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유레카!”를 외치며 인터넷 쇼핑몰에서 건빵을 대량으로 주문했다. 그런데 잠시 후에 판매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전영헌 고객님. 건빵을 주문하셨지요?”
“예, 그런데요.”
“실례지만, 무슨 일을 하시는 분이신가요?”
“네? 그건 왜 물으시는 겁니까?”
“아니, 건빵 80만 원어치를 어디에서 사용하실지 궁금해서요.”
그렇다. 내가 주문한 금액은 무려 80만 원어치였다. 쇼핑몰에서도 배달 장소는 분명히 학교가 맞는데, 최종 목적지가 매점도 아니고 교목실이니 의아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내 소개를 한 뒤, 학교에서 아이들하고 같이 건빵을 나누어 먹으며 함께 놀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쇼핑몰 주인이 어느 교회의 장로님이셨다.
“아, 그러세요. 목사님, 그러면 도매가격으로 건빵을 싸게 드리지요.”
중에서
“목사님, 제가 혹시 죽으면요. 너무 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죽은 제 이야기를 후배들에게 해 주세요. 건강을 돌보면서 공부하라고요. 그리고 한 가지 부탁이 더 있습니다. 목사님, 어디 다른 곳에 가지 마시고 앞으로도 학교에 남아 주시면 안 될까요? 목사님은 그래도 우리들 편에서 한 사람 한 사람 관심을 가지고 돌보아 주시잖아요. 저는 그냥
목사님이 우리 학교에 계속 계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처음에는 브니엘이 싫었어요. 재수가 없었습니다. 목사님도 싫었고, 종교 시간은 더 싫었습니다. 그런데 그러던 제가 나중에는 브니엘 때문에 살았습니다. 그래서 목사님이 저 같은 아이들, 그리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학교에 계속 남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것이 D가 나에게 던진 마지막 메시지였다. 교육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해 준 말이었다. ‘교육은 내용이 아니라 사람이다’라는 것을 말이다. 나는 D의 부탁을 꼭 들어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지금도 이따금씩 D의 말을 떠올리며 나를 돌아보고 있다.
중에서
이렇게 시작된 아이들의 발걸음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기 시작했다. 4월에 20여 명이었던 이삭교회 고등부 예배 참석 인원이 8월을 넘어서면서 70~80명으로 급성장을 한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렇게 교회로 모이기 시작한 아이들이 제자 훈련을 받고, 토요 기도회와 주일 예배에 꼬박꼬박 참석했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의 열정은 시간이 지나도 식지 않았고, 이후로 1년이 넘게 지속되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신앙을 형성해 나갔다. 그 결과 2009년의 세례식에서
는 50여 명의 고등부 아이들이 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그중 대다수가 브니엘 아이들이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세례받는 모습을 보며 나는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하나님 이게 뭡니까? 나는 이 아이들을 전도한 적도 없고, 교회 오라고 한 적도 없는데, 자기들끼리 알아서 교회에 나오더니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세례를 받습니다. 하나님이 이게 뭡니까? 하나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중에서
“이게 뭐냐?”
“목사님, 저의 첫 월급입니다. 목사님이 필요한 곳에 사용해 주십시오. 단, 조건이 있습니다. 목사님만을 위해 사용해 주십시오. 아이들을 돕거나 간식 사는 데 사용하지 마시고, 오로지 목사님만을 위해 사용해 주십시오. 제가 받았던 사랑에 비하면 많은 금액이 아닙니다. 첫 직장에서 받은 첫 월급을 목사님께 드리겠다고 오래전부터 마음먹었습니다. 제 마음이라 생각하시고 꼭 제 뜻대로 해 주십시오.”
봉투를 열어 보니 적은 액수가 아니었다. 특히나 집안 형편이 어려운 L에게는 큰돈이었다.
“인마, 이거 너무 많다. 이 돈 있으면 동생들에게 좋은 옷에, 맛난 것들 맘껏 사 줄 수 있을 텐데 이렇게 큰돈을 가져오면 나는 어떻게 하라는 거냐?”
“목사님, 저는 원래 없이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이 있어서 사는 데 지장 없습니다. 이제 목사님이 걱정하실 정도는 아닙니다. 그러니까 목사님, 제 말씀대로 꼭 해 주십시오.”
“그래, 그렇게 하마. 그리고 고맙다.”
나와 L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고여 있었다. 하지만 나는 L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도저히 그 돈을 나를 위해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더 의미 있는 곳에 사용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그 돈을 우리 학교 아이들 중 형편이 어려운 아이 4명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해 주었다. 학교에서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L이 전해 준‘첫 월급 장학금’을 받은 아이들과 나만 알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L에게는 꼭 알려 주고 싶었다.
“L아, 네가 준 돈은 내가 잘 썼다. 너무 아까워서, 그냥 쓰기 아까워서 네 후배들 4명에게 나눠 주었다. 너처럼 어려운 애들이 있더라. 그래서 힘내라고 하면서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