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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당공부, 오래된 인문학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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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당공부, 오래된 인문학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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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3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350g | 145*216*20mm
ISBN13 9788990809629
ISBN10 8990809622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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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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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당’은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과거의 유산임에 틀림없습니다. 또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교육시스템에 비추어 보면 서당은 아무런 쓸모도 없어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방법이란 답답하기 짝이 없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굳이 ‘서당’을 이야기하는 까닭은 일종의 ‘애례존양’의 마음에서입니다. 이미 없어져버린 ‘서당’을 통해 그 안에 스며있는 소중한 가치를 음미하고, 그러한 가치를 통해 오늘 우리가 직면한 문제 상황에 새로운 해결의 단초를 찾아보고자 함입니다. 고대의 예가 곧 오늘의 문제 상황을 곧바로 해결해주지는 못하겠지만, 그 예에 담긴 진정한 의미 속에서 우리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발견할 수만 있다면 결코 희생되는 양 한 마리가 아깝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 p.9)

큰댁이 있는 순천에서 서당을 다녔던 형은 설날이 되어서야 서울 집으로 올라와 보름 남짓 지내다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오랜만에 한 번씩 보던 형과 줄곧 함께 지내면서 공부하게 된다는 사실에 저는 신났습니다. 그것이 엄마를 떠남으로써 얻게 되는 것이라는 사실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채 말입니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저는 학교가 아닌 서당을 선택했고, 서당은 그렇게 운명처럼 제게 다가왔습니다.
(/ p.34)

‘면추’라는 서당의 붓글씨 기준은 붓글씨가 반드시 예술의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그렇다고 해서 붓글씨는 아무렇게 써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예술의 경지는 아닐지라도 추해서 보기 싫을 정도는 아닌 글씨, 잘 쓰지는 못했어도 함부로 쓰지 않은 글씨, 그것은 곧 반듯한 글씨입니다. 한 획, 한 획, 정성껏 써내려가서 글씨를 쓰는 반듯한 정신이 담긴 글씨, 그것이 곧 서당의 ‘면추’가 지향하는 글씨입니다.
(/ pp.54~55)

우리가 글을 만날 때, 우리가 글을 읽어내야지, 글이 우리에게 맞출 수는 없는 법이지요. 특히 글이 먼저 있었고 문법은 그 글을 읽기 위해 고안된 틀에 불과합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문법으로 글이 이해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문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 글이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본다면, ‘같은 형태의 글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해석되어야 하는 곳에서는 이렇게 해석하고, 저렇게 해석되어야 하는 곳에서는 저렇게 해석하는 것’이 맞는 것이지요. 서당의 문리는 바로 그 결을 읽어내고 느낄 줄 아는 힘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얻기 위해 서당에서는 날마다 100번씩을 읽고 암송하고, 그 글들을 다시 ‘밑글’이라 부르며 또 암송하는 것입니다.
(/ pp.67~68)

날이 더운지 추운지도 모르고, 꽃이 피는지 지는지도 모른 채,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무엇인가를 하염없이 머릿속에 저장했지만 그 과정이 결코 행복하지는 않았습니다. 5년간의 입시준비 기간 동안 수없이 많은 것들을 암기했지만, 그중 어떤 것도 제 자신을 성찰하게 하거나 제 마음을 충만하게 해주는 것은 없었습니다. 저는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제 몸이 아팠던 것도 단순히 소음이나 공해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제 몸이 이런 방식의 공부를 견뎌내지 못해 아팠다는 것을 저는 대학에 들어와서야 알았습니다.
(/ p.118)

옛사람들은 사람의 모습을 한다고 해서 다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우리들이 사는 세상 역시 다 같은 세상이라 여기지 않았습니다. 사람도 사람다울 때 사람인 것이고, 세상도 세상다울 때 세상이라 보았습니다. 그 ‘~다움’의 내용, 즉 어떤 것을 어떤 것일 수 있도록 하는 길에 해당하는 것이 말하자면 ‘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존재로서 나에게 그 ‘도’는 무엇보다 절실한 것입니다. 그 ‘도’를 알고 그 ‘도’를 실천했을 때 비로소 나는 진정한 사람이 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소중한 ‘도’를 내게 전해줄 수 있는 분을 나는 스승으로 모시는 것입니다.
(/ p.158)

[논어]를 비롯한 동양의 많은 고전들은 대나무를 쪼개서 손질한 죽간(竹簡)에 기록되었습니다. 대나무를 죽간으로 만드는 데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 정작 죽간에는 많은 내용을 기록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당시 사람들은 기록하고 싶은 내용을 주절주절 소상하게 기록하지 못하고 핵심과 요점만 간추려서 그것도 압축적인 표현으로 기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치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이 자료를 저장할 공간이 부족할 때 파일을 압축해서 저장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논어]를 포함한 고대의 동양고전들을 일종의 압축파일이라고 한 것입니다.

저장 공간이 부족해서 파일을 압축하여 저장했다면, 그것을 다시 꺼내어 쓸 때는 파일을 풀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논어]를 포함한 고대의 동양고전들이 이미 기록하는 단계에서 핵심과 요점만 간추려서 압축적인 표현들로 기록해두었다면,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압축되어 있는 의미들을 푸는 것이 중요합니다.
(/ pp.195~196)

배움을 통해 앎을 얻고, 그 앎으로 인해 나의 관점과 사유가 성장하고, 그 결과 성숙한 인격을 가진 내가 됩니다. 이것을 하나의 흐름이라고 할 때, 이 흐름의 전개양상을 잘 살펴보십시오. 배움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나서 나의 인격을 성숙시키기까지 이 흐름은 온전히 내 안에서만 흐르고 있습니다. 나를 벗어나지 않고 내 안에서 나를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흐름입니다. 이것이 바로 ‘위기지학(爲己之學)’ 즉, ‘나를 위한 배움’입니다.
(/ pp.217~218)

‘남을 위한 배움’은 반드시 남의 평가에 의해서만 그 가치가 결정된다고 믿습니다. 바꿔 말하면,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해서 뛰어난 지식을 취득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알아주는 이가 없다면 그 배움은 가치가 없다고 믿는 것입니다. ...... 배움의 결과가 이렇게 귀결되고 만다면, 그에게 남는 것이라고는 불만과 노여움뿐일 것입니다. 이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자신을 포함해 세상 모두를 원망하며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품으로서의 자신의 지식을 ‘떨이’의 방식으로 파는 것입니다. 이 두 번째 방식이 바로 ‘곡학아세(曲學阿世)’입니다. 즉, 배움을 왜곡하고 세상에 아부하는 것입니다. 어떻게든 세상의 눈길을 끌어보겠다고 자신이 배운 학문의 본질 정신을 왜곡하는 것입니다. 그 어떤 방법이든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고 했던 배움은 남이 알아주지 않았을 때 자신도 파괴하고 세상도 병들게 합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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