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주장은 언제나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18세기, 신기술에 반대하는 러다이트들은 방적기를 파괴하여 직조의 기계화를 막으려 했다. 오늘 날 이러한 견해는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었다. 기계화는 그것이 빼앗은 만큼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산업이 자동화한 이후 2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인간을 위한 일자리는 많이 남아 있다. 가로등 점등원, 사무실 메시지 배달원, 빗자루 제작자는 아마 더 이상 존재 하지 않겠지만, 그들의 후손은 웹사이트 개발자, 디지털 콘텐츠 관리자 그리고 인생 상담 코치가 될 것이다. 현재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중 3분의 1은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새로운 일에 종사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로봇이 일자리를 장악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만큼 노동이 낭만적이지 않으며 종종 험하고 위험하기도 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로봇은 우리에게 험하고 위험한 일을 할 필요가 없는 미래를 보여준다. 물론 누군가는 직접 햄버거를 만들거나 손수 과일을 따는 등 기계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생계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일이 즐겁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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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건물의 창문 청소는 매우 위험하다. 지면에서 바람이 불지 않더라도, 100층 위에서는 시속 48km의 속도로 바람이 불 수 있다. 따라서 305m 정도 높이의 고층 건물은 강한 바람을 맞게 되는데, 과도하게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건물 내부에는 감쇠기tuned mass dampers라는 거대한 추가 필요하다. 건물 안에 있는 사람은 바깥에 바람이 부는지 모르겠지만, 창문 청소부는 바람을 고스란히 맞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 사람이 작업하기 힘든 상황이라도 흡착판이 있는 게코 로봇은 작동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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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2012년에 키바 로보틱스를 인수한 후 키바 로봇은 아마존에만 독점으로 공급되고 있다. 아마존은 2012년까지는 약 5천 대의 로봇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2017년에 와서는 4만 5천 대가 넘는 로봇을 도입하였다. 아마존의 키바 로보틱스 인수는 물류 로봇 시장을 뒤흔들었다. 사무용품 업체 스테이플스Staples와 오피스디포Office Depot, 의류업체 갭Gap 등 기존 키바 로보틱스의 고객들은 더 이상 키바 로봇을 공급받지 못해 새로운 업체를 알아봐야 했다. 키바 로봇은 일개미처럼 지칠 줄 모르고 열심히 일하며 불평도 하지 않으며, 심지어 임금을 지불할 필요도 없다. 연구에 따르면, 키바 로봇은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집품, 포장, 운송 등을 효율적으로 수행하여 주문처리율을 2배에서 6배 정도 개선시키며, 동시에 오류의 수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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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는 한 시간에 360개의 햄버거를 생산하여, 대기시간을 최소화하고 최대한 신선한 햄버거를 제공한다. 크리에이터의 목표는 맥도날드처럼 규격화된 제품을 생산하는데 그치지 않고 모든 햄버거를 고객의 요구에 따라 맞춤화하는 것이었다. 이는 20%의 돼지고기 혹은 양고기를 함유한 패티 등 다양한 고기 배합의 패티를 만들 수도 있고, 식욕에 따라 크거나 작은 햄버거를 만들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종류의 토핑이나 치즈를 선택하면 기계가 이를 햄버거에 올려줄 것이다. 이 회사는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특허 받은 피드백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고객들은 햄버거에 평점을 매기고, ‘치즈는 더 많이’, ‘피클은 더 적게’ 등 그들의 요구사항을 기록한다. 이를 통해 알파는 다음 번에 그들에게 무엇을 제공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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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로봇이 노인들의 사회적 고립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간병인은 단지 도움의 손길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공감, 따뜻함 그리고 대화 등 인간적인 접촉을 제공하는 사람들이다. 로봇이 노인을 맡기는 저렴하고 편한 수단으로만 여겨지고, 노인들은 사람과의 접촉 없이 고립된다면 이는 문제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상적으로 생각해보면 케어오봇 같은 로봇은 요리나 정리 같은 잡다한 집안일을 처리함으로써 간병인이 노인을 돌보는 데 집중하도록 시간을 확보해줄 것이다. 또한 인터넷 및 세상에 연결 하는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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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뉴저지 주 체리힐에 위치한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의 고등기술 연구소에서는 인간 보초병의 감시를 피할 수 있는 코버트 로봇의 세부사항을 공개했다. 이 로봇은 4개의 고무바퀴로 조용하게 이동하며, 주변 환경에 대해 3D 모델을 구성하고 지도를 생성하여 즉각적으로 조준선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코버트 로봇의 진정한 비밀 무기는 어느 위치에서 노출될 수 있을지 파악하는 능력이며, 사실상 잘 작동하는 스파이라고 할 수 있다. 코버트 로봇에는 적군의 탐지를 회피하는 방법이 4가지 있다. 가장 단순한 방법은 밤에는 빛이 있는 지역에서 멀리 떨어지고 그림자를 찾아다니는 것이다. 또한 보초의 위치를 알고 있는 지역에서는 보초들의 시야를 피해 이동하며, 장착된 4개의 마이크를 이용하여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를 인식하고 다가오는 방향을 판단한 후 기존의 경로에서 벗어나 눈에 띄지 않게 이동한다. 또한 여러 탈출 경로를 확인하여 막다른 골목에 몰리는 것을 방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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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다. 물고기들은 물속에서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움직이며, 돌고래는 고속 도약하여 물속에서도 뛰어다니듯 헤엄칠 수 있다. 1936년 생물학자 제임스 그레이James Gray는 수중 항력이 너무 크기 때문에 돌고래가 시속 30km 이상의 속도로 헤엄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계산했다. 그러나 실제로 돌고래는 시속 60km 이상 속도를 낼 수 있다. 이 수수께끼는 2008년까지 풀리지 않다가 생물학자 프랭크 피쉬Frank Fish가 돌고래의 꼬리가 추진력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 이제껏 알려진 무엇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을 밝혀내면서 해결되었다. 로봇 공학자들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후로 자연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어오곤 했는데, 베이징 중국과학원Chinese Academy of Science의 준지 유Junzhi Yu 교수가 이끄는 팀은 점박이 돌고래를 모방한 로봇을 개발하였다. 이 로봇은 길이 72cm, 무게 5kg 미만의 축소형 모델로 유선형 형태를 적용하여 전기모터로 작동하는 꼬리가 최대 추진력을 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돌고래 로봇의 꼬리와 날개 지느러미는 3차원 에어로포일aerofoil(날개형 단면-역자 주)로 설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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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는 일정한 간격으로 짧고 빠른 걸음을 내딛는 독특한 걸음걸이를 가지고 있다. 가만히 서있는 법이 없고 어딘가 이동하지 않을 때에도 발판을 조절하며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점프, 달리기, 높이뛰기는 무용수나 체조선수처럼 모두 동적 안정성에 의존한다.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틀라스는 훌륭한 균형 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미끄러지거나 밀리는 경우에도 스스로 균형을 잡아 똑바로 설 수 있다. 아틀라스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무게중심을 조절하여 불안정한 지면이나 울퉁불퉁한 바닥에 대처할 수 있으며, 넘어지더라도 외부의 도움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또한 무거운 박스를 들고 높은 선반에 올려놓는 등 균형 감각을 요하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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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더럽고dirty, 위험하고dangerous, 지루한dull’ 3D 업종에 적합하다면, 화성 탐사야말로 그들의 임무에 적격이다. 해로운 방사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오염된다는 면에서 더럽고, 26번이나 실패로 끝났던 우주여행의 위험도를 고려할 때 위험하며, 우주여행이 보통 7개월 정도 소요된다는 점에서 지루하다고 할 수 있다. 우주비행사가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필요하고 복잡성이 터무니없이 증가하지만, 로봇들은 지구로 돌아올 필요가 없다. 이러한 이유로 화성 탐사는 항상 로봇의 몫이었다. 큐리오시티Curiosity는 2012년 8월 화성에 착륙한 후 여전히 활동 중이며, 지금까지 화성 생명체의 흔적을 찾기 위해 개발된 다양한 과학 기구 중 가장 발전된 형태의 행성 탐사 로봇이다. 1997년 나사NASA의 소저너Sojourner와 2003년 쌍둥이 탐사 로봇 스피릿Spirit과 오퍼튜니티Opportunity의 뒤를 잇는다. 소저너는 무게가 11kg,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는 180kg인 반면, 소형 자동차 크기의 큐리오시티는 길이 3m에 무게는 900kg에 달한다. 크기뿐만 아니라 기능 또한 이전의 탐사 로봇과 비교하여 훨씬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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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로봇을 개발한 동기 중 하나는 그것이 가진 순응성이다. 그들은 좁은 통로를 통과할 수 있으며, 공간에 따라 형태를 변형시킬 수 있다. DARPA는 우체통이나 문 밑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거나 환기배관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소프트 로봇을 연구해왔다. 매우 작은 소프트 로봇은 단단한 하드 로봇보다 안전하고 쉽게 몸속을 이동할 수 있으므로 의료용으로 사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부품이 부드러운 완전한 소프트 로봇은 실용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소프트 매니퓰레이터는 하드 로봇 관절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튼튼하고 견고한 로봇 팔보다 부드러운 로봇 팔이 인간 주변에서 일하기에 더 안전할 것이며, 노인들을 위한 간병 로봇에 유용할 수 있다. 로봇이 인간과 어깨를 자주 부딪힐 가능성이 있는 미래에는 그 로봇의 어깨가 부드러울수록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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