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온 세계가 경제공항으로 혼란스럽던 1930년대 초, 침체된 38선 북쪽의 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18세부터 자의 반 타의 반 60년간 세계를 떠돌며 살아왔다. 그 중 약 30년간은 세계보건기구(WHO)에 종사하며 아프리카나 동남아와 같은 열대후진국에서 여러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일했다. 덕분에 우리 가족들도 불교, 개신교, 천주교, 힌두교 그리고 이슬람교 등 종파와 인종과 문화가 다른 여러 나라 속에서 남다른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은퇴 후 20년이라는 긴 시간을 젊은 시절에 보냈던 나라들을 다시 방문하면서 보냈다. 세월과 더불어 그 나라들이 개화발전해가는 모습은 물론, 국민들의 변화된 삶과 의식까지도 다시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다. 나는 그런 여행을 통해서 얻어진 생각들을 52과제로 나누어 나의 신앙자세와 비교해 수필 식으로 저술해 보았다. 말하자면『기독교인의 과외공부』는 나의 떠돌이 생활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만든 자연과학도의 신앙 간증서요 신앙수필집인 셈이다.
깊은 숲속에서는 산림전체의 모습을 잘 파악할 수 없듯이 교회라는 신앙공동체도 마찬가지다. 안에서만 오래 전념하다보면 급변하는 교회 밖에서의 문물사정과 현실문제가 마음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이 책은 평신도의 눈에 비친 교인들의 당면한 사회생활문제들을 숲 밖에서 생각해보면서 ‘생활신앙’을 스스로 키워보자는 선한 취지로 저술했다.
성숙한 시민 혹은 크리스천다운 신앙인으로 사회생활을 하는데 고려해야할 인성문제와, 교회에서 덜 취급하는 생활과제들을 다루었기에 ‘과외공부’라는 이름을 붙여보았다.
한국에는 지난 반세기동안 개신교 교인수가 급증하여 전 인구의 25-30%나 차지한다. 그렇다면 사회도 그만큼 달라져야 마땅하겠으나, 한국사회의 윤리도덕과 민도는 풍요로운 경제생활과는 달리 별로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교화되어야 마땅하고 기독교문화도 그만큼 더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교회생활은 잘하지만 신앙생활을 통해서 생활의식이나 자세는 그렇게 바꾸어진 것이 눈에 뜨이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교회생활에서 얻는 신앙을 밑거름으로, 성숙한 인간으로 변하여 바람직한 기독교문화를 하나씩 만들어 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날의 한국처럼 물량주의에 치우쳐 각 교회가 성장만을 위해 서로 경쟁하다보면, 교회는 겸손이나 절제 또는 봉사생활을 격려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적절한 사회참여도 하지 못하게 된다. 사회참여란 헐벗은 시민들을 위한 정부의 손길이 미약하거나 아직 미치지 못한 곳을 조용하게 채워주는 그리스도다운 봉사를 말한다. 교회가 ‘끄는 힘’(Pulling Factors)을 지니지 못하고 사회로부터 눈총과 비판 또는 불신임을 받으면 신도들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비극이 생긴다. 어쩌면 2005년에 시작했다는 ‘한국의 반기독교운동’이 바로 그 징조가 아닌가 싶다.
『기독교인의 과외공부』가 아무쪼록 사회참여를 열망하는 한국의 크고 작은 교회들과 올바른 ‘생활신앙’을 염원하는 기독교인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이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도움이 있었다. 우선 성경지식과 교회 살림에 대해 자세히 지도해 주신 나파교회 장한섭 장로님께 감사를 드린다. 여행을 시작하면서 쓰기 시작한 평탄치 못한 문맥에 제대로 갖추지 못한 옛날 한글철자 원고를 제일 먼저 읽어준 내 아내, 그리고 출판경비를 담당해 준 둘째 부부(Charles와 Selma)에게 고마운 마음을 감출수가 없다.
또한 원고를 출판하도록 교정, 편집 그리고 표지까지 예쁘게 만들어 주신 ‘북산책’의 김영란 대표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김 대표의 용기와 격려가 없었다면 내 원고는 세상에 선보일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원고를 준비하던 지난 1년 3개월 동안 허물 많았던 젊은 날들을 회상하며 반성할 수 있어서 스스로 큰 보람을 느꼈고, 또한 내 생애에 있어서 이만큼 즐거웠든 시간도 없었던 것 같다. 나에게 또 다른 여행을 떠나게 해 준 이 책을 통해 공적으로 사적으로 만나 인연을 맺었던 국내외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

방 영호 박사는 1995년 자신의 명저(名著)『물 있는 사막』을 출판할 때, ‘추천 시’로 나의 시 ‘그저 물이면 된다’를 책머리에 올렸다. 그렇게 물로 맺어지고 시작한 나와 방 박사의 인연은 물로 인해 깊어갔다. <br/>이북출신인 방 박사는 누구보다 6.25와 실향민의 고통을 겪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남다른 신앙, 용기 그리고 노력은 그가 다른 저서『인생은 만남의 연속』에서 저술했듯이 그때그때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했다. 6.25 전쟁 때 철수하는 배를 타지 못했던 그는, 수중에 가진 것도 없이 원산에서 포항까지 천리 길을 육로로 걸었다고 한다. 그는 그때의 심정을 자신의 저서『고향을 떠난 사람들』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br/>“하루도 굶은 적이 없고 한지(寒地)에서 자 본 일도 없다. 앞장을 서서 구걸할 수 밖에 없는 처지였는데 그때 피난길에서 만난 동해 사람들의 친절과 자비를 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br/>나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당시 인심도 인심이려니와, 방용호 소년이 그런 사랑을 받을 만한 용모를 가졌고, 지금도 누구에게나 존경과 사랑을 받을 풍채와 향(香)을 지녔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br/>전쟁의 폐허 속에 어렵게 한국에서 대학을 마친 그는 1956년 도미(渡美)하여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관, 팀장, 고문관 그리고 교수로서 헌신봉사 한 세월이 30년, 그 후 그는 은퇴하여 미국 북 캘리포니아의 나파(Napa)에 살며 글쓰기에 전념하여왔다. <br/>방 박사는 지나간 삶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말은 그만큼 사랑의 빚을 많이 졌다는 말이기도 한데, 방 박사는 지난 30년 동안을 혼신의 힘을 다해 헐벗고 가난한 지역의 사람들을 위해 일하며 그들을 섬겨왔으니 그 빚을 많이 갚은 셈이다.<br/>그는 또한 과학자만이 쓸 수 있는 5권의 전문적인 저술, 『신음 하는 지구촌』, 『물 있는 사막』,『One Dollar A Day』, 『고향을 떠난 사람들』,『인생은 만남의 연속』으로 그동안 자신이 연구해 온 신음하는 지구의 애원을 대변해 왔다.<br/>그런 방 박사가 이번에는 신앙에세이를 묶은『기독교인의 과외공부』를 펴낸다. 특히 그는 우리의 모 교회(母敎會)인 한국교회와 우리가 몸담고 있는 북미 이민교회의 현상인 ‘물량주의(物量主義)에 기초한 개체교회 성장만을 위한 경쟁’이나, ‘교회생활은 잘하는 반해 잘 하지 못하는 생활신앙’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또한 우리 교인들이 과연 예수님이 이룩하시려는 ‘인간구원 대업에 동참하고 있는가?’ 라며 강하게 반문한다. <br/>그동안 방 박사는 기독교인으로 과학도로 세계를 돌며 울타리 밖에서 본 많은 것을 오래 동안 축척해 왔다. 신앙인으로서 나아갈 바를 수필형식으로 풀어낸 이 고백서가, 기독교인들의 신앙생활에 훌륭한 ‘교과서적인 지침서’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신앙의 음성을 과학도의 소리로 들을 수 있으니 더욱 자랑스럽고 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