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버지께
여러 가지 괴로운 일들로 인한 소란이 이제 어느 정도 가라앉아, 아버지께 이 사건들의 전모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제 마음을 가라앉히는 동시에, 최근에 보낸 편지 두 통을 정성껏 쓰지 못하고 너무 서둘러 썼던 것에 대한 용서도 구할 겸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말입니다.
저를 비롯한 저희 수녀원의 모든 자매는 그 신참 수녀가 일으킨 공포로 정말이지 반쯤은 제 정신이 아니었답니다. 공포와 광기에 사로잡힌 이 수녀는 최근 두 번이나 자살 기도를 했답니다. 처음에는 바닥에 너무도 세게 부딪쳐 머리와 얼굴을 끔찍하게 일그러뜨렸고, 두 번째는 목에 두 번, 아랫배에 두 번, 그리고 나머지는 윗배에, 이렇게 모두 열 세 번이나 자해를 했답니다.
여기저기 찔려 피투성이가 된 그녀를 보고 저희가 얼마나 끔찍했을지 상상해 보세요, 아버지. 그러나 더더욱 놀란 것은 그렇게 심한 상처를 입은 사람이 커다랗게 고함을 쳐서 우리를 자신의 방으로 불러모으고, 고해 신부를 요청했으며, 고해 중에 우리의 눈을 피해 자신이 사용한 도구를 그 신부님께 건넸다는 점입니다(생각건대, 주머니칼이었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그녀는 실성한 동시에 교활한 것처럼 여겨지는데, 이 모순적인 상황에 대한 가능하고도 유일한 결론은 외과으의 말에 따르자면, 상처가 아주 치명적이어서 분명 죽었어야 하는데도 아직 그녀를 살려두신 주님의 신비한 판단에 맡겨 두어야 한다는 것 뿐입니다.
---p. 254-255
게다가 우르바누스가 갈릴레오의 평생의 업적을 얼마나 찬양했든, 과학적인 발견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에 대한 갈릴레오의 견해에 공감한 것도 아니었다. 갈릴레오는 자연은 성스러운 법칙을 따르며 그 법칙은 끈질긴 탐구자에게만 그 숨겨진 방식을 드러내 보인다고 믿은 반면, 우르바누스는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을 논리적인 일관성으로 한정짓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믿었다. 하느님의 작품인 자연의 모든 현상은 경탄할 만한 나름의 근거를 지니고 있으며 이것들은 갈릴레오처럼 재능 있는 영혼이라 할지라도, 당연히 인간이 지닌 상상의 한계를 넘는 것일 터였다.
--- p.3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