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
결국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을 해나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브랜딩을 이해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가 명사가 아닌 동사라는 점입니다. 브랜드는 단순한 제품의 명칭이 아니라 ‘감정을 가진 생물’처럼 임직원 모두가 끊임없이 관리해줘야 할 대상이지요. CEO나 임원, 중간 관리자에서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직급을 막론하고 누구나 전사적으로 동일한 목표를 공유해 소비자에게 한 목소리를 내는 데 꼭 필요한 요소인 것입니다. ---‘들어가는 글’ 중에서
요즘 웬만한 제품들은 기술 수준이 엇비슷해서 차별화할 거리가 별로 없습니다. 텔레비전만 해도 LG든 삼성이든 큰 차이가 없지요. 냉장고든 자동차든 비슷한 가격대에서는 품질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어떤 건 잘 팔리고 어떤 건 안 팔리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브랜드에 대한 ‘인식’ 때문입니다. 즉 브랜드의 컨셉을 설정하고 그 브랜드를 통해 고객들이 어떠한 체험을 하게 하느냐가 중요한 거죠. 이처럼 소비자에게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심어가는 과정을 ‘브랜딩(branding)’이라 일컫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브랜드 ‘컨셉’을 만들고 브랜드 ‘체험’을 관리하는 데 중요한 각각의 일곱 가지 요소를 설명하려 합니다.---프롤로그 ‘어떻게 소비자의 마음에 들어설 것인가’ 중에서
화장품 회사인 미국 레블론Revlon의 본사 입구에는 크게 다음 세 단어가 써 있다고 합니다. “We Sell ____ . ”빈칸에는 과연 뭐라고 쓰여 있을까요? Cosmetics라고는 안 쓰여 있겠죠. Beauty요? 네. 매우 그럴듯한 대답입니다. 여기서 미국 사람들의 속성을 한번 생각해보시죠. 미국 사람들은 별일도 아닌 것 갖고 소송을 걸곤 하잖아요. 만약 호박꽃 같은 여성이 ‘아하, 레블론이 아름다움을 파는구나…’ 하면서 얼굴에 발랐는데 장미꽃처럼 안 되면, 그걸 가지고 소송을 할지도 모릅니다. ‘아름다움’을 판다면서 왜 아름다워지지 않느냐고 소송을 걸면 큰일이니까요.
이 회사 입구에는 “We Sell Hope.”라고 쓰여 있답니다. ‘기대와 희망’을 판다는 얘기죠. 레블론에서는 판매원이 화장품이라는 ‘화학약품’을 판다고도 ‘아름다움’을 판다고도 생각지 않습니다. “이 제품으로 마사지하고 주무신 다음, 아침에 일어나보세요. 얼굴이 얼마나 매끈매끈하고 젊어 보이는지 아세요?”라며 ‘기대와 희망’을 팔지요. 이렇듯 사업의 본질을 고객 관점에서 규정해주면, 제품을 판매하는 직원들의 마음가짐부터 달라집니다.---‘업의 본질, 고객의 관점에서 바라보라’ 중에서
어느 광고대행사의 기획자에게서 들은 말입니다. 클라이언트(광고주) 기업의 사장이 외국에 출장갔다가 호텔 TV에서 우연히 본 광고가 좋았던 모양입니다. 그러더니 그 광고의 녹화 테이프를 대행사에 가져다주면서 자기 회사의 광고도 이것처럼 해달라고 부탁하더랍니다. 이렇게 전략은 잠시 잊어버리고 크리에이티브만 흉내 내려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봅니다. 그러다 보면 마케팅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게 되지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멋진 광고나 제품 디자인, 히트 친 모델 등은 사람들의 눈을 끄는 아름다운 꽃과 같습니다. 그런데 그 꽃이 아름답다고 똑같이 흉내내어 만들면, 그건 죽은 조화에 불과하겠죠. 꽃은 어디에서부터 생겨납니까? 보이지 않는 뿌리에서 생겨납니다. 꽃은 그 표현, 즉 크리에이티브입니다. 뿌리는 전략이고요. 사람들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했는지 하는 전략은 벤치마킹할 수 있어도 크리에이티브를 모방해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현대카드가 카드회사로서는 생각지 못했던 디자인이란 이슈를 들고 나오자, ‘디자인 경영’이란 이름 아래 많은 회사들이 모방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왜 그렇게 했을까?’에 대한 이해 없이 흉내만 내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가령 카드들을 왜 알파벳 숫자 컬러로 나눴을까에 대한 고민 없이 그들의 크리에이티브만 모방하려 드는 기업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꽃은 보이지 않는 뿌리에서 생겨난다’ 중에서
혹시 ‘사자’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십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자라고 하면 갈기를 휘날리며 사냥하는 모습을 먼저 떠올립니다. ‘독수리’라고 하면 언제나 힘차게 날아다니는 것을 연상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사자는 거의 하루 종일 잠을 잡니다. 깨어 있을 때조차 대부분 어슬렁거리다가 사냥할 때 잠깐 뛸 뿐입니다. 독수리도 날 때보다 앉아 있을 때가 훨씬 더 많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는 다릅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특징을 잡아 기억하기를 좋아합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강한 브랜드가 되려면 사람들의 머리에 간판 제품의 특징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그 간판 제품의 컨셉, 즉 홍보용 제품의 이미지로 그 브랜드를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오리온이 제과업체로서 굳게 뿌리를 내린 데는 초코파이의 공이 큽니다. ‘정情이미지의 후광으로 제품품목을 확장(brand extension)시켜 지금은 스낵류, 비스킷, 초콜릿, 캔디, 치클껌 등 다양한 품목들이 오리온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잘 팔려나갑니다.---‘햄버거로 유인하고 콜라를 판다’ 중에서
원츠를 자극하는 것이 꼭 비싼 명품에만 해당되는 건 아닙니다. 청심환 아시죠? 우황이나 산약 등 여러 한약재로 만든 환약으로 중풍이나 뇌졸중 등에 쓰는 위급약입니다. 어쩌다 한 번씩 먹는 약인데, 일 년 중 몇 월에 가장 ‘니즈’가 높을까요? 아주 추운 12월보다 추워지기 시작하는 11월에 그 수요가 많은 모양입니다만, 그러면 언제 가장 적게 팔리겠습니까? 아주 더운 8월 같은 때는 일사병 등으로 오히려 수요가 좀 있고요, 날이 따뜻해지는 5월에 수요가 가장 떨어집니다. 그러니 5월에 매출이 가장 적겠죠? 헌데 그렇지 않습니다. 월별로 따지면 5월에 매출이 가장 많답니다. 왜 그럴까요?
11월에 할아버지가 쓰러지시면, 손주가 약국에 뛰어가 기껏해야 한두 알 사옵니다. 그러나 당장 쓰일 일은 적지만, 5월에는 어버이날이나 스승의 날 선물로 사기 때문에 10개 묶음으로 포장된 걸 사갑니다. 기능만 생각하며 판매하려고 했을 땐 보이지 않던 시장이 생겨나는 겁니다.
이처럼 니즈에 국한되지 않고 원츠를 보면 새로운 시장이 보입니다. 이제 마케팅은 욕구를 자극할 아이디어를 찾는 아이디어 게임이라 볼 수 있습니다. 〈러브 액추얼리〉라는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관심 있는 여성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엇을 받고 싶은지 묻습니다. 그러자 그 여성이 이렇게 말합니다.
“필요한 것보다 제가 원하는 것으로 주세요.”
‘니즈’가 아니라 ‘원츠’가 이 시대의 가치임을 대변해주는 말이 아닐까요.---‘꼭 필요한 것만 사는 것은 아니다’ 중에서
디자인 마케팅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은 디자인을 마케팅에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죠. 디자인이 세계적인 핫 이슈가 되었던 2002년, 세계적 경제지〈포브스Forbes〉가 전 세계 럭셔리 브랜드luxury brands에 순위를 매긴 바 있습니다. 이 랭킹에 들기만 해도 대단한 거죠. 대부분 알 만한 명품들입니다. 20위의 아르마니부터 랑콤, 조니워커, 루이비통, 메르세데스 벤츠, 롤렉스, 샤넬 등….알려진 명품 브랜드는 다 있네요. 그런데 그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1위를 차지한 ‘앱솔루트 보드카’입니다. 사실 앱솔루트는 최상품도 아닙니다. 북유럽이나 러시아 사람들이 높게 평가하는 보드카는 따로 있습니다. 멋진 디자인의 병 모양이 독특하긴 합니다. 다른 술병처럼 종이 레이블을 붙인 게 아니라 브랜드를 양각으로 새긴 데다 병과 글자색의 조화도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술병의 독특한 디자인만으로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들을 제치고 1등을 한 건 아니겠죠.
이들은 독특한 병 디자인을 마케팅에 십분 활용했습니다. 병 모양을 패러디한 미술 시리즈(Absolut art campaign), 도시 시리즈(Absolut city campaign), 계절 시리즈(Absolut season campaign) 등의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의 흥미를 극도로 유발한 것이죠. 가령 도시 시리즈는 각 도시의 특징을 병 모양과 연결시킨 기발한 광고로 사람들의 흥미를 자아낸 것입니다. 앱솔루트 에든버러는 스코틀랜드의 고유의상을 활용한 광고인 것 같습니다. 암스테르담에 가면 안네 프랭크가 살던 집이 있는데, 이를 눈여겨보면 앱솔루트 병 모양처럼 보입니다. 로마의 경우 영화〈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유명한 스쿠터를 병 모양으로 재치 있게 표현했네요.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건축가 가우디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앱솔루트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건물벽화 모양으로 보드카 병을 그린 것이 눈에 띕니다.
---‘아름다움이 힘이니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