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지구를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우리 행성을 여기까지 오게 한 기나긴 역사 속으로 독자를 이끄는 초대장이자 40억 년에 걸쳐 이루어진 세계가 인간 활동을 통해 얼마나 심각하게 바뀌고 있는지를 인식하라는 권고, 그리하여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도 알아보자는 것이다.
--- p. 18-19
별빛의 시대가 시작되었을 때, 우주는 (주로) 수소 원자들이 퍼져 있는 차가운 곳이었다. 초기 별이 헬륨을 더 만들어내고 있었지만, 지구를 만드는 데 필요한 물질들은 거의 없었다. 우리 행성을 만드는 데 필요한 철, 규소, 산소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우리 몸을 이루는 탄소, 질소, 인 같은 원소들은? 이런 원소들은 모두 더 후대의 별에서 기원했다. 이 후대의 별들은 훗날 우리 행성을 이루게 될 원자들의 제조 공장이었다. 큰 별의 고온과 고압 속에서 가벼운 원소들은 융합하여 탄소, 산소, 규소, 칼슘이 되었고 철, 금, 우라늄 같은 무거운 원소들은 초신성이라는 거대한 별의 폭발로 생겼다. 우리가 거울 속에서 보는 얼굴은 길게 잡아 수십 년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얼굴은 수십억 년 전 고대의 별에서 생긴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
--- p. 26, 28
판구조는 행성 형성의 필연적인 결과가 아니다. 예를 들어, 화성에는 고대에 지각판 운동이 일어났다거나 지금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가 전혀 없으며, 금성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구에서는 일찌감치 판구조가 자리를 잡음으로써, 지표면을 조각하고 뒤에서 말할 지표면 환경을 유지하는 물리적 과정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구는 일반적인 행성 차원을 넘어 대양과 대기, 산맥, 화산을 갖춘 생명을 지탱할 수 있는 행성이 되었다.
[2장 물리적 지구: 행성 모양 빚기], p--- p.078-079
생명은 현대인의 눈으로 볼 때 지구임을 거의 알아보기 어려운 환경에서 출현했다. 물로 뒤덮여 있고 육지는 거의 없었으며, 대기에 이산화탄소가 많은 데 비해 산소는 거의 전혀 없었고, 수소를 비롯한 기체들이 여기저기 널리 퍼져 있는, 마치 온천처럼 부글거리며 솟아오르는 세계였다. 바로 이 세계가 생명을 벼려낸 모루였고, 그곳에 있었다면(산소통을 맨 채로) 발밑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은 초라했지만, 생명은 불어나고 다양해지면서 지구를 세균, 돌말, 세쿼이아, 우리로 가득 채웠다. 이 행성의 표면을 지금까지 계속 다듬고 또 다듬으면서 말이다.
--- p. 108
우리가 숨 쉬는 공기에 든 산소가 생명 활동을 통해 나온다는 것이다. 지구 대기에 산소를 불어 넣을 수 있는 과정은 오로지 산소를 생성하는 광합성뿐이다. 광합성은 물에서 전자를 추출하는데, 이때 부산물로 산소가 나온다. 지구 대산소화 사건(Great Oxygenation Event, GOE)은 대변혁이었고, 이 혁명을 일으킨 주인공은 바로 남세균이었다. 남세균은 산소성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세균이다. 이 점을 생각하면, 가능성 있는 단순한 해답이 저절로 떠오르게 된다. 남세균이 진화함으로써 GOE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아주 단순해 보이지만, 이 두 사건 중 한쪽은 지질학적인 것이고 다른 한쪽은 생태적인 것이기에 이야기는 사실상 더 복잡하다.
[4장 산소 지구: 호흡할 수 있는 공기의 기원], p--- p. 127-128
에디아카라기에 대규모로 산맥이 형성되면서, 바다로 흘러드는 영양소가 더 늘어났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 지금의 바다에서도 남세균은 영양소가 적은 곳에서 플랑크톤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영양소 농도가 더 높은 곳에서는 진핵생물인 조류가 주류를 차지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오늘날 주변에서 보는 양상은 에디아카라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시사한다. 영양소가 더 많아짐에 따라서, 조류가 다양하게 분화하면서 광합성을 더 많이 했을 것이다. 광합성이 늘어나고, 먹이와 산소가 더 많아짐에 따라서, 생명이 시작된 지 30억여 년이 지난 뒤에 세계는 크고 활발한 동물을 지탱할 수 있게 되었다.
--- p. 157
생명의 육지 정복은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흙(토양)은이 정착의 산물이다. 우리는 으레 흙이 지구의 표면이 물리적으로 변형된 형태라고 생각하곤 한다(흙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할 때). 그러나 아마도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일 흙도 물리적 과정과 생물학적 과정의 상호작용의 산물이다. 화학적 풍화뿐 아니라, 뿌리와 균류, 묻힌 식물 잔해와 지렁이도 흙의 형성에 많은 역할을 한다. 사실 흙 형성에 기여하는 주된 물리적 과정?화학적 풍화?도 지표면 속으로 뚫고 들어가면서 유기산을 분비하는 뿌리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따라서 육상 생태계가 발달할 때, 기름진 토양도 함께 발달했다
--- p. 184-185
잭 셉코스키는 화석 생물의 다양성을 시대별로 집계하기 시작했다. 그런 시도를 잭이 처음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놀라운 인내심과 집중력을 발휘하여 해양동물의 모든 목과 과, 더 나아가 속이 화석 기록에 언제 처음으로 나타나고 마지막으로 나타났는지를 상세히 조사하여 인상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었다. (잭은 종까지는 집계하지 않았다. 종 수준의 기록은 퇴적층의 많고 적음과 채집자의 습관에 따라 편향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서인데, 그 생각은 옳다) 잭의 자료는 생물학적 다양화가 결코 순탄하게 진행된 과정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동물의 다양성은 캄브리아기와 오르도비스기에 늘어났지만, 오르도비스기 말에 급감했다. 그 뒤에 다시 늘어났다가 데본기 말에 다시금 급감했고, 이 주기를 세 번 더 되풀이했다. 백악기 말의 대멸종도 그중 하나였다. 지구의 생물상은 지난 5억 년 동안 총 5차례 대멸종을 겪었고, 그보다 덜한 멸종 사건도 6번 일어났다.
--- p. 210
우리는 40억 년에 걸친 물리적 및 생물학적 유산 위에 서 있다. 우리는 삼엽충이 고대 해저를 기어 다녔던 곳, 공룡이 은행나무가 빽빽했던 언덕을 쿵쿵거리며 다녔던 곳, 매머드가 얼어붙은 평원을 돌아다녔던 곳을 걷고 있다. 예전에는 그들의 세계였지만, 지금은 우리의 세계다. 물론 우리와 공룡의 차이는 우리가 과거를 이해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물려받은 세계는 우리의 것임과 동시에 우리의 책임져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음에 어떻게 될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 p. 267-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