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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름다운 약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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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름다운 약자들

: 약한 생물들은 어떻게 자연 속에서 살아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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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369g | 145*210*15mm
ISBN13 9791195434046
ISBN10 1195434049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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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타에게 쫓기는 가젤은 통통 튀는 듯 독특한 주법을 이용하며 지그재그로 뛰어 계속 방향을 바꾸며 도망친다. 그러다가 이따금 ‘퀵 턴’을 해서 대폭 방향 전환을 한다. 치타는 직선으로 달릴 때만 최고 속도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지그재그로 달리는 가젤을 달리기만으로는 따라잡을 수가 없다.
물론 지그재그로 달리거나 퀵 턴을 하다 보면 가젤도 자신의 최고 속도를 낼 수가 없다. 그러나 단순한 직선거리 경주에서 가젤이 치타를 이길 승산은 만에 하나도 없다. 도망치는 방향을 복잡하게 바꿈으로써 가젤은 치타를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 적을 자신의 페이스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강한 자는 단순하게, 약한 자는 복잡하게.’ 이것은 승부의 철칙이다.
--- p.42~43

흰 나방이 검은 나방으로 변한 것이 아니다. 회색가지나방은 주로 흰 개체를 낳지만 일정 비율로 검은 나방을 함께 낳는다. 검은색과 흰색을 늘 동시에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계에서 살아남기에는 흰 나방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흰 나방은 흰 나무 밑동에 앉아 있을 때 모습을 감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이것이 최선이라고 해서 흰 나방만 진화해 왔다면 공업화에 의해 환경이 변화했을 때 종 전체가 멸종해 버렸을 것이다.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항상 차선책을 마련하고 있는 생물의 습성이다. 자연계에서 검은 나방이라는 선택지는 생존에 불리하기 때문에 최선책이라고 할 수 없었다. 사람은 당장 필요하지 않을 때 굳이 차선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을 갖는 경우가 많다. 회색가지나방은 처음부터 두 가지 선택지를 준비했고, 쓸모가 없어 보이던 검은 나방의 존재는 공업화라는 예상외의 환경 변화를 극복하고 멸종을 막는 결과로 이어졌다.
--- p.61~62

생태적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몹시 뜨겁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약한 생물은 어떻게 이 퍼즐 조각을 확보해야 할까? 어떤 생물이든 생태적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1등이 되어야만 한다. 약한 생물은 생태적 지위를 원하는 만큼 차지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큰 조각을 채우려는 욕심을 버리고 작은 조각으로 끼어들 기회를 노려야 한다. (…) 고슴도치는 야행성일 뿐 아니라 다른 동물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땅속의 지렁이를 먹음으로써 자신의 생태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사바나에 살며 밤에 활동하고 지렁이를 먹는다는 ‘틈새’에서 고슴도치는 넘버원이자 온리 원,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이처럼 조건을 작고 좁게 세분화하면 제한된 생태적 지위 안에서 자기 자리를 거머쥘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 p.93~94

환경이 안정되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구성원들 사이의 경쟁이 심화된다. 경쟁이 심해지면 강자가 살아남고 강자에게 자리를 빼앗긴 약자는 멸망해 결과적으로 서식할 수 있는 생물의 수가 줄어든다.
일정 정도 교란이 지속되는 환경에서는 강한 생물이라 해서 꼭 경쟁에서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교란에 의해 환경이 변화하고 그 결과로 다양한 환경이 탄생하면 그 다양한 환경이 많은 생태적 지위를 창출한다. 그러면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는 생존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는 약한 생물들이 생존의 터전을 획득할 가능성이 커진다. 교란이 있는 환경에서 서식할 수 있는 생물의 종류가 더 많아지는 이유다. 다시 말해 이 그래프는 안정적인 환경보다 변화무쌍하고 불안정한 환경이 더 많은 약자에게 기회를 만들어 준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다.
--- p.110~111

시대를 불문하고 자연계에는 먹느냐 먹히느냐라는 엄격한 법칙이 존재해 왔다. 식물을 먹는 초식 공룡은 육식 공룡에게 잡아먹혔고, 그 육식 공룡을 다시 거대한 공룡이 잡아먹었다. 그런 살벌한 자연계에서 식물은 곤충, 새와 상부상조하는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먹히기만 하는 자신의 약자적 위치를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고도의 전술이다. 이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식물은 곤충에게 꽃가루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꿀이라는 매력적인 선물까지 얹어 주었다. 씨방을 먹히는 것을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씨방을 발달시켜 달콤한 과실로 만들었다. 그리고 작은 동물들이 더 많은 열매를 먹을 수 있도록 열매의 숫자를 늘렸다. 자신의 이익보다 상대의 이익을 먼저 챙겨 줌으로써 쌍방에 이익을 가져오는 우호 관계를 제안한 것이다.
--- p.180~181

생각해 보면 ‘인간이 늑대를 길들여 키웠다’라는 말에는 여러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개가 인간과 함께 살게 된 시기는 약 1만 5천 년 전, 구석기시대부터라고 추측되고 있다. 당시 인류에게 있어서 육식동물은 무시무시한 적이었다. 천적에 가까운 육식동물을 키워서 길들인다는 발상을 당시 인류가 할 수 있었을까? (……) 최근 연구에서는 인간이 개를 원한 것이 아니라 개가 인간을 필요로 해 다가왔을 것이라는 가설이 힘을 얻고 있다. 무리 안에서의 서열이 낮아 먹을 것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약한 늑대들이 인간들이 사는 곳에 다가와 음식 찌꺼기를 먹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위험한 맹수나 침입의 낌새를 인간보다 먼저 알아차리고 짖어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인간들이 피해를 입으면 자신들이 먹을 먹이도 줄어들므로 처음에는 자기 방어를 위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 p.199~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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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내용도 흥미롭지만 이 책이 다른 교양 과학서보다 더 큰 감동을 주는 이유는 책에 등장하는 동식물의 삶의 방식이 우리네 인생살이와 별다를 바가 없어서다. 갈기를 휘날리며 언덕에 서 있는 사자를 동경하는 사람들도 인간 사회에서는 사자보다 영양이나 가젤에 가까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배우는 좋은 방법이다.

서민(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기생충학과 교수, 『서민의 기생충 열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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