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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과 책을 굽는 마음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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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1월 24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432g | 133*220*19mm
ISBN13 9791160262087
ISBN10 116026208X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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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소설가 백수린의 첫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소설을 쓰는 것 만큼이나 빵 굽는 것을 좋아하는 백수린 작가. 방금 구워낸 따뜻한 빵처럼 온기와 사랑이 가득한 에세이다. 무기력한 일상 속에서도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우리의 매일매일이 조금 더 다정해지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 에세이 MD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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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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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베이킹이란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 과정이 즐거운 일이다. 내가 베이킹을 전문가에게 배워볼 생각이나 자격증 같은 걸 딸 생각을 결코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는지 그 방법을 제대로 배운 적 없이 그저 사랑과 동경만으로 시작한 일. 나의 한계를 알지 못한 채 하고 싶은 마음이 흘러넘쳐 시작했으나 남들이 능숙해지도록 혼자 여전히 서툴고 쩔쩔매는 일. 남들 앞에 선보여야 할 때면 늘 자신감이 없지만 결과물이 어떻든 그만둘 생각이 좀처럼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내게 소설 쓰기와 베이킹은 어쩌면 똑 닮은 작업. --- p.18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어떤 힘일까? 나는 삶이 고통스럽거나 누군가의 불행 앞에서 무기력한 마음이 들 때 이 소설 속 빵집 주인이 건넨 한 덩이의 빵을 떠올리곤 한다. 어떤 의미에서 내게 소설 쓰는 일은 누군가에게 건넬 투박하지만 향기로운 빵의 반죽을 빚은 후 그것이 부풀어 오르기를 기다리는 일과 닮은 것도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오늘 아들을 잃은 부부에게 빵을 건네는 이의 마음으로 허공에 작은 빵집을 짓는다. 젊은 부부에게 온기를 전하는 빵집 주인의 마음으로. 어딘가 있을 당신에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책들을 건네기 위해서. --- p.22~23

그 빵집을 발견했던 때는 그런 한낮의 산책을 하던 날들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곳은 제빵사의 이름 석 자를 걸고 오로지 식빵만을 파는 작은 가게였다. 요란한 간판이나 진열장도 없이, 나중에는 소보로빵을 팔기도 했던 것 같지만, 처음엔 제빵사 한 분이 우유식빵 딱 한 종류만을 만들어 팔던 그 빵집을 나는 퍽 좋아했다. 하루치 만들어둔 빵을 다 소진하면 더 이상 만들어 팔지 않는 가게라 때로는 빈손으로 돌아와야 할 때도 있었지만, 운이 좋게 갓 구운 통식빵 한 덩이를 사서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에는 귀한 것을 품고 걷는 사람처럼 마음이 기쁨으로 찰랑이기도 했다. --- p.62

나는 내 무릎 위로 올라오는 나의 강아지의 부드러운 등을 쓰다듬을 때마다 그 아래 있을, 여전히 경탄과 호기심으로 팔딱거리는 따뜻한 심장을 상상하면서 기도한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나의 곁에 그대로 머물러달라고. 그러면 나의 새하얗고 상냥한 빵은 알았다는 듯, 내 품 안으로 조금 더 파고든다. --- p.110

루시의 어린 딸이 엄마에게 말한 것처럼 삶은 소설과 달리 다시 쓸 수 없고, 그래서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거나 받기도 한다. 하지만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은 그럼에도 “눈먼 박쥐처럼 그렇게 계속 나아”가야하는 것이 삶이라고, 다양한 색으로 물드는 해 질 녘의 하늘처럼 불완전하지만 “아름다운 변신을” 거듭하는 것이 삶이라고 알려준다. 모든 생이 감동을 준다는 루시 바턴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인간이 끝끝내 그토록 서툰 존재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서툴고 서툴렀던 당신들. 경이로운 생生의 주인인 당신들의 이름을 나는 오늘 나직이 불러본다. --- p.122

트레버가 연민 어린 시선으로 응시하는 인물들은, 물러버린 바나나를 가지고 케이크를 구워내듯이 각자의 상처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묵묵히 그들의 인생을 만들어나가기 때문이다. 거센 비가 퍼부으면 연약한 표면에는 상처가 파이고 때로 그것은 곪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비 온 뒤를 상상하며 그런 시간을 살아낸다. 지금은 폭우 속에 있지만 비는 반드시 멈출 것이고, 삶은 또 그렇게 이어질 것을 알고 있기에. --- p.126~127

사랑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는 열정이나 도취를 쉽게 떠올리지만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청춘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가능한 게 아닐까 가만히 생각해본다. 넘치는 건 젊음뿐, 상대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헤아릴 여유는 조금도 갖지 못해 서로를 오독하는 시기를 지나야 우리는 사랑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해볼 수 있는지도 모른다고도. 공고한 ‘나’의 성을 허물고 타인에게 자리를 내어줄 때, 마침내 사랑은 그 눈부신 폐허에서 시작할 테니까. --- p.157

사람들은 쉽게 타인의 인생을 실패나 성공으로 요약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좋은 문학 작품은 언제나, 어떤 인생에 대해서도 실패나 성공으로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세상은 불확실한 일들로 가득하지만 단 하나 분명한 것은, 당신과 나는 반드시 실패와 실수를 거듭하고 고독과 외로움 앞에 수없이 굴복하는 삶을 살 것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괜찮다, 그렇더라도. 당신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채 생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기만 한다면. 우리가 서로에게 요청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뿐이다.
--- p.22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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