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지구, 그곳엔 맑은 공기와 투명한 하늘이 있어요. 순수한 자연과 사람도 함께 어우러져 살고 있을 거예요. 우리의 지구도 그래야 하기에, 사람과 자연이 함께 청정해야 하기에, 환경, 지금 우리가 지켜가야 합니다. 지구를 위해, 나를 위해, 휴머네이처(Humanature) 지구환경 살리기, 지금 당신으로부터. 또 하나의 지구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주요 비주얼로 하는 그 썸네일의 설명이 끝났을 때, 민 기획이 외쳤다. “유레카!”
--- p.101~102
울상이 된 채 거실 바닥에 앉아 있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나의 어릴 적이 생각났다. 나를 낳은 지 육 개월 만에 엄마가 죽으면서, 할머니 손에 큰 나였다. 엄마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고, 내 기억 속의 엄마는 오직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어린 손녀를 모자람 없이 돌봐줬다.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엔 언제나 부족함이 있었다. 어린 마음에도 할머니한테는 말하지 못한 그 존재, ‘엄마’였다. 엄마. 엄마. 아이가 나를 보며 말했다. ‘맘마’라고 한 건지, ‘엄마’라고 한 건지, 분명치 않았지만, 내 귀에는 ‘엄마’라고 들렸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한 번도 불러보지 못한 이름, 엄마. 제대로 먹지 않아 속에 든 게 없어 그런 건가? 아니면 엄마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런 건가? 생각하면서, 나는 급한 대로 우유와 컵을 꺼내 따랐다. 내가 컵을 건네자, 아이는 꼴깍꼴깍 숨 가쁘게 우유를 먹었다. 그런 아이를 보고 있자니 짠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나이고, 이 아이는 이 아이야. 마음속으로 아이와 나 사이에 선을 그으려 했지만, 그렇게 되지않는다는 걸, 나는 금방 알았다.
--- p.189~190
나는 이아를 따라 노래를 불렀다. 문득, 떠나기 전 그 사람의 모습들이 내 앞을 스쳐지나갔다. 그를 기다리진 않는다. 다만, 그로 인해 내 인생을 온전히 다시 시작할 수 있었음에 고마워할 따름이다. 그래도 혹시 그가 다시 온다면? 그럴 리 없겠지만, 그가 다시 바다정원으로 돌아온다면, 그땐 더 사랑해야지. 내가 먼저 알아보고, 내가 더 사랑해야지. 그의 옷들과 코트, 그가 썼던 휴대폰이 장롱 서랍 속 깊숙이 있다는 건 나만의 비밀. 어쨌든, 그는 분명 내 앞에 나타났다가 떠났다. 그리고 그로 인해 나는, 내 삶은 달라졌다. 허나, 그 일이 어떻게 내게 일어났는지를, 그리고 그 우연 같은 일이 절대 우연이 아니었음을, 나는 누군가에게 설명할 자신이 없다. 원래 불가사의한 일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기도 하고. 그러나 이거 하나만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그 누군가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한 사람인 두 명의 정원을 생각하면서 대답할 것이다. 참 맑은 사람이었지. 그리고 말할 것이다. 참 좋은 사람이었어.
--- p.258~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