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동물과 달리 미래를 걱정하며 과거를 후회하고 현재의 자신을 비난한다. 게다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때는 실망하고 좌절하며, 좋아하는 것을 상실하면 원망하고 분노한다. 특히 원하는 것, 즉 갈망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만과 불쾌감 같은 정신적 괴로움이 주를 이룬다.
이런 괴로운 마음을 일으키는 곳이 바로 우리의 뇌이다. 동물들은 뇌가 복잡하게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심각한 심리적 고통을 느끼지 않지만, 인간은 고도로 발달된 뇌 때문에 갈등과 고뇌와 같은 온갖 종류의 정신적 고통을 경험한다. 그러나 뇌는 고통을 치유하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뇌의 기능을 잘 이해하면 고통의 원인도 알 수 있고, 고통의 치료 방법을 알아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p.35
자율신경계를 구성하는 교감과 부교감의 두 신경계는 마치 시소처럼 작용하여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 한쪽은 내려간다.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될 때 우리의 몸과 뇌, 그리고 마음은 평화롭게 휴식에 들어가고 교감신경계의 기능은 약화된다. 반대로 위기 상태에서 교감신경계가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여 위기에 대처하고 생명을 보존하는 기능을 하고 나면, 부교감신경계는 다시 위기 상태가 되면 사용할 수 있도록 교감신경계가 소모해 버린 에너지를 보충하고 충전해 준다. 또 부교감신경계는 몸과 마음을 침착하고 안정되게 유지시킴으로 더욱 또렷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스스로나 남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성급한 행동을 자제할 수 있게 해준다.
이처럼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은 몸을 회복시키고, 마음을 침착하고 안정되게 하고, 또렷이 생각할 수 있게 하고, 성급하고 거친 행동을 자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상적인 정신 생리 상태란 교감신경계의 지나친 활성은 진정시키고, 동시에 부교감신경계의 활성을 높여 두 신경계가 서로 균형을 갖추어 조화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마음은 별처럼 또렷하게 각성시키면서도 몸은 고요함 속에 머물도록 하는 성성적적(惺惺寂寂)의 상태란 바로 평정심의 상태이다. 그래서 이런 상태를 이루기 위해 명상 수행을 통해 평정심의 유지를 강조한 것이다.--- pp.56~57
오랜 진화의 역사 동안 우리의 조상들은 굶주림, 추위, 더위, 포식자의 위협, 질병 등과 같은 거친 환경과 열악한 생존 조건에 노출되어 왔다. 더구나 기후의 변동에 따른 먹이 자원의 부족은 인간이 심각한 굶주림과 아사를 겪게 하고 종족들 간에 서로 침략과 약탈을 하는 원인이 되었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이웃이 서로 협동하거나 경쟁적이어야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이웃에 대한 협동성과 같은 사랑의 마음을 촉발하는 신경망과 적대성과 같은 적의감을 촉발하는 신경망이 동시에 발달되어 왔다. 특히 적의감이 행동으로 표출되는 공격성은 위협에 대한 대응 행동이므로 위협을 재빨리 감지하는 데 특화되어 있는 편도체가 공격성을 야기하는 신경 중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pp.125~126
우리의 마음은 심하게 요동치기 때문에 어느 한곳에 초점을 잡고 머물러 있기가 매우 힘들다. 쉽사리 동요하는 마음이 바로 보통 사람들의 마음이면서, 괴로움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마음의 동요 상태를 안정 상태로 바꾸는 것이 마음 수련을 하는 기본 목적이다.
그럼 이제부터 마음의 동요를 직접 알아보기 위해 간단한 명상을 해보자.
우선 똑바로 자리 잡고 앉아서 온몸에서 긴장을 내려놓고 두 손을 무릎 위에 편안하게 둔다. 그리고 1~2분 동안 눈을 감고 마음속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한번 살펴본다. 당신의 마음이 지금 어디에 가 있는가? 과거로 갔다가 미래를 향해 달려가지는 않는가? 어떤 종류의 생각이 마음속에 떠돌아다니는가? (중략) 수시로 나타났다 변해 가다 사라지는 감정이나 생각을 아무런 비판이나 판단 없이 그냥 바라보기만 하라. 이렇게 4~5분 동안을 계속해 보라.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당신은 명상을 하고 있는 동안 당신의 마음이 대단히 번거롭게 동요하고 활동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pp.169~170
마음챙김에 기반을 둔 치료법들의 공통점은 모두 “알아차림(awareness)”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 여기에서(here and now)” 일어나고 있는 일에 마음을 챙겨 알아차리는 훈련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중략)
예컨대 가만히 앉아서 명상을 할 때 신체의 어떤 부위에서 어떤 감각이 느껴지거나 마음속에 어떤 특별한 감정이나 생각이 일어나게 되면 그런 것이 일어났음을 알아차림하면서 그것에 휘둘려 가지 않는다. 다만 그런 것들이 생겨나서 변화해 가고, 또 사라져 가는 것을 나타나는 그대로 살펴보는 것이다. 수련자들은 관찰한 경험에 대해 어떤 평가나 판단을 하지 말아야 하고, 또 그것을 무시하거나 의도적으로 변화시키려 해서도 안 된다. 다시 말해 관찰한 것들을 합리화시키려고 하거나, 불합리하게 보려고 하거나, 침소봉대하려 하거나, 원치 않는 것을 배제하려고 하거나, 불쾌한 감각이나 감정을 감소시키려 해서도 안 된다. 오직 느껴지는 대로의 감각이나 감정, 생각이 자연스레 나타나 변화되어 가다가 사라져 가는 현상을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중략) 다시 말해 마음챙김 명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감각, 감정, 욕망, 생각, 기억, 환상들의 출현과 변화, 그리고 흐름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을 강조한다. 즉, 수행자는 명상 중에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에 대해 상대적 가치나 중요성으로 분별하여 판단하지 않고 오직 일어나는 대로 알아차리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일어나는 대로 판단 없이 순수하게 알아차림 하는 것을 “순수한 주의(bare attention)”, 또는 “선택 없는 알아차림(choiceless awareness)”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pp.186~188
통증의학 전문의이면서 명상 치료 전문가인 칼샤(Khalsa) 박사는 명상의 치료 메커니즘에 대해 내분비 호르몬의 분비와 관련 있는 뇌 부위의 자극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상이나 요가는 변연계, 시상하부, 뇌하수체, 송과선을 비롯한 여러 내분비선의 기능을 자극하여 내분비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고, 부교감신경계의 작용을 활성화시킨다. 더불어 교감신경계의 기능을 억제하고 부교감신경계의 기능은 항진시키기 때문에 스트레스 반응을 낮추는 반면, 이완 반응을 증가시켜 몸과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가져온다.
명상이 치유에 효과적인 이유는 스트레스 반응은 낮추고 이완 반응은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상의 치료적 의미를 논하기 위해서는 명상에 의해 일어나는 심리적·생리적 이완 반응 현상을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다.--- p.230
하버드 의대 허버트 벤슨 박사팀은 기능성 자기공명 영상 연구를 통해 집중 명상에 수반되는 이완 반응이 심리·생리학적 개념을 더욱 넓혀 본격적 명상 단계에 이르면 “안정/동요(calm/commotion)”라는 모순적인 상태가 뇌 속에서 동시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설명하였다.
이런 안정/동요 현상은 명상 도중 통찰이 일어날 때 나타나는데 다시 말해 과거부터 지속되어 오던 정신적, 또는 정서적 타성의 벽이 깨뜨려지는 순간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한 타성의 벽을 깨뜨리는 데는 일산화질소(Nitric Oxide, NO)라는 기체성 물질이 매개가 된다. 벤슨 박사는 통찰이 발생하면 뇌의 전반적 활동성은 감소되어 조용해지지만 혈압이나 심장 박동, 호흡의 조정과 관련 있는 뇌 부위의 활동과 주의 집중, 공간-시간 개념이나 의사 결정의 조정과 관련 있는 뇌 부위의 활동은 오히려 증가한다고 하였다.
--- pp.245~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