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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기다릴게
중고도서

미래에서 기다릴게

: 나에게 보내는 속삭임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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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2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88g | 137*200*20mm
ISBN13 9788968330209
ISBN10 896833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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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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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서 두 손을 떼어 내며 어떻게든 웃으려고 입꼬리를 올리는 순간, 더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너무 웃겨서…… 웃겨서……. 너무 힘들어…… 너무 힘들어…….”
나는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니라 마치 게워 내는 사람처럼 울어 버렸다.
친구는 더 이상 웃지 않았다. 어느새 두 사람이 울고 있었다.
그날 나는 친구가 내밀어 준 손을 잡고 그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그곳은 안에선 문을 만들 수 없는, 누군가 밖에서 문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p.38 〈방을 만들지 않는 방법〉

하지만 사는 동안 알게 되었다. 슬픔은 1 다음에 2, 다음에 3의 순서로, 봄 다음에 여름, 가을, 겨울의 순서로 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약속한 적 한 번 없이 오는 일방적인 성질의 것이고, 오고 싶으면 오고, 왔으면 가고 싶을 때까지 머무는, 배려 따위 없는 ‘삶의 악역’이란 것을 말이다. 슬픔이 끝나면 더 큰 슬픔이 올 수도 있다. 더 큰 슬픔이 끝나면 그보다 더 큰 슬픔이 올 수도 있다.---p.67 〈슬픔 다음에 오는 것〉

마치 자신이 나를 울린 양 안절부절못하던 이 아이의 행동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은 다음 순간부터다. 갑자기 가방에서 커다란 복숭아를 꺼내더니 한입을 덥석 베어 물었다. 그리고 자기 입 크기만큼 베어 문, 즙이 뚝뚝 떨어지는 그 부분을 내 코끝에 내밀었다. 마치 코피를 지혈해 주는 손수건처럼 한참을 내밀었다.
“복숭아 향 좋지? 우리 엄마가 이렇게 해 주랬어.”
그 순간이다. 식용유가 위장에서 울렁이는 듯 괴롭던 버스 안의 공기가 변하던 순간. 퍼지는 복숭아 향. 나는 복숭아를 쥐고 코끝에 댄 채 현충원에 도착했다.---p.124 〈복숭아 그리고 키스 자렛(Keith Jarrett) 7번 트랙〉

혼자서도 가슴이 뛰고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다. 언제고 다시 혼자일 수 있다. 언제고 나의 별로 돌아갈 수 있으니 준비를 해 두는 게 필요하다. 누군가 나를 떠났거나 잠시 혼자 남겨졌을 때, 혼자인 시간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너도 나도 혼자서 제 사진을 찍는 이 시절에.---p.163 〈혼자와 혼자가 만났을 때〉

‘너이니 특별히 된다’는, 마치 귓속말 같은 은밀함이 내장된 예외의 주인공이 되어 지금 남편의 아내가 되었고, 그 아내 또한 ‘유희열처럼 눈이 작고 말라야 매력’이라는 남자 보는 기준에 예외를 두어 이처럼 눈이 동그랗고 마르지 않은 남편을 둔 것이다.
삶에 있어 규칙은 예외가 있어서 특별해지고, 약속은 깨져서 우연이라는 것이 나오며, 궤도는 이탈해서 또 다른 행성을 만나게 한다. 예외가 있고 또한 없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규칙을 세우고 무너뜨리며, 궤도에 진입하고 이탈한다.---p.220 〈샤커레또(Shakerrato)〉

‘큰일 날 뻔했다’는 건 ‘사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의 과장이면서 ‘일어났다면 정말 큰일이었다’는 놀람과 안도다. 그처럼 일상의 뒷면에 항상 절벽처럼 숨어 있는 위태함을 생각하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이 일상에 오늘도 감사한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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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삼킨별’로 선보인 그간의 작품들은 우리 안의 낭만과 소녀성을 발견하게 해 주지만 실제 사람으로 만나는 ‘김효정’은 현실의 삶을 아무런 군더더기나 겉치장 없이 이야기할 줄 아는 어른이다. 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 아는 그 ‘김효정’을 몹시 좋아한다.

사진, 글, 캘리그래피라는 창의적인 일, 홍대 앞의 개성 넘치는 카페, 예쁜 두 딸과 듬직한 첫사랑 남편, 근사한 외국 출장, 하물며 소녀 취향이라니, 참 얄밉고 질투 나는 수식어를 가진 그녀지만, 이면의 그녀는 여느 우리들처럼 애쓰고 상처 받고 아프고 무너졌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을 먼저 생각해야 했고 ‘일하는 엄마’로서 두 딸에게 쓸쓸한 유년의 기억을 만들까 봐 노심초사하지만 그러면서도 ‘나’ 역시 놓지 못하는 이기적인 엄마라고 자책도 한다. 하지만 끝내 그녀는 의존하지 않고 책임진다는 면에서 강인한 ‘어른’이고, 변명하거나 체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전히 ‘소녀’다.

‘현실에 충실하라’ 혹은 ‘미래를 위해 지금을 희생하라’가 아닌 ‘미래에서 기다릴게’라는 말은 또 어떤가. 부족하고 불완전하나마 지금 자신의 삶을 썩 괜찮은 것이라 인정하고 따뜻하게 안지만, 이내 안주하지 않고 다가올 내일을 위해 일어나서 한 걸음 내 힘으로 걸어 나가 보자는, 지극히 김효정다운 위로와 응원이다.
이제 그녀는 ‘나만의’ 김효정이 아닌 ‘여러분의’ 김효정이다.
임경선(칼럼니스트, 《나라는 여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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