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곰이는 반달을 흔들어 보기도 하고 뒤집어 보기도 했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무석도 나오지 않았어. 그래서 구멍에 ‘후-’ 하고 입으로 바람을 불어 보다가 깜짝 놀랐어. 아주 멋진 소리가 나는 거야. 피리 소리보다 맑고, 연못에 돌을 던졌을 때보다 깊은 소리가 들렸어.
곰곰이가 손뼉을 치며 말했어.
“달곰아, 넌 노래보다 반달로 소리를 내는 게 좋겠다. 연주 말이야. 연주를 하는 게 더 멋지겠다.”
“연주라고? 내가 연주를? 내가 악기를 연주하는 곰이 될 수 있단 말이지?”
달곰이가 반달 끝에 다시 입을 대고 바람을 불어넣자 정말 신기한 소리가 흘러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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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이는 신이 나서 친구들에게 말했어.
“이제 우리 신이 나면 이렇게 뛰자. 그런데 말이야. 신이 나지 않더라도 ‘통-통-통-’ 뛰면 저절로 신이 나게 될 거야. 모두 기분이 좋지? 자~, 내 피리 소리에 맞추어 뛰어 봐.”
숲속의 모든 친구들이 앞발만 사뿐사뿐 신나게 뛰어가지. 저 하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빗방울이 대나무 마디마디에 떨어지며 ‘통-통-통-’ 소리를 내는 것처럼 가볍게 뛰며 집으로 돌아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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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돌이가 좀 더 편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달곰이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어.
“그래? 세모난 집은 버리면 되지 뭐. 그러면 고민도 같이 사라질 거야. 큰 방도 버리고 큰 침대도 버리고 동그란 집의 작은 침대에서 편하게 자는 거야.”
달곰이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혼자 중얼거렸어.
“그래. 세상의 작은 것들이 예쁘잖아. 이른 아침 이슬처럼, 늦은 밤 반딧불이처럼, 봄날 빗방울처럼, 여름 호숫가에 반짝이는 조약돌처럼, 가을 산마루의 들국화처럼, 겨울바람에 날리는 눈꽃송이처럼 작은 것들이 아름답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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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콤달콤한 곰딸기를 하나둘 따서 먹다 보니 갑자기 더 빨리, 더 많이 먹고 싶어졌어. 그래서 몇 개나 먹었는지 셀 수 없을 만큼 먹고 났더니 친구들 얼굴도 새콤달콤 맛있는 표정으로 변했지. 참을 수 없을 만큼 배가 부르려면? 달곰이처럼 먹어 봐. 달곰이는 산딸기를 정말 셀 수 없이 많이 먹지. 언덕길을 내려가면서도 우적우적, 오물오물, 오독오독 먹어 땠어. 꼬찌도 달곰이만큼 많이 먹어서 배가 불룩해졌지.
달곰이는 잠포록하게 안개에 젖은 오리나무숲 기슭에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산딸기 알갱이들에 온통 정신이 팔렸어. 산딸기숲은 끝없이 펼쳐져 있었어. 한참 배불리 먹다 하늘을 보니 수많은 산딸기가 쏟아져 내리는 것 같은 빨간 하늘이 보였어. 바로 저녁놀이었지. 그래, 저녁놀도 딸기처럼 맛있는 빨간색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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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는 이제 소리 내서 울기 시작했어. 달래 보려던 꼬찌 손도 뿌리치고 울었어. 그때 산토도 덜덜 떨며 울기 시작했고, 돌돌이도, 달래던 꼬찌도 어깨를 들썩이며 울기 시작했어.
두지 아저씨가 말했지.
“밤길을 걷기 위험하니까 그냥 여기 앉아서 밤을 지새우는 게 어때?”
곰곰이가 소리쳤어.
“이 무서운 곳에서? 싫어~!”
친구들 울음소리에 산이 떠나가는 듯했어. 달곰이는 허리에 두 손을 얹고 어둠 속을 노려보았지. 사실 달곰이도 무섭긴 했지만 누군가 친구들을 지켜야 한다면 자신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용기를 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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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이는 붕이와 같이 놀 방법을 찾지 못해 안타까웠어. 서로 다른 친구를 만나는 건 정말 재미있지. 어두운 밤하늘을 날면서 멀리까지 볼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지? 그리고 맑은 아침 햇살에서 멋진 피리를 불고 나타나는 친구가 있으면 더 좋겠지? 또, 귀가 큰 친구나 왼손잡이 친구, 그리고 꽃 이름을 다 아는 친구가 있다면 더더 좋겠지? 세상 모두가 친구가 될 수 있어. 생긴 것도 다르고 키도, 성격도, 생각도 달라 처음에는 불편하지만 친구가 되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많아. 그래, 많을수록 좋은 게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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