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패러다임이 달라지면 인구를 보는 관점도 바뀌어야 한다. 즉 14억 명에 이르는 중국 인구가 제조업 시대에는 풍부한 노동력이었다면, 서비스업 시대에는 거대한 구매력을 지닌 소비자로 변한다. 서비스업이 고용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10년에 2.6억 명이던 서비스업 취업자 수는 2015년에 3.3억 명으로 늘어나며 전체 취업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2.4%를 기록했다. 중국 GDP 성장률이 6%대로 떨어졌음에도 정부 목표치를 뛰어넘는 도시 신규 취업자 수를 기록한 것은 제조업보다 일자리 창출 능력이 월등히 높은 서비스업이 견고한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_ 35쪽, 〈뉴노멀 시대의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 중에서
지금 중국을 넘어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중국의 거대 ICT 기업은 거의 예외 없이 미국 ICT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모방한 기업들이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는 이베이를, 인터넷 검색엔진 업체인 바이두는 구글을, 동영상 플랫폼 업체인 유쿠는 유튜브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업체인 웨이보는 트위터의 비즈니스 모델을 거의 베끼다시피 했다. 또한 중국 ICT 기업들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중국 정부가 인터넷 검열 시스템인 만리방화벽을 통해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IT 기업의 진출을 막은 영향이 컸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중국 ICT 기업들은 선진국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들여와 국가의 보호 아래 사업을 확장해온 것이다.
_ 44-46쪽, 〈‘메이드 인 차이나’에서‘이노베이티드 차이나’로〉 중에서
일각에서는 중국 제조업 위기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 역시 보다 긴 호흡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세계 경기 둔화와 제조업체 간 경쟁 심화로 중국이 더 이상 저임금·저기술에 의존한 산업구조로는 버티기 힘든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이 이에 대해 손놓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중국 정부는 장기적으로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갖고 있다. 낙후되고 경쟁력이 없는 부문은 과감히 퇴출시키고, 선진국 수준의 스마트한 제조업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하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제조업이 산업 경쟁력의 근간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혁신을 통해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제조업의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내세우고 있는 계획이 다름 아닌 ‘중국제조 2025’다.
_ 85-86쪽, 〈중국 혁신의 원동력, 시장과 기업가 정신 그리고 국가〉 중에서
현재 중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도 중국 스타트업의 역동성과 혁신 역량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급부상하는 중국 기업들은 거대 국영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에서 출발한 경우가 상당수다. 중국의 산업 지형이 지금처럼 다채롭고 역동적인 성격을 갖게 된 것도 중국의 수많은 스타트업이 곳곳에 거미줄처럼 뻗어 있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와 인터넷 등 채널 혁신으로 시작된 중국 스타트업 비즈니스는 2010년 이후 핀테크, O2O, 차량공유 등 콘텐츠 다변화를 거쳐 이제는 인공지능, 가상현실, 증강현실,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최전선에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_ 95-96쪽, 〈모든 혁신은 스타트업에서 시작된다〉 중에서
중국 기업들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빠르게 시제품으로 만들어낸 뒤 시장의 반응을 측정해 다음 제품 개발에 반영하는 린 스타트업 전략을 선호한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잘못된 가정이나 예상을 밀어붙이기보다 그때그때 시장의 요구를 확인해 오류를 수정하는 실용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생각하기에 중국 기업들이 지시와 복종과 같은 사회주의 특유의 엄격한 위계질서로 운영되고 있을 것 같지만, 중국의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들의 의사결정 구조와 직장 문화의 현실은 정반대다. 젊은 경영진들이 주도적으로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 문화를 조성하고 실무 부서에 과감하게 권한과 책임을 위임한다. 이러한 기업 문화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업이 ‘대륙의 실력’ 샤오미다.
_ 127-129쪽, 〈중국 혁신의 성공 방정식〉 중에서
중국의 대형 ICT 기업들은 동남아 국가들을 교두보로 삼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이 동남아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선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과 유럽 시장은 이미 선점했지만, 동남아 시장은 아직까지 중국 기업의 먹거리가 풍부한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은 자국의 소득수준과 발전 단계가 유사한 동남아 소비자들에게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강점을 갖고 있다. 실제 중국의 스마트폰·가전 업체들은 자국에서 성공한 방식을 동남아 시장에 그대로 적용해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_ 141-142쪽, 〈세계로 뻗어나가는 중국 ICT 공룡들〉 중에서
중국에서 공유경제는 이미 중국인들의 일상 속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공유자동차와 공유자전거에서부터 공유우산, 공유충전기, 공유주택에 이르기까지 공유하는 품목들도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편리함과 가성비를 추구하는 바링허우(1980년대생)와 주링허우(1990년대생) 세대는 공유경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는 하루도 지내기 어려울 정도다. 공산주의의 21세기 버전인 공유경제가 중국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_ 149-150쪽, 〈중국 소비시장의 게임 체인저, 공유경제〉 중에서
중국 정부가 로봇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인구 위기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업이 밀집된 동남부 연안 지역에서 인력난이 심화하며 산업용 로봇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매년 1,000만 명씩 증가하던 생산가능인구가 저출산과 고령화의 여파로 2013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난 30년간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견인해온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노동인구가 감소하면서 중국 근로자들의 임금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잠재 노동인구가 감소하면서 근로자 임금이 상승하면 노동생산성이 저하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산업용 로봇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_ 198-200쪽, 〈미래 10년을 바꿀 중국 유망 산업〉 중에서
실제로 2017년 4월에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와 우리 주력 산업의 대응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석유화학, 철강, 가전 등 국내 주력 산업의 품질·기술 경쟁력이 5년 후면 중국에 거의 따라잡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현재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통신기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 부문에서도 중국의 기술력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한국 산업의 마지막 보루인 반도체의 경우 초고집적 반도체 기술에서만 2~3년 정도 여유가 있을 뿐 나머지 부문은 이미 상당 부분 좁혀졌다. 산업 현장에서 체감하는 양국 간 기술 격차는 이보다 훨씬 좁다는 점을 감안하면, 5년 후엔 상황이 역전되어 우리가 중국을 추격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_ 214-215쪽, 〈5년 뒤에는 우리가 중국을 추격해야 한다〉 중에서
중국의 성장동력 전환과 혁신 과정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기회 요인을 한국의 개혁 과제와 연결시킬 방법은 없을까? 분명한 것은 한국이 중국에서 쉽게 돈을 버는 시대는 끝났다는 점이다. 중국이 수출을 늘릴수록 한국의 대중 수출이 늘어나는 상생의 분업 구조는, 이제 한쪽이 이기면 다른 한쪽이 지는 제로섬 게임으로 바뀌었다.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더 이상 한국 기업에 손을 벌리지 않고도 스스로 중간재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다. 다만 중국의 기술 혁신과 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중국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즉, 중국의 산업 고도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아직 중국이 확보하지 못한 핵심 부품이나 설비를 찾아내 그 부분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_ 226-227쪽, 〈다시 중국 보너스 시대로〉 중에서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