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에게는 참 싫은 사람들이 많다. 우리 마누라 희정이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자기보다 예쁜 탤런트들을 모두 싫어한다. 그래서 희정이가 좋아하는 여자 탤런트는 거의 없다. 왕머리 신진택도 마치 해설자처럼 텔레비전에 사람들이 나올 때마다 꼭꼭 싫은 이유를 들어 채널을 바꾼다. 그래서 왕머리 신진택과 함께 텔레비전을 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마 왕머리 신진택은 자신이 텔레비전에 나와야 채널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게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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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설령, 온전히 마음을 보여 준다고 하더라도 보여진 대로 믿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서로의 마음을 완전히 알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좋지 않은면도 많겠지만, 적어도 오해 따위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이 독심술을 배우려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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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TV를 보면서 '이게 뭐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자신의 새끼 손가락을 자른 아버지를 처벌하지 말아 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보험 회사로부터 몇 푼의 돈을 타내기 위해 과감하게(?) 자신의 아이의 새끼 손가락을 잘랐고, 아이는 뉴스에 나와서 자신의 새끼 손가락을 자른 것을 아버지와 합의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병실에서 아버지가 처벌받지 말게 해달라는 부탁은 이미 아버지가 되어 있는 나를 충분히 비감하게 만들었다. 아버지가 자른 것은 아들의 새끼 손가락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는 이미, 아들이 아버지에게 가질 수 있는 추억을 잘랐고, 앞으로 더 커질 세상에 대한 사랑을 자른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배고프고 힘들고, 어렵다고 하더라도 아이들과 함께하며 아이들을 지켜주는 것은 정말 소중한 일이다. 그리고 꼭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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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쁜 나머지 엄마의 흰머리가 빨리빨리 또 자라나서 내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 줬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의 그 못된 바람 때문인지 지금 엄마는 머리에 흰머리가 가득하시다. 하지만 나는 지금 엄마의 흰머리로 용돈을 마련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제는 검은 머리보다 흰머리가 더 많기 때문에 뽑을 엄두를 안 내시기 때문이다. 나는 그제서야 예전에 내가 가졌던 생각들이 얼마나 어리석고 바보같은 것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나는 기도한다. 내 용돈이 줄어든다 해도 엄마의 검은 머리를 다시 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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