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에 먼동이 터 온다. 이글거리는 태양처럼 밝고 굳센 생명력으로 인류의 삶이 이 땅에 뿌리를 내린다. 그러나 문명의 시작은 보잘 것 없는 변화와 어리석은 실패로 하루하루를 이끌어 갔다. 더디게 발전하는 인류의 문화는 역사가 기록되기 전까지 힘겨운 걸음을 하면서 차츰차츰 슬기로움을 키워 나가게 된다.

지구가 탄생한 날을 1월 1일이라고 헸을 때, 오늘날의 인류가 태어난 것을 달력으로 표시하면 12월 31일 오후 10시 30분이다. 인류가 문자를 발명해서 기록으로 남긴 것은 12시 5분전에 해당한다. 인류 역사의 99% 이상이 문자 기록이 없는 선사 시대였다. 교과서에서는 몇 쪽 밖에 안 되는, 실제로는 기나긴 그 시절로 지금부터 시간 여행을 떠나 보자.

고려 청자 사세요

에헴, 고려 청자가 무엇이냐? 고려 청자란 고려 시대의 청자를 말해. 청자는 결국 그릇이라고나 할까. 도자기는 그 생김새나 화려함을 다 벗겨놓으면 잘 생긴 그릇이라는 결론이 나오거든. 사람에게는 어디에서나 꼭 필요한 것이 그릇이야. 오죽하면 사람을 그릇에 비유하겠어? 그 사람 그릇이 참 커. 이렇게 얘기할 때 그릇은 밥그릇이 아니라 도량이 넓다는 뜻이지!

그런데 참 놀랍지 않아? 예전에 굴러다니던 그릇이 지금 값을 상상할 수 없게 되어버렸으니. 그러니까 지금 집에 있는 그릇을 잘 챙겨서 후손에게 물려주는 건 괜찮은 조상의 태도라 할 수 있단 말씀이야. 하지만 정말로 좋은 조상되고 싶으면 고려 청자 하나씩 사라고! 고려 청자는 세계 제일이야. 도자기 종주국을 꺾은 우리의 자랑스런 문화재라고. 중국 책에는 이런 말이 있어. '건주의 차, 촉지방의 비단, 정요 백자, 절강의 차, 고려 비색 모두 천하 제일인데, 다른 곳에서는 따라하고자 해도 도저히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 자존심 강한 중국 사람들이 자기네가 먼저 도자기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고려 도자기를 천하 제일이라 인정하고 있어. 통쾌하잖아?

간혹 학생 중에는 국사 교과서의 첫 장을 볼펜으로 고쳐 묵사라 적어놓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국사가 따분하게 느껴져 묵사로 바꾼 것도 모자라 묵사발이라 적어놓고 재미를 느끼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국사가 묵사발로 느껴질 만큼 따분함을 전해준다면 우리의 국사교육에도 큰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저자는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재미있는 역사 가르치기를 실험해 보았다.<br/><br/>먼저 영상세대에 맞게 영상자료를 통해 수업지도를 해보았다. 이는 잠시의 집중을 가져오기는 했어도 근본적으로 국사를 재미있게 느끼게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좀더 다양한 자료를 활용했다.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작성해보기도 하고, 역할극을 해보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거나 삼행시를 지어보기도 했다. 저자의 예상은 적중했다. 공부방법을 달리함으로써 당시 사람들의 생활을 이해하고 현재에 있어 나는, 우리는 누구이며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을 던져주는 공부가 되었던 것이다. 역사란 그런 것이다. 단지 연대를 외우고 왕의 이름을 외우고 역사적 사건을 줄줄이 외우는 것이 역사 교육의 목적이 아닌 것이다.<br/><br/>5교시 국사시간은 바로 그런 고민을 해소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책이다. 국사를 배우는 중고생들이 국사를 좀더 친근하게 느끼고, 단지 역사적 지식을 전달하는 차원이 아닌 당대의 사람들과 삶이 묻어있는 공부. 그래서 점심시간 이후의 5교시 국사시간은 졸리고 따분한 시간이 아닌 즐겁고 생동감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br/><br/>스타크래프트보다 재미있는 역사책은 없을까? 학생들은 역사를 왜 어렵게 생각하는가? 까다로운 용어, 고리타분한 표현들이 그 동안 학생들을 역사책에서 멀어지게 한 것은 아닐까?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내용을 고르고, 늘 똑같은 말투가 아닌 때로는 시로 때로는 뉴스를 전하는 앵커가 되어, 때로는 연극 대본으로 역사를 디자인한다면 스타크래프트보다 재미난 역사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두들 점심시간 이후 졸음으로 일관하는 시간이 아니라, 학생과 선생님 모두 5교시 국사 시간으로 초대되어 역사의 세계에서 놀며 즐기며 웃으며 역사를 이해하자는 것이다.<br/><br/>단지 한 가지 색깔만으로 역사를 서술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도를 하였다. 삼국통일에 대해 다양한 입장을 생각해볼 수 있는 '통일신라에 대한 모의 재판'은 연극 대본으로 꾸며져있다. 한 법정에 피고 김신라, 증인 최치원, 김춘추, 대발해, 김부식, 왕고려, 이 당나라씨 등이 등장하면서 당시의 역사를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결국에는 신라의 삼국통일이 어떤 역사적 가치를 지니느냐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게 된다. 학생들은 연극 대본이라는 친숙한 글쓰기로 인해 재미있고 즐겁게 삼국통일을 이해할 것이다.<br/><br/>중간중간의 쉼터글은 대부분 학생들의 작품을 그대로 실었는데, 이를테면 고려청자를 관광상품으로 팔기 위한 광고문을 쓴 서연중학교 이강섭 학생의 글을 읽다보면 우리 고려청자의 역사와 그 아름다움, 가치 등을 재미있는 광고글 한편으로 느낄 수 있다.

우선 친절하게 말하자. 국사시간을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듣는 시간으로 만들자. 그 이야기가 살아서 꿈틀대고 눈물나게 고민스럽고 언제 봐도 새로운 느낌으로 가득 차게 하자. 일단 여기까지 오면 역사의 바다에 빠져서 즐겁게 허우적거릴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컴퓨터보다 더 멋진 세상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