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제품과 서비스들이 묻힌 공동묘지에는 사람들한테 이롭기 때문에 그들이 원해야 하지만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한 것들로 즐비하다. 반면에, 마케팅 명예의 전당에는 사람들이 이미 처리하려고 했지만 할 수 없었던 일들을 더 저렴하고 신속하게, 그리고 더 간편하고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도와준 히트상품들이 모셔져 있다. --- 1장「파괴적 기술과 사업 모델 혁신의 역할」 중에서
출판물이나 라디오, 텔레비전 같은 기존의 미디어는 환자가 의원을 직접 방문하는 일과 같다. 즉, 정보가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초기의 보건의료 웹사이트들은 기본적으로 정보 창고의 역할을 했으며 사용자들은 정보를 수동적으로 흡수할 뿐이었다. 그러나, 사회적 관계맺기 웹사이트들이나 최근의 "웹2.0" 서비스는 인터넷 초창기의 일방향 참고수단으로서의 역할 그 이상의 몫을 하고 있다. 심지어, 보건의료분야에서도 인터넷이 가진 이러한 관계맺기 능력과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의 힘은 그토록 환자들이 원하는, 개인별로 맞춤화된 보건의료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 2장「파괴적 혁신을 위한 기술적 촉진요인」 중에서
값비싼 의료기관들이 더 비용효율적이 되기를 기대하거나, 비싼 대가를 요하는 전문직들의 보수를 깎고 환자를 쥐어짜게 만드는 일은 결코 보건의료의 비용을 절감하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현실적인 수단이 될 수 없다. 비용절감과 접근성은 파괴적 혁신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그것은 더 저렴한 의료제공자가 더 저렴한 장소에서 기존과 동일한 혹은 더 나은 양질의 정교한 진료작업을 점차 더 많이 할 수 있게 만드는 데서 비롯된다. --- 3장「병원 사업 모델의 파괴적 혁신」 중에서
우리는 현재 대부분의 일차진료의사의 사업모델이 가진 가치제안을 이렇게 정의했다. "무슨 문제가 있든지, 이리로 가져오세요. 우리가 문제를 직접 해결하든지, 아니면 해결할 수 있는 누군가에게 보내드립니다." "환자를 위해 모든 것을 하겠다"는 식의 모델이 유효하려면,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우리가 받는 모든 진료가 끊김없이 일관되게 조정되도록 할 능력과 안목을 갖춘 일차진료의사가 필요하다. 일차진료의사가 우리가 받는 진료를 전체적으로 모니터링함으로써 서로 다른 의료공급자들의 틈바구니에서 우리가 헤매지 않게 한다. 또 여러 질병에 대한 치료를 서로 다른 의료기관과 전문의에게서 받더라도 모순이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줄 수 있다. 원래 의도한대로 시스템이 잘 작동한다면, 의사의 기억력과 진료실에 보관된 의무기록은 우리의 병력이 저장되는 곳이 된다. 그러나 우리들 대다수에게 있어, 이렇게 진료를 조정해줄 수 있는 의사가 있었던 행복한 시절은 이미 옛날이 된지 오래다. --- 4장「의사 진료 모델의 파괴적 혁신」 중에서
건강보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의료비 하면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재난성 질환으로 입원했을 때 치러야 하는 비싼 비용이 아니다. 그보다는, 급성 감염성 질환과 흔한 약물치료에 드는 일상적인 비용이다. 우리가 그런 사람들에게 고액공제 보험 적용을 강제하는 한편, 못사는 동네에 저렴한 리테일 의원retail clinics이 개설되는 것을 의사집단이 가로막게 한다면, 우리가 도우려는 사람들이 그들의 일상적인 건강복지에 필수적인 비재난성 의료에 접근할 수 없게 만드는 꼴이 된다. 뉴잉글랜드의학저널의 전(편집장 마르시아 안젤Marcia Angell 박사는 이러한 상황을 "보험적용은 되지만 의료를 이용할 수는 없는 상태coverage without care"라고 표현했다. --- 7장「 의료비 상환방식의 파괴적 혁신」 중에서
아마 대형 제약사들이 직면한 더 심각한 위협은 해서는 안될 전쟁에서 싸워 이기려고 한다는 점이다. 즉, 그들은 과거에 이익을 가져다 준 가치사슬 단계에서 승리를 거두려고 집착하는 반면, 미래에 만족스런 수익을 가져다 줄 가치사슬 영역에 대해서는 싸움을 피해 달아날 가능성이 크다. 치료제는 과거에 대부분의 돈을 벌어들였던 분야로, 대형 제약사들은 이 영역에서 승리하려고 싸울 것이다. 반면, 미래에 가장 만족스런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진단의약품 분야이다. 우리는 이러한 도전을 캐나다의 유명한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Wayne Gretzky의 표현을 빌어 "돈이 벌릴 곳을 향해 뛰어라skating to where the money will be"라고 부른다. 언젠가 '어떻게 그렇게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었냐'는 질문을 받은 그레츠키는 이렇게 답했다. "저는 아이스하키를 할 때 퍽puck이 있었던 자리가 아니라, 퍽이 갈 만한 곳을 향해 뛰었어요." 제약산업이 처한 것과 같은 파괴적 과도기에는, 산업 내의 대다수 기업들이 과거에 돈을 벌어들였던 가치사슬 지점을 향해 "뛰고" 투자를 한다. 역사를 통해 우리가 배운 교훈은, 그들이 거기에 도착했을 때쯤 돈은 이미 가치사슬의 다른 지?으로 옮겼?는 점이다. --- 8장「제약산업의 미래」 중에서
지난 10여 년 동안 매년 여름 하버드 의과대학에서는 엘리자베스 암스트롱Elizabeth Armstrong 교수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교수가 보건의료분야의 학계 지도자들과 의과대학의 학장들을 대상으로 하버드 메이시 연수원Harvard Macy Institute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다. 여기에 참여하는 대다수의 학장들은 처음 이 프로그램에 올 때까지만 해도 학생들이 흡수해야 할 지식이 점차 팽창하고 있어서 의과대학의 교과과정을 5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생각했다. 그러면 교수진은 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숙제를 낸다. "이 과정을 마칠 때까지 여러분은 4년이 아니라 3년 만에 학생들 간의 실력 차이는 크게 줄이면서도 더 나은 의사로 훈련시킬 수 있는 의학교과과정을 설계해야 합니다." 이 말을 듣는 수강자들은 대부분 불가능한 일이라고 코웃음치지만, 일단 그들에게 도요타의 실행규칙을 배우게 한다. 그렇게 과정이 끝날 무렵에 가서 보면 거의 예외 없이 그들은 도요타의 다섯 가지 규칙을 따름으로써 4년이 아니라 3년 만에 더 나은 의사로 훈련시키는 일이 실제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 10장「 의학교육의 미래」 중에서
보건의료분야에서 이와 같은 규제개혁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흔히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래요, 하지만 보건의료는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우리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맞는 말씀입니다만, 비행기는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가 아닙니까?" 실제로, 항공규제의 초점이 장비와 과정, 결과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조사한 안전운행의 실적을 살펴보면 테크놀로지가 조종사보다 더 우수한 안전성을 나타내고 있다. --- 11장「 규제개혁과 보건의료의 파괴적 혁신」중에서
침몰하는 타이타닉 호의 갑판에 어지럽게 흩어진 의자들의 줄을 맞춘다고 배가 가라앉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의자의 줄이 흐트러진 것이 근본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산업이 처한 위기도 이와 같아서 파괴적 혁신을 하지 않고서는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다. 민주주의라는 수단이 갖고 있는 맹점들이 규제를 책임지고 있는 주체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기 때문에, 현재 보건의료비를 지불하고 있는 고용주들과, 보건의료 제품을 만들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먼저 나서서 파괴적 혁신을 가능하게 할 규제변화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다만, 이와 같은 일을 할 때는 역사적으로 파괴적 규제개혁이 이루어진 방식대로, 즉 기존 규제가 미치지 못하는 곳이나 규제 대상이 되지 않는 곳에서부터 혁신을 시작하는 방식을 택해야한다. 기존에는 서로 독립적인 주체들 간에 이루어왔던 거래와 의사결정을 하나의 조직 내부에 흡수하는 일, 즉 이 책에서 말하는 ‘통합’이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며, 비소비를 상대로 경쟁하는 것 또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에필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