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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레 사진관 (상/ 양장)
중고도서

고구레 사진관 (상/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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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1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464쪽 | 540g | 128*188*30mm
ISBN13 9788957076132
ISBN10 8957076131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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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희 가게 사진 때문에 피해를 입었어. 도망쳐도 소용없어.”
못 들은 척할 수 없다, 그런 생각이 들고 말았다.
하나비시 가는 사진관도 아니고, 여자애가 말하는 ‘너희 가게’도 고구레 사진관이니 전혀 관계가 없다. 문을 닫아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피해’라는 단어는 무겁다. 정말로 고구레 사진관에서 맡은 사진과 관련된 문제로 찾아왔다면 모른 체해서는 곤란할지도 모른다. 집을 판 그 부부에게―아니면 스도 사장에게라도―한마디쯤 보고할 의무는 있지 않을까?
에이이치는 다시 문을 열었다. 화가 난 여고생이 바짝 다가섰다.
“피해라니, 무슨 피해?”
목소리를 진정시키고 에이이치가 물었다. 여고생은 에이이치가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것을 알아채자마자 더 힘껏 액셀러레이터를 밟아대기 시작했다. 어깨에 메고 있던 학교 가방을 열더니 그 속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에이이치의 코앞에 들이밀었다.
“네 눈으로 똑똑히 봐. 이거야!”
에이이치는 손을 내밀지 않았다. 다갈색 종이봉투가 콧등을 찌를 것 같았다.
“무슨 사진인데 그래?”
기다렸다는 듯이 여고생이 하이 톤의 목소리로 소리쳤다.
“심령사진이야!”

아! 하지만…… 사진의 피사체는 일곱 명이었다.
단지, 일곱 번째 사람은 다른 피사체와의 관계를 추측하기에 앞서 과연 ‘사람’으로 세어도 좋을지 어떨지, 하는 문제가 있었다.
떠들썩하게 식사 모임 중인 여섯 사람이 모인 거실 오른쪽으로 객실이 끝나는 문턱이 보였다. 맹장지문이 열려 있었다. 문턱 너머는 마룻바닥이니 복도가 아니라 부엌일 것이다. 식탁 테두리와 의자가 절반쯤 찍혀 있었다. 다시 말해 누가 찍었는지는 모르지만, 솜씨가 서툰 스냅사진이었다. (……)
부엌 의자는 당연히 식탁 높이보다 낮고 그 사이에 공간이 있다. 일곱 번째 피사체는 그곳에 있었다.
얼굴은 여자다. 아니, 기본적으로 여자의 얼굴이다. 이마 위는 식탁 때문에 잘려 나갔다. 식탁 위로 여자의 머리칼―머리 부분이 올라온 모습―은 찍히지 않았다. 턱 밑으로는 의자 시트 부분에 잘렸다. 의자는 나무로 만든 다리 세 개짜리의 흔하디흔한 것으로, 그 사이에도 공간이 있다. 그러니 일곱 번째 피사체가 그런 곳에 웅크리고 앉았다면 의자 다리 사이로 몸이 찍혔어야 마땅하다. 아니면 의자 밖으로 비어져 나오게 찍혔거나.
그런데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말해서, 식탁 밑과 의자의 엉덩이 받침 사이에 여자의 눈썹, 두 눈, 코, 양 볼, 입술만 두둥실 떠 있는 것이다. 그 눈은 활짝 뜨여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입술은 살짝 벌어져서 무슨 말을 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얼굴 양옆이 부옇게 흐려져서 귀는 보이지 않았고 머리 모양도 알 수 없었다.

“평상시랑 다름없이 입도 거칠고 눈빛도 사납고 태도도 안 좋았지만, 그녀가 먼저 남에게 다가가는 건 정말 드문 일이거든. 보통 때는 손님한테 생긋도 안 하니까.”
분명 에이이치도 손님으로 찾아왔을 때는 가키모토 준코와 얘기를 나눈 기억이 없다.
“최근 일 년간 가키모토 씨를 보고 느낀 점인데…….”
사장이 팔짱을 끼고 나지막이 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그렇게 공격적인 건 사실은 두렵기 때문이야.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어떻게든 강하게 나가야지 안 그러면 금세 당한다고 굳게 믿고 있는 거야. 상처 받기 전에 먼저 상처를 주려는 거지. 그런 인간관계밖에 모르는 것 같아, 지금껏.”
(……)
미스 가키모토는 살아 있는 인간을 두려워한다. 탄빵은 유령을 두려워한다. 그렇지만 탄빵도 살아 있는 인간 때문에 두려움을 느낀 경험이 분명 있을 것이다. 예전에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으니까.
“자네나 덴코 학생처럼 젊은 친구들이랑 친구가 되면 그녀도 기운이 날 거란 생각이 들더군. 가키모토 씨 자신도 그런 긍정적인 마음이 있었으니까 자네들한테 말을 건넸을 테고.”
그러면서도 남한테 바보 같다는 소리나 해댄다. 찌를 듯한 밉살스러운 눈빛으로.
미움을 받기 전에 먼저 미워하게 만들려고?

―그 거울에 사람이 비쳤습니다.
사람의 손이 비쳤다고 한다. 그 말대로 어른이 그 경대 앞에 서면 딱 손목 언저리가 비친다.
―깜짝 놀랐죠. 아무도 없다고 판단하고 들어갔으니까, 나 말고는 다른 사람이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사실은 이 층에서 모자가 평화롭게 잠들어 있었지만.
헛것을 봤나 싶어서 노나카 다미오는 경대로 다가가 거울을 살짝 위로 들면서 들여다봤다. 물론 자기 얼굴이 비쳤다.
―그런데 나만 있는 게 아니었어요.
노나카 다미오의 등을 감싸듯이 누군가가 얼굴을 불쑥 들이밀고 있었다.
―시커먼 사람 그림자인데 새하얗게…….
대체 어느 쪽이야?
―집 안이라 얼굴만 새하얬어요. 하지만 몸집이랄까 분위기로 봐서 할아버지라는 걸 알았습니다. 거울에 비친 손떵 주름이 자글자글했고요.
자기의 상황도 까맣게 잊은 채 소리를 지를 뻔하다가 간신히 손으로 입을 짓눌렀다. 그러자 곧바로 호흡이 곤란해졌다. 작업복 옷깃이 팽팽하게 조여들었다.
―마치 뒤에서 옷깃을 움켜쥐고 잡아당기는 것 같았죠.
목이 졸려 숨을 쉴 수 없었다. 오한도 점점 더 심해졌다.
―할아버지 주제에 어찌나 힘이 좋던지…… 이건 아니다,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포가 너무 큰 나머지 뭘 어떻게 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군용 나이프를 휘두르며 밖으로 뛰어나와 있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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