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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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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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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560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01077383
ISBN10 8901077388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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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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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이혜정
인하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연극 동아리 <영죽무대>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다. 프랑스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어학과정을 수료했고, 프랑스 르 아브르 대학에서 어학연수를 하였다. 현재 불어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13번째 사도의 편지》《갑옷 속의 비밀》《고독한 끌레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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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웅얼거림이 가까이에서 들려왔다. 소리는 4층에서 났다. 애너벨은 벽을 따라 걸었다. 문은 모두 검은 사각형 그림자를 만들며 닫혀 있었다. 문 뒤쪽에 남자가 무기를 들고 숨어 있을 수도 있었다. 애너벨은 밀랍 빛깔의 석회 벽에 등을 붙이고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하나씩 문을 열 때마다 식은땀이 흘렀고 반대편 벽에 남자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서리를 쳤다. 바로 코앞에서, 문지방 바로 앞에서 불쑥 얼굴을 맞닥뜨릴 것만 같았다. 외과용 메스를 든 그자는 공포에 사로잡혀 권총을 쓸 여력도 없고 갑자기 나타난 자신의 광기 어린 시선 앞에 겁을 먹고 있는 여자 경찰을 겁탈하려는 음란한 욕망을 품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머리 가죽을 벗기려는 무시무시한 생각까지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제발 딴 생각하지 마!’ 그녀는 스스로를 다잡았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라고!’
애너벨은 재빨리 뛰어올라 쫙 벌어진 구멍처럼 생긴 깜깜한 공간 앞을 서둘러 지나갔다. --- pp.65-66

“아주 간단해요. 10초만 생각해 보면 돼요. 그런데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 안쪽은 끔찍합니다.”
순식간에 역겨운 냄새가 퍼졌다. 향과 냄새 제거제, 그리고 시체 썩는 악취가 뒤섞인 냄새가 풍겨 나왔다. 세이어 같은 베테랑 형사는 시체 썩는 냄새를 금세 알아차렸다. 그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코를 막자 애너벨도 따라했다. 두 사람은 몸을 숙여 옷장을 지나 반대편으로 나왔다. 세이어는 지옥문을 지키는 케르베로스의 무시무시한 이빨에 물릴 각오를 하고 지옥의 복도를 지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상에서 악이 머무는 장소, 광기의 동굴을 발견했다. --- p.73

이제 살인자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브롤린이 경찰을 떠나면서 FBI와 포틀랜드 중앙 경찰청은 차례로 우수한 요원을 잃었다. 범인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것은, 소름끼치도록 놀라운 기교와 지식이 결합해야 가능하다. 범죄에 대해 깊이 빠져들어 머릿속이 그 생각으로 가득 차면 우선 살인자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조금씩 살인자에 대해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살인자의 성격과 그의 욕망, 그 욕망의 근원과 그가 느끼는 공포까지도.
브롤린은 깊이 빠지지 않기 위해 그의 심리 상태를 배제하고 사건을 들여다보았다. 범인을 파악하는 데에는 약간의 자료만 있어도 된다. 그보다 브롤린은 피해자들의 신상에 더 관심을 가졌다. 피해자 자체만 가지고도 살인의 단서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p.96

노파가 날카롭게 비웃었다.
“자넨 기적의 궁전에 대해 물어보러 왔잖아!”
“그게 뭔지 말씀해 주세요.”
매는 무거운 머리채에 두 손을 찔러 넣고, 머리채가 박쥐 날개처럼 팽팽하게 당겨질 때까지 두 팔을 들어올렸다. “죄악으로 물든 곳이야.”
노파가 팔을 좀 더 벌리자 머리카락이 부드러운 마찰음을 내며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온갖 죄악이 다 모이는 곳이지.” 노파가 말을 이었다. “그곳에 대해 들어본 적 없어? 온갖 천박한 인간이 모이고 온갖 사악함이 판을 치며 죄악에 물든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손에 넣을 수 있는 곳 말이야. 거기가 바로 기적의 궁전이야. 은밀하고 타락한 성소, 순결한 피를 먹고사는 사람들의 영역. 이 도시가 사악한 영혼들의 괴수라면 기적의 궁전은 그 심장이지. 악마 들린 사람들이 얻는 왕관이야.” 노파의 팔에 소름이 돋았다.
“제가 그곳에 대해 알아내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브롤린이 물었다.
애너벨이 고개를 흔들었다. “도시 괴담일 뿐인데…….”
“아니. 실제로 있어!” 매가 급히 애너벨의 말을 끊었다.
--- pp.388-389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뉴욕, 브루클린. 칠흑 같은 어둠 속, 머리 가죽이 벗겨진 여자가 도로 위를 발가벗고 숨가쁘게 도망친다. 가까스로 구출된 그녀의 이름은 훌리아, 몸에는 숫자 문신이 새겨져 있다. 67-3. 무엇을 의미하는 숫자일까? 뉴욕 경찰청(NYPD)은 훌리아의 머리 가죽을 벗긴 범인을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두 명의 여자를 더 찾아내고, 이 사건이 67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사람들의 실종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이에 특별수사팀이 구성되고, 개성이 강한 혼혈의 여형사 애너벨 오도넬이 함께 수사를 진행한다. 거기에 한 여대생의 실종사건 수사를 위해 포틀랜드에서 뉴욕까지 날아온 사립탐정 조슈아 브롤린이 합세한다. 이제 그들은 67명의 실종사건에 연루된 여러 가지 증거들을 하나씩 찾아나간다.
살인용의자의 집에서 발견된 의문의 라틴어 기도문, 오래된 흑백풍경이 담긴 엽서의 수수께끼, 고통과 두려움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찍은 실종자들의 사진, 시체는 거의 찾지 못한 기묘한 상황……. 그러나 수사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난관에 부딪히고, 결국 FBI가 개입하는 상황까지 치닫는다.
뉴욕의 어두운 심연에 드리운 악의 정체는 무엇인가? 묵시록 같이 음산하고 암울한 도시의 이면 속에서, 소설은 차마 상상할 수 없었던 잔혹하고 무시무시한 반전으로 치닫는다. 완벽한 시나리오, 매혹적인 과학수사기법과 법의학, 스피디하고 화려한 영화적 기법으로 완성된 《악의 심연》은 읽는 내내 독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과 공포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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