼놓으셨지만, 그들이 누릴 모든 좋은 것을 저는 보고 있읍니다. 그러나 그런 국가 체제가 생기게 되면, 제가 그 모든 것이나 그밖에 헤아릴 수 없는 좋은 것들을 가지리라는 것을 찬성한다고 생각하시고, 국가 체제에 관해서는 더 말씀하실 것 없고 오히려 바로 이 점, 즉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과 또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가라는 점을 우리 자신이 알아듣도록 해봐야겠고, 그밖에 다른 모든 것에는 작별을 고하도록 하시죠.'
--- p.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