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흙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나 동물 있습니까? 나무도 풀도 흙에 뿌리를 박고 살지요. 심지어 물속의 고기도 흙이 없으면 못 살아요. 바닥에 흙이 없으면 물이 고여 있지 못하잖아요? 흙이 없으면 농부가 어디에 농사를 짓겠습니까? 손바닥이나 발바닥에 농사를 짓겠습니까? 흙 위에 공장도 세우고 집도 짓지요. 이렇게 소중한 흙을 저는 크림 바르듯 온몸에 자주 바른답니다. 조금 전에 쇠 말이 쇠 자랑을 했는데, 천만에요. 쇠붙이가 만들어지면서 날카로운 칼이나 무서운 총, 폭탄이 만들어져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까? 또 포수들이 쏜 총알에 우리들 동물 가족이 귀중한 목숨을 잃지 않았습니까? 쇠말의 제 자랑은 천부당만부당합니다."

어지럽혀진 세태를 비판하는 가슴 뜨끔한 이야기들

오랫동안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아이들과 함께 지내온 동화 작가 조평규 선생의 창작동화집『서서 자는 말』은 강한 주제 의식이 돋보이는 작품집입니다.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하는 요술 방망이 얘기보다는 현실성 있는 '참 얘기'를 들려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환경오염이나 물질 만능주의, 배타적 이기주의 등으로 어지럽혀져 있는 세태를 비판하여 도덕성 회복을 추구하고 있는 이야기들이 의인화된 동물이나 어른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인상 깊게 펼쳐집니다.

많은 사연을 간직한 흑백 사진과 같은 그림들

주제의식 강한 각각의 이야기들을 그 느낌과 사연까지 그대로 담아낸 듯한 이광익 씨의 그림은 작품의 깊이와 재미를 한껏 높여 줍니다. 온갖 이야기가 다 담겨 있는 한 장의 흑백사진을 보는 듯한 그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