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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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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

수전 손택 저 / 이재원 역 | 이후 | 2004년 01월 0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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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4년 01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53쪽 | 553g | 153*224*20mm
ISBN13 9788988105726
ISBN10 898810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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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물어보는 연민의 한계, 양심의 명령들 그리고 전쟁의 본성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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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이재원
중앙대학교 대학원 영어영문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급진적 문화이론에 관심을 두고, 그 연장선상에서 번역에 힘쓰고 있다. 현재 <도서출판 이후>의 편집자로 일하고 있기도 하다. 지은 책으로 『래된 습관 복잡한 반성 1 2』(공저/이후 1997∼98), 『대학문화의 생성과 탈주』공저/문화과학사 1998)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속도와 정치』그린비 2004), 『은유로서의 질병』(이후 2003), 『불복종의 이유』(이후 2003), 『하이퍼텍스트 2.0: 현대 비평이론과 테크놀로지의 수렴』공역/문화과학사 2001), 『신좌파의 상상력: 전세계적 차원에서 본 1968년』공역/이후 199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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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가 시작될 무렵에는 원래 소름끼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을 사람들이 타고났다는 주장이 훨씬 더 쉽게 받아들여졌다. 에드먼드 버크는 사람들이 고통의 광경을 담은 이미지를 즐겨 본다고 주장했다. "내 확신에 따르면 사람들은 현실의 불행과 타인의 고통을 보면서 얼마간, 그것도 적지 않은 즐거움을 느낀다."라고 그는 『숭고한 것과 아름다운 것을 둘러싼 견해의 기원에 대한 철학적 탐구』(1757)에 적어 놓았다. "범상치 않고 통탄해 마지 못할 재앙의 광경만큼 사람들이 열심히 좇는 광경도 없다." 셰익스피어의 이아고, 그리고 무대에 올려진 악행의 매혹에 관해 쓴 어느 에세이에서 윌리엄 해즐릿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왜 끔찍하기 이를 데 없는 화재 사건이나 충격적인 살인 사건을 다룬 신문 기사를 늘 읽곤 하는가?" 그의 답변에 따르면 '불행에 대한 사랑', 잔악함에 대한 사랑은 연민만큼이나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성애적인 것을 다룬 위대한 이론가들 중 하나인 조르쥬 바타이유는 1905년 중국의 한 죄수가 "백 조각으로 찢겨 죽는 형벌"을 당하던 광경을 찍은 사진 한 장을, 매일 아무 때나 볼 수 있도록 자신의 책상 속에 평생 간직했다고 한다(거의 전설이 되어버린 이 사진은 1961년 바타이유가 살아 생전에 출판한 맨 마지막 책 『에로스의 눈물』에 실렸다.) 바타이유는 이렇게 적어 놓았다. "이 사진은 내 삶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황홀하기 그지없으면서도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이 이미지, 고통의 광경을 담은 이 이미지는 평생 나를 사로잡았다." 바타이유에 따르면, 이 이미지를 관조한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극복하는 일이자 금기시된 성애적 지식을 해방시키는 일이다(보통 사람들이라면 도저히 이런 복잡한 반응을 보일 수 없다).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이런 이미지를 참고 볼 수 없다. 분주히 휘둘러진 칼날에 의해서 이미 양쪽 팔이 모두 떨어져 나갔을 뿐만 아니라 온 몸의 가죽이 벗겨질 최종 단계에 놓인 산 제물의 이미지. 이 이미지는 그림이 아니라 사진이며, 신화 속의 마르시아스가 아니라 현실의 마르시아스를 보여주는 것이다. 사진 속의 이 희생자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의 성 세바스티안이 그랬듯이, 마치 황홀경에 빠진 듯이 고개를 위로 젖혀 눈을 치뜬 채 아직도 살아 있다. 관조의 대상이 되어버린다면, 이렇듯 잔악한 이미지들은 몇 가지 상이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게 된다. 나약함에 맞서 자신을 단련하기, 자신을 좀더 무감각한 사람으로 만들기, 도저히 구제 받지 못할 사람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같은 요구 말이다.
--- pp. 146∼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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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이 한국어판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사진 이미지를 다룬 책이라기보다는 전쟁을 다룬 책"이다. 그건 두 가지 의미에서 그렇다. 첫 번째로 현대전은 무기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가장 빠른 시간에 가장 대규모로 고통을 양산하는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포토저널리즘이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 진행 중이던 1940년대 초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이것이다). 즉, 전쟁이야말로 타인의 고통을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무대인 것이다. 그래서 손택은 이렇게 말한다. "사진 없는 전쟁, 즉 저 뛰어난 전쟁의 미학을 갖추지 않은 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

두 번째로 이 책은 9.11 세계무역센터 폭파 사건을 비롯해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 전쟁 전후의 현실 정세에 대한 '지적' 개입이기 때문이다. 손택은 부시 행정부가 주도하는 '테러리즘과의 전쟁'이 '공허한 은유'에 불과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정부가 암이나 빈곤이나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다면 그것은 곧 정부가 이 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협력을 요청하고 있는 중이라는 뜻이지만, 언제쯤 끝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전쟁인 테러리즘과의 전쟁을 선포한다면 "그것은 정부가 자기 맘대로 아무런 일이나 할 수 있도록 직접 자신을 허가한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라크 전쟁 종전 후의 현실은 손택의 염려대로 미국이 '제국화'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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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한국판은 타인의 고통을 담은 이미지들이 사용되는 방식과 의미는 물론이고 전쟁의 본성, 연민의 한계, 양심의 명령 등까지 살펴보려 했던 손택의 이런 의도를 충분히 살리고자 영어판과는 조금 다르게 편집했다.

- 한국어판 서문: 손택은 자기 글을 직접 소개하지 않는 작가로 유명하다. 실제로 손택은 (주로 참고문헌이나 원래 출처만을 밝히는) '감사의 글'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저서에 '서문'을 쓴 적이 없다. 그러나 한국어판에는 자신의 문제의식을 명확히 보여주는 서문을 써서 보내줬다. 직접 한국어판 서문을 보낸 이유는 출판사의 요청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9 11사건 직후부터 미국 사회에 불어닥친 반이성적 태도 때문에 자신의 주장이 왜곡된 경험을 겪은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 도판(총 48장): 『타인의 고통』 영어판에는 원래 도판이 실려 있지 않다(이미지를 다룬 또 다른 책 『사진에 관하여』에도 도판이 실려 있지 않다). 손택은 자신이 본문에서 언급한 이미지들이 서구에서는 너무나 유명한 것들이기에 굳이 싣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던 듯싶은데, 한국어판에서는 서구와는 문화적 풍토가 다른 국내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총 48장의 도판을 실었다.

- 네 편의 부록: 『타인의 고통』 한국어판에는 이 책이 발간되기 전에 손택이 여러 지면에 발표했던 기고문 (최근에 발표된 순서대로) [문학은 자유이다], [현실의 전투, 공허한 은유], [다같이 슬퍼하자, 그러나 다같이 바보가 되지는 말자], [우리가 코소보에 와 있는 이유] 네 편이 부록으로 실려 있다. 미국의 보수주의 교육단체 <미국 대학이사 동창회 협의회>가 "미국을 앞장서 비난하는 인사들" 중 한 명으로 손택을 지목하게 만들었던 이 기고문들은 이 책이 왜 현실에 대한 '지적 개입'일 수밖에 없는지 국내 독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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