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프로그램 타이틀로서는 특별하다. 그동안의 프로그램 제작 관행으로는 선택하기 어려운 프로그램 이름이다. 그런데도 2008년 11월 처음 이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제작진은 여러 가지 아이디어 중에서 프로그램 타이틀로 「대한민국 길을 묻다」 가 가장 적합하다는 데 쉽게 의견을 모았다. 미국에서 진행되던 금융위기가 세계로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한국도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던 시기였다. 한국은 경제 펀터멘털이 튼튼하다고 믿었지만 세계로 확산되는 경제위기를 피해갈 수 없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동안 당연하다고 믿었던 상식은 흔들렸고 또 가능하다고 믿었던 미래상도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지금 이 세계는 무엇이 문제이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의 단초를 KBS는 「대한민국 길을 묻다」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찾아보기로 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시기에 한국 최고 석학들의 특강을 통해, 시청자가 한국사회와 자신의 삶을 성찰해 보고, 한국인의 잠재력을 재발견하며, 나아가 올바른 미래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했다. 실제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가장 치열하게 토론했던 점은 ‘어떤 출연자를 모실 것인가’였다. 거듭된 논의 결과 제작진은 3가지 출연자 선정기준을 정했다. 1. 우선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한 진단을 토대로, 정확한 대안적 관점을, 총체적 안목으로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을 찾기로 했다.2. 아울러 제시하는 관점이 최고의 전문성을 토대로 하면서도 3. 일생 동안 쌓아온 경륜이 뒷받침될 수 있는 인사를 초대하기로 했다.2009년 4월 19일 프로그램을 마무리할 때까지 모두 16분을 모셨다. 정치, 경제, 과학기술, 문화,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여러가지 제언을 했지만 분명한 접점이 있었다. 첫째, 한국은 그동안 앞선 나라들의 제품과 산업을 ‘신속하게 모방하여 추격하는 (Catch up) 전략’으로서 근대화를 성취했지만, 더 이상은 안 되며 지금 세계가 당면한 문제의 해결에 앞서 기여할 수 있어야만 선진국이 될 수 있다.둘째, ‘우리나라를 어떻게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출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의 현실을 토대로 우리를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셋째, 기존의 틀을 깨고 창의적인 사고를 해야 하며, 이제는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창의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넷째, 새로운 패러다임의 세계에 대응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구성원의 열정과 에너지를 한 곳으로 모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리더십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과거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 때보다도 세계와 한국, 현재와 미래를 읽는 안목을 넓히는 데 도움을 받았다. 아울러 출연자 한분 한분을 만나면서 그 분들이 자신의 삶과 사회를 대하는 치열함, 성실함, 겸손함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큰 보람이다. 『대한민국 길을 묻다』에 출연해 주셨던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리며, 이 책이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나아지도록 하는 데 다양한 영감과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으로 믿는다.
KBS 『대한민국, 길을 묻다』 프로듀서 김 현, 공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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