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저 암에 걸렸어요.”
“잘했구나.”
“저 지금 심각해요, 아버지.”
“그래?”
지미는 몸을 떨고 있었다. 아버지에게 말할 각오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 전혀 몸을 떨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말하고 나니 몸이 떨렸다. 지미는 팔이 뻣뻣해질 만큼 손가락으로 허벅지를 눌러댔다. 지미는 자신의 눈이 충혈되어 있는지 궁금했다. 아무래도 벌겋게 충혈되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방금 암이라고 했냐?”
“네.”
“무슨 암?”
“대장암요.” --- p.21
그렇게 하여 ‘기똥찬로큰롤닷컴’이라는 말이 주방에서 생겼던 것이다. 그것은 사실 이파의 아이디어였다. 그런데 지미가 재빨리 훔친 것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그들이 함께 만들었다. 그들은 하나의 팀이었다. 지미는 옛 밴드를 찾아내고, 그 밴드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을 알아내려고 여기저기 전화를 걸었다. 그는 매일 밤 한 시간 동안 사립 탐정 노릇을 했다.
지미는 첫 번째로 성사된 전화를 절대로 잊을 수 없었다.
“여보세요?”
상대방은 공손하게 말했다. 상대가 누군지 몰라 경계하는 남자 목소리였다.
“데시 새비지인가요?”
지미가 물었다.
“데스입니다만. 오랜만에 데시라는 소리를 듣는군요.” --- p.85~86
하지만 그 일이 지미를 힘들게 했다. 한 번, 단 한 번이었다. 지미는 이파에게 말한 적이 없었다. 그것 때문에 암이 생긴 거라고. 지미는 그야말로 겁쟁이가 되려 했다. 그러다 죽을 것이다. 지미는 그 생각을 떨쳐버렸다. 하지만 그 결심, 차츰 다가오는 그 한 주가 지미의 머릿속에서, 얼굴에서, 어깨에서, 배 속에서 고통처럼 느껴졌다. 지미와 이파는 노엘린과의 거래에 승인을 한 후 돌리마운트의 인도 식당으로 가서 축배를 들었다. 지미는 그 거래에 기분이 좋았고, 옳다고 느꼈다. 하지만 슬펐다. 정말 슬펐다. 지미에게는 특별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을 잃어버렸다. 지미는 그것을 내주고 말았다. --- p.105~106
그것은 트럼펫이었다. 아주 멋진 트럼펫이었다. 붉은 플러시 천이 깔린 상자 속에 들어 있는 빛나는 황동제의 아름다운 물건이었다. 지미는 트럼펫을 들어보았다. 케이스보다 더 무거웠고, 차가웠다. 지미는 자기도 모르게 뺨을 트럼펫에 갖다 댔다. 정말 놀라웠다. 그것은 지미가 지금까지 본 것 중에 가장 아름다운 트럼펫이었다. 꼭 여자 같았다.
“마음에 들어요?”
이파였다. 지미는 이파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이게 내 거야?”
지미는 어리석은 질문 같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이런 걸 가질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요, 당신 트럼펫이에요.”
이파가 말했다.
“정말 아름다워.” --- p.180
“그건 로큰롤이 아니에요.”
“모든 것이 로큰롤이에요.”
지미는 그게 무슨 말인지 전혀 몰랐다.
“모두 1932년으로 돌아갈 거예요. 사람들은 부모와 조부모에게 그때의 추억을 들은 것을 떠올리면서 외칠 거예요.” --- p.207
“어쨌든 음악은 시대가 좋지 않을 땐 행복이죠. 상황이 나아질 때는 슬픔이 되기도 하고요. 사람들은 당연한 일은 뭐든 할 수 있고 또 허용되지 않은 것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성직자와 정치가들에게 알릴 수 있었죠. 1932년 아일랜드에서, 바로 노래를 통해서 말예요.” --- p.264
브렌던 괴벨스가 지미가 생각하는 그 사람이 맞다면 브렌던 괴벨스는 하이 베이비스--- p.High Babies)라고 하는 더블린의 펑크 그룹을 결성한 장본인이었다. 『더 티켓--- p.The Ticket)』에서 읽었던가? 아무튼 어딘가에서 에지와 보노가 HBO에서 새로 시작하는 시리즈의 사운드트랙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읽은 적이 있었다. 단식투쟁이 벌어지는 동안 제작된 그 시리즈는 콜린 패럴과 보노의 딸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 그리고 지미는 단식투쟁이 벌어질 당시 하이 베이비스가 부르곤 했던 [툭, 치직, 바비--- p.Snap, Crackle, Bobby)]라는 제목의 노래를 떠올렸다. ‘바비, 크리스피 먹어. 안 그러면 죽어’라는 가사의 노래였다. --- p.317~318
그것은 유튜브 동영상이었다. 알아보기 힘들었다. 지붕이 야트막한 공간, 많은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 와 하는 함성……. 카메라가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여기저기를 비추었다.
“공연인가요?”
“한번 봐요.”
노엘린은 동영상 아래에 있는 제목을 가리켰다. 난 지옥에 갈 거예요.
“이런, 세상에!”
노엘린은 조회수를 가리켰다. 5,237,016회.
지미는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지미가 카메라라고 생각했던 것은 알고 보니 휴대폰이었다. 한 남자가 사람들 머리 위로 휴대폰을 들고 사람들 틈을 비집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 남자, 그러니까 휴대폰 카메라가 뒤를 돌았다. 순간 지미는 보았다. 자신의 아들 마빈을. --- p.388
그래도 지미와 데스는 화장실 간판을 잘 찾아냈다. 인파에 살짝 파묻히기는 했지만 별문제 없었다. 다르푸르의 화장실은 더 커졌지만, 이미 침입자들에게 점령되었다. 지미와 데스는 노란 소변기에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지미는 비어 있는 플라스틱 비커를 왼손에 높이 들고 있었다.
“올림픽 성화 같아요. 멋있어요.”
지미 맞은편에 있는 청년이 말했다.
“패럴림픽 성화야.”
지미가 말했다. 데스는 웃었다. 청년도 웃었다. 이것이 인생이었다. 데스는 지미가 단추를 채우는 동안 비커를 들고 있었다.
“데스, 재미있죠?”
“당신이 단추 채우는 거 보는 거요?” --- p.456
“그래서 당신도 할 거예요?”
데스가 물었다.
“나보고 매니저 하라고요?”
“연주 말이에요. 밴드에서.”
데스가 말했다.
“뭘 연주하라는 거죠?”
“트럼펫 잘 불잖아요.”
데스가 말했다.
“이런.”
--- p.534~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