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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블루스 : 머나 먼 자유를 향한 희망가
중고도서

아프간 블루스 : 머나 먼 자유를 향한 희망가

: 머나 먼 자유를 향한 희망가

홍윤오 | 큰곰 | 2011년 09월 0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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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9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155*225*20mm
ISBN13 9788996277668
ISBN10 8996277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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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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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들 말로는 9·11에 대한 응징 보복이자 테러의 뿌리를 뽑기 위한 명분 있는 전쟁이라고 했지만 제3자의 시각에서는 일방적인 폭탄 세례였다. 명색이 전쟁이라면 서로 치고, 받고, 밀고 당기는 최소한의 힘겨루기가 있어야지, 이 싸움은 그런 양상이 아니었다. 덩치 좋은 대학생이 ‘못된 짓 했다’며 초등학생을 마구 두들겨 패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오죽하면 미국 당국자 스스로도 ‘더러운 전쟁(dirty war)’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는가.---p.23

내 옆자리에는 비교적 젊은 말레이시아인 무슬림이 앉아 있었다. 그가 친근감을 표시하면서 말을 걸어 왔다. ‘난사르’라는 28세 교사였다. 운이 좋게도 나는 비행시간 내내 그 난사르를 통해 이슬람과 그것을 믿는 무슬림에 대한 개략적인 ‘브리핑’을 들을 수 있었다. “무슬림들에게는 현세(現世)와 내세(來世)가 있다. 현세는 내세로 가기 위한 전 단계에 불과하다. 따라서 무슬림들에게는 현세에서 겪는 가난이나 고통, 심지어 죽음 따위가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다. 그런 고통을 당하면 당할수록 오히려 내세에서는 더 행복한 삶으로 알라 신이 인도해 준다고 믿는다.”---pp.29~30

“미스터 홍, 지금 빨리 페샤와르에 가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실은 그 며칠 새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프간 전황(戰況)이 완전히 미·영 연합군 쪽으로 쏠리면서 수도 카불 함락이 오늘내일 하고 있었다. 나는 즉각 짐을 싸서 페샤와르로 향했다. 물론 혼자였다.---p.52

이날 오후 잘랄라바드를 ‘접수’하기 위해 향하는 600여 명의 무자헤딘 뒤로 100여 명의 다국적 기자단이 따라붙었다. 저마다 한껏 기른 수염을 달고서. 나도 그중 하나였는데, 유일한 한국인이었다.(56

이곳 사람들은 알카에다 조직원을 ‘아랍인들’이라고 불렀다. 수년 전 빈 라덴과 함께 몰려든 후 아프간 주민들이 줄곧 느껴 온 위화감이 배어 있는 말투다. 알 카에다가 숨은 곳은 남쪽으로 60~70㎞ 떨어진 파치루아감과 토라보라의 산악동굴이라고 귀띔 해 주는 주민도 있었다.---p.72

22㎞만를 뛴 도요타 ‘코롤라’ 택시였다. 노란색 차체에는 ‘일본전기통신공사’라고 씌어 있었다. 짐작이 갔다. 일본전기통신공사에서 공무용으로 쓰던 차가 이곳까지 흘러들어온 것이다. 하기야 길거리 좌판에서도 20년 전 일본 담배나, 우리나라 ‘88담배’가 팔리고 있어서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칸이 말했다. “어차피 혼자 가는데 좋은 차가 무슨 필요가 있나? 더욱이 현지 고물 택시를 타고 가야 주의를 안 끈다.” 칸의 이 말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내가 생사의 기로에서 생문(生門)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서는 순간이었다.---pp.78~79

그가 시비를 걸어오자 순식간에 주변 분위기가 돌변했다. 다른 군중들의 분위기도 갑자기 따라서 썰렁하게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눈빛 하나, 말 한 마디가 생사를 좌우할 수 있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나는 얼른 밝고 부드러운 눈빛을 지으며 평화의 메시지를 보냈다. “나는 아메리칸이 아니다. 중국과 이웃인 코리아에서 온 기자다(이들은 중국에 대해서는 호의적이었다).” 그리고 두 손을 쳐들며 외쳤다. “알라 아크바르(알라 신은 위대하다).” 나의 말에 자기들끼리 뭔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이때다 싶어 서둘러 차를 타고 줄행랑을 쳤다.---p.83

“여기서 카불까지 가는데 안전한가?” 그들에겐 앞길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지가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그런 상황에서 카불에서 되돌아오고 있는 나야말로 가장 반갑고 정확한 정보원이었을 터. “나를 봐라. 멀쩡하지 않느냐? 길이 험해서 그렇지, 안전에는 별문제가 없을 거다.”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실제로 내가 왔던 길이 그랬으니까…. 다만 고급 차들이 줄지어 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아뿔싸! 나중에 파키스탄으로 돌아가서 듣고는 가슴 철렁했던 일이지만, 그로부터 1시간 후, 이들 일행은 무장괴한들에게 붙잡혀 갖고 있던 돈과 물건들을 다 빼앗긴 채 총으로 즉결 처형을 당했다.---p.100

꿈결에 “슈슝” 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꽈과광” 하는 불벼락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 폭음이 가슴에 내리 꽂히고 뇌를 관통하는 기분이었다. 건물 전체가 흔들리고 유리가 떨어져 나간 창문으로 매캐한 흙먼지가 온통 들어찼다. 털어서 나는 먼지가 아니라 강한 진동으로 퍼지는 먼지여서 그 와중에도 ‘어쩜 입자가 이렇게 고울 수 있나?’ 하는 엉뚱한 생각이 스쳐갔다. 불과 1~2km 떨어진 구르키 마을에 폭격이 가해진 것이다.---p.106

그렇다고 해서 민간인에 대한 오폭이나 무차별 학살이 결코 정당화될 수는 없다. 노근리 사건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전쟁터라 하더라도, 어떤 잘못된 정보가 있었다 하더라도 무고한 양민을 가둬 놓고 무차별 학살한 것은 전쟁범죄임이 틀림없다.---p.112

이런 극단주의 세력의 발호를 막고 테러와의 전쟁에서 영원히 승리하는 길은 이슬람권의 빈곤층에 대한 서방 기독교 세계의 양보와 관용뿐이다. ‘항구적 자유’ 혹은 ‘자유수호’라는 이 전쟁이 왜 그리 지루하고 힘든지에 대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p.120

전쟁 저널리즘의 한 가지 특징은 객관적 진실을 전달해야 하는, 저널리즘의 기본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종군기자들 각자의 국가 이익, 문화, 종교에 따라 일정 부분 편향되거나, 심지어 왜곡된 보도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굳이 군에서 보도통제나 검열을 하지 않더라도 기자들 스스로가 애국심에 근거한 ‘게이트키퍼’(뉴스를 취사선택하는 사람)가 되는 것이다. 내가 목격한 바로는 미국, 영국 등 서방의 메이저 언론들이 그랬다.---p.138

전쟁취재가 다른 일반적인 취재와 다른 특징은 뭘까. 종군기자에게 필요한 덕목이 무엇일까. 전쟁 속에는 총칼과 포탄만 있는 것이 아니다. 파괴와 죽음 속에서도 피어 오르는 인간적 애환과 서정들이 있다. 전쟁터에서는 평시 행복한 나라들에서는 볼 수 없는 인간의 극한 상황들이 전개된다. 그 속에 녹아 있는 인간적 서정들은 상대적으로 더 애절하지 않을까. 전쟁 저널리즘은 이런 것들을 녹여 내야 한다.---p.143

무바라크 퇴출 후 이집트 카이로에서 만났던 시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30년간 무바라크의 철권통치 아래 이어져 온 무질서와 압제의 잔재를 쉽게 털어내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시민들 중에는 “무바라크만 사라지면 민주주의가 온다고 했는데, 정정도 불안하고 살기만 힘들어졌다”면서 “차라리 무바라크 때가 그립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대중들은 정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리석다. 옳고 그름을 판별할 줄 알면서도 시류에 편승하고 눈앞의 현실에 집착한다. 혁명으로 하루아침에 세상이 모두 바뀌지 않는 이유이다.---p.166

나는 두 가지 경구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 있다. “자유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스스로 찾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더 큰 자유를 위해 지금의 자유를 잠깐 반납하자.”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스스로 더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조금씩 이루어 나가는 방법밖에 없을 듯하다. 따뜻한 가슴과 희망만큼은 늘 간직하면서 말이다.---p.252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공정한 게임의 룰에 따라 경쟁을 벌이고, 그 룰에 따라 결정이 되면 승복을 하는 시스템이 아닐까.---p.257

우리나라는 지금 선진국은 아니더라도 세계 12, 13위의 경제대국이고 역동적인 나라로 인식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세계가 진정으로 부러워하는 선진국 반열에 올려 놓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보다 사회적 품격을 높여야 한다. 이 대목에서 문화라는 것이 중요하다.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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