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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들려주는 따뜻한 사랑의 말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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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들려주는 따뜻한 사랑의 말 한마디

한승희 | 현재 | 1999년 12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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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1999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7144405
ISBN10 898714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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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이 길은 희디흰 눈밭이었습니다. 결혼한 그해 겨울이었지요. 당신 집이나 우리 집이나 구정을 쇠기 때문에 우리는 신정 연휴에 하루쯤 청평사에 갔다 오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날 우린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습니다. 하루 코스로 갔다 오려면 일찍부터 움직여야 했느니까요.

전날부터 쏟아지는 눈 때문에 우리는 기차역 앞에서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모처럼의 길을 그만둘 수는 없었지요. 사실 겉으로는 걱정되는 척했지만 마음 속으론 그 눈송이들이 오히려 우리를 축복해 주고 있다고 믿으며 설레었습니다. 코앞으로 사뿐히 날아와 내려앉는 작디작은 눈꽃들이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었습니다. 우리는 하얀 천국의 길을 따라 꿈의 여행을 떠났습니다. 기차에서 내려 갈아탄 버스는 눈 덮인 산을 올라가듯 힘겹게 비틀거리며 움직이는데, 우리의 마음은 창 밖 세상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 있었습니다. 온 세상에 하얀 드레스를 입은 천사들이 내려와 양옆으로 늘어서서 우리를 반기는 듯 괜히 기분이 우쭐해졌지요.

소양댐에서 배를 타고 청평사에 올랐다 내려오는 길에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우리는 자연스레 입을 맞추었습니다. 벌건 대낮인데도 터질 듯한 내 마음이 당신에게로 마구 달려가 묻혔브니다. 그래서 나를 빤히 쳐다보는 당신의 눈망울을 그냥 맞바라만 볼 수가 없었습니다. 난 당신 얼굴로 나의 얼굴을 가만히 가져갔습니다. 눈송이가 내려앉은 당신 입술이 얼마나 따스하고 달콤했는지 모릅니다. 참으로 긴긴 입맞춤이었습니다.

우리는 흥분된 마음을 식히기라도 하려는 듯 어디선가 다가온 눈 아줌마가 커피를 마시라고 권했습니다. 아, 그 커피 맛! 열에 들떠 바삭바삭 타들어가던 입술사이로 흘러들던 눈꽃으로 간 맞춘 커피는 기가 막히게 맛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또 어땠나요? 소양댐에 도착해 보니 눈 때문에 길이 막혀 차들이 올라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우리는 두 손을 꼭 잡고 먼길을 걸어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한 사람이 미끄러지면 함께 넘어져 뒹굴면서 말입니다. 당신은 내가 미끄러질 때마다 다칠까봐 쩔쩔맸지만, 난 너무 즐거워 다른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일부러 당신을 붙들고 미끄럼 타듯 넘어지고 뒹굴며 그 꼬불꼬불하니 경사진 길을 내려왔습니다.

돌아오는 막차 안에서 노곤한 육신을 당신 어깨에 기댄 나는 너무너무 행복했답니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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