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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명공주 2 : 일본의 천황이 된 백제 공주
중고도서

제명공주 2 : 일본의 천황이 된 백제 공주

: 일본의 천황이 된 백제 공주

이상훈 | 박하 | 2018년 05월 0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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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5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406g | 145*200*30mm
ISBN13 9788965706274
ISBN10 8965706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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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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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가 왜의 속국이 되었다는 건 왜곡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여러분들도 그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 진실이 두려운 것뿐입니다. 두렵다고 피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은 비겁한 행동입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입니다. 700년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백제는 사라졌습니다. 그 백제의 기록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록에 남아 있지 않다고 해서 모든 역사를 부정하지는 마십시오. 우리가 한반도를 점령하고 있을 때에도 우린 다분히 진실을 지우고 왜곡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우리의 역사가 그렇게 왜곡되어선 안 된다고 믿습니다. 우리 후손에게 거짓을 가르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게 《일본서기》에 기록되어 있는 이야기라고 말하지 마십시오. 중요한 것은 역사적 기록이 아니라 역사적 진실입니다. 저는 다른 누구보다 우리가 이 역사적 진실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 p.43

임성 태자의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의광의 처소에서 산파와 의광이 밖으로 나오다 임성 태자를 보고 그에게 달려왔다.
“그래, 어찌 되었느냐?”
“딸이옵니다. 산모도 건강하고 아이도 건강합니다.”
“오, 잘됐구나.”
임성 태자가 그들과 함께 처소로 향했다. 아직 세상의 이치 따위 모를 아이임에도 아기보에 쌓인 아이는 임성 태자를 보고 눈웃음을 지었다. 권력의 다툼도 없고 욕망도 없고 더군다나 술수 따윈 모르는 무욕의 세상이 아이의 눈 속에 있었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따뜻한 봄. 훗날 왜에서 두 번이나 왕위에오르는 제명 공주가 태어났다. 부여 의광의 딸이며 임성 태자에게는 손녀이며 나중에 백제를 돕기 위해 대대적인 거병을 지시한 여자 왕이었다.
제명의 탄생은 백제촌의 큰 기쁨이었다. 임성 태자는 부여 의광의 미래도 밝을 것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단지 부여 장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그 역시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아좌 태자의 아들 부여 장을 눈여겨보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소가노 우마코였다. 소가 집안과 왜 왕실의 실질적 권력자인 소가노 우마코는 아좌 태자를 흠모하고 존경했다. 그는 왜에서 비상한 직감으로 부동의 권력을 누려온 집안의 어른답게 부여 장의 얼굴에서 대왕의 빛을 발견하였다.
--- p.86~87

“누나도 이 섬에서 한 번도 나가보지 않았지?”
“응.”
“누나는 나가보고 싶지 않아?”
“나는 이 섬이 좋아. 할아버지가 있고 부모님이 계시니까 그냥 이 섬이 좋아.”
“그럼, 누나는 백제에 가보고 싶지 않아?”
“네가 백제의 대왕이 되어서 나를 불러주면 그때는 갈게.”
“내가 약속할게. 내가 백제의 대왕이 되어서 꼭 누나를 부를게. 누나가 있으면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할아버지 말씀대로 나는 백제를 최고의 대제국으로 만들 거야. 그러니까 누나가 꼭 옆에 있어줘야 해. 자, 약속.”
의자는 새끼손가락을 제명에게 내밀었다
제명은 의자의 손가락을 살포시 잡으며 의자에게 말했다.
“너는 훌륭한 백제의 대왕이 될 거야.”
“내가 훌륭한 대왕이 되어도 누나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 그러니 누나가 꼭 내 옆에 있어줘야 해.”
제명은 의자가 귀여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꼭 껴안았다.
넘실대는 파도가 박수를 치듯 두 사람 주위로 시끄럽게 몰려들었다. 이런 두 사람을 임성 태자는 멀리 서서 흐뭇한 눈길로 지켜보았다. 특별한 운명의 장난만 없다면 저 두 사람의 힘으로 백제는 다시 해양강국의 면모를 드러내리라 의심하지 않았다.
--- p.114~115

제명은 편지를 읽는 내내 소매가 젖을 정도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사랑이 무엇인지,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사랑이 이런 것인지, 서로 만날 수 없기에 사랑의 깊이가 더 깊어지는 것은 아닐까? 의자와 결혼을 해서 살았더라면 이런 고귀한 사랑이 이루어질 수있었을까, 제명의 머릿속에서 온갖 상념들이 춤추고 있었다. 어차피 한번밖에 살 수 없는 인생인데 차라리 모든 것을 버리고 백제로 가서 의자의 시종이라도 돼서 옆에서 바라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이 어이가 없어 자신도 픽 웃고 말았다. 편지를 읽는 동안 제명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행복의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의자왕은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그 사실이 그녀에겐 가장 큰 행복이었다.
‘그래 내가 의자왕을 위해서 여기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면서 조용히 기다리자.’
그 순간 제명의 마음에는 물결치는 파동이 사라지고 잔잔한 평화가 찾아왔다. 달을 쳐다보며 혼자 속삭였다.
“의자 대왕 폐하, 사랑하옵니다.”
--- p.266~267

A.D. 3세기경 일본의 야요이 시대彌生時代 후반에 총 20만 명 정도의 인구가 일본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 A.D. 7세기경, 백제와 고구려 멸망 직후에 인구가 4백만 명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는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인구증가율로 폭발적인 외부의 유입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백제 멸망 후에 왜로 백제의 찬란했던 문화가 이어졌다. 백제의 우수한 인력들이 왜로 건너갔다. 물론 그 이전부터 조금씩 왜로 건너갔던 백제인들이 있었다. 그렇게 먼저 일본에 정착한 도래인들과 백제 멸망 후 왜로 건너간 귀족들의 대거 유입으로 일본은 찬란한 문화를 꽃피울 수가 있었던 것이다. 지금 일본의 우수한 인재들은 모두가 백제의 피를 이어받은 것이라 해도 아무런 문제될 게 없었다.
“하긴 임성 태자도 백제 분이셨고. 저 역시 엄밀히 따지자면 백제인이죠.”
마사코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멀리 창밖으로 반도의 땅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본과 한국은 정말 가까운 나라예요.”
마사코가 혼잣말을 했다.
--- p.406

《씨족기》는 매우 꼼꼼하게 한 인물 한 인물에 대해 기록하고 있었다. 언제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살았던 집은 어디였는지, 부모는 누구인지, 천황으로 언제 즉위를 했는지, 언제 사망했는지, 주변 인물들은 누구이며 그들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에 정착했으며 어떤 공적을 세웠는지 그리고 어디에 묻혔는지 등등 세밀하게 기록하고 있었다.
이 인물들 중에 마사코가 유독 관심을 보인 인물은 당연하게도 임성 태자였다. 추고, 서명, 황극, 효덕, 제명 천황 이렇게 다섯 명의 천황 시절을 함께 살아온 백제의 태자인 임성 태자의 기록이 가장 궁금했다. 그는 그렇게 5대 천황의 시절에 백제 도래인이자 소가 대신 못지않게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던 인물로 기록되어 있었다. 적어도 추고(스이코) 천황 역시 백제와 깊은 인연이 있음을 드러낸 《씨족기》였다. 백제 역사 왜곡을 시작한 《고사기》나 《일본서기》로부터 목숨으로 지켜낸 《씨족기》였다. 《고사기》 하권에 등장하는 천황들에 대한 기록보다 훨씬 더 꼼꼼하게 진실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들의 근본이 어디
인지는 물론 주변 인물들 역시 그 뿌리를 어디에 두었는지에 대한 기록이었다. 곤지왕에 대한 기록은 물론 아좌 태자에 대한 기록 역시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일본 역사학계에서 전설적인 인물로 치부해버렸던 인물들이 실존했으며 그들이 왜 왕실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쳤으며 천황의 뿌리엔 백제가 있다는 가계도가 네 사람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백제 왕실과 일본 왜 왕실의 가계도까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씨족기》의 내용은 문 교수가 그토록 주장하던 이론의 역사적 사료였다. 역사는 정확한 사료에 의한 고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 정확한 사료가지금 문 교수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문 교수는 갑자기 목이 말랐다. 냉장고로 달려가 물병을 꺼내 들고 물을 들이켰다. 마사코와 조민국은 베란다로 나가 막힌 숨을 토해내느라 크게 심호흡을 했다. 문 교수가 베란다로 다가가자 조민국은 흥분한 듯이 말했다.
“교수님, 저 《씨족기》가 사실이라면 우리도 그렇지만 일본도 완전히 뒤집어지겠는데요.”
문 교수 역시 《씨족기》의 내용을 사실이라고 판단한다면 뒤집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개벽이 일 정도로 파괴력을 지닌 책이라 생각했다.
--- p.606~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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