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하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남대문시장에 나가서 침낭부터 산 거였어요. 고객들에게 자세한 자료를 제시하려면 가방 하나로는 모자랐기 때문에 가방 두 개를 사서 양손에 하나씩 들고 다녔고요. 면도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제모 시술을 받았죠. 계산을 해보니까 면도하는 시간이 모이면 만만치가 않더라고요.
- p30, 제모 시술을 받은 이유
죽고 사는 문제도 심각했지만, 임파선에서 성대로 전이가 돼서 목소리를 잃을 수도 있었어요. 진짜 미칠 노릇이었죠. 목소리가 안 나오면 어떻게 보험을 팔겠어요. 성대 절반을 절개했는데도 다행히 목소리를 잃지 않았는데, 지금도 고음이 나오지 않아서 노래방에 가지 않습니다.
- p36, 죽을 뻔한 병에 걸린 뒤 인생을 재설계하다
어느 날 새벽에 갑자기 심경의 변화가 일어났어요. 신의 계시랄까, 종달새의 지저귐이랄까, 뭐라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제 귀에 쏙 꽂히는 거 있죠. 이장석이라는 친구가 나에게 은퇴를 권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스포츠라면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수단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p49, 마흔다섯 살 돈을 벌기 위한 삶을 종료하다
파레토의 법칙처럼 아주 거창한 법칙은 아니고요, 제가 보험 마케팅 과정에서 터득한 경험칙입니다. 나름 통계를 내보니까 가망 고객과 접촉해서 계약 성사까지 이르는 비율이 대략 5퍼센트 내외였다는 의미죠. 히어로즈에서 제가 목표로 한 것은 100개의 스폰서를 유치하는 것이었고, 그것을 달성하려면 그 20배인 2천 개의 기업과 접촉이 필요합니다.
- p58, 성공률은 단 5퍼센트
도지사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도지사님의 눈빛을 보니 마치 맑고 푸른 호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신뢰를 가지게 되었어요. ‘그래, 낮은 곳으로 임하자’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교보생명으로 이직할 때도 그랬고 히어로즈에 갈 때도 문제 해결자의 역할을 맡았잖아요. 이미 해본 일인데 한 번 더 해보는 게 뭐가 어렵겠어요. 저의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가고 싶었고, 어린 시절에 축구를 가장 좋아했던 추억도 있어서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p70, 한 번 더 낮은 곳으로 임하다
강원도에 18개 시·군이 있는데 마침 프로축구 경기의 엔트리가 18명이에요. 18명의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힘을 합쳐 승리를 위해 뛰는 것이 강원도 18개 시·군의 위대한 연합을 상징하는 의미가 있죠. 그것이 바로 강원FC의 창립 취지였습니다.
- p82, 상상 이상의 난맥상과 잃어버린 미션
부임하고 불과 8개월 만에 1부 리그(K리그 클래식) 승격을 해냈다고 생각하니 진짜 눈물이 나더라고요. 감독과 선수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보냈고, 저 역시 그런 과정에서 정말 행복했죠. 2부 리그에서 1부 리그로 승격을 했을 뿐이지만, 프로야구 단장 시절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을 때보다 훨씬 더 기뻤습니다.
- p109,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던 1부 승격
우리 어렸을 때 생각을 해봐요. 전자제품은 소니가 최고였고, 소니 워크맨이 선망의 대상이었잖아요. 그런 소니를 삼성전자가 잡을 것이라고 누가 상상을 했어요? 한국인들은 정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고,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현실로 만들어왔습니다. K리그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처럼 세계 일류 리그가 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나요?
- p119,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를 정조준하다
하하하, 이미 예상하고 있었죠.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두 가지 접근법이 있습니다. 첫째는 약점 보완이죠.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떻게든 약점인 수비력을 보완하려고 할 겁니다. 저는 다른 방식을 택했어요. 그 약점을 상쇄할 수 있는 강점을 만들려고 한 것이지요. 2골을 먹어야 한다면 3골을 넣으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 p136, 폭풍 영입
결과적으로 감독이 상상하지 못했던 수준의 선수 수급을 해준 것이죠.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감독은 소타나 아니면 잘해야 그랜저 수준의 차를 원하는데 구단 대표가 BMW와 벤츠를 비롯한 고급차들을 사다 안겨준 셈이거든요. 대화하다 보면 최윤겸 감독이 깜짝깜짝 놀라요. “진짜 BMW를 사주신다고요?”, “정말로 벤츠를요?”, “진짜 마세라티를요?”
- p144, 조태룡이 떠나면 강원FC는 빚더미에 올라앉는다?
사람들에게 뇌의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스포츠입니다. 하이파이브, 허깅, 샤우팅, 아이컨택,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우리는 행복을 느끼게 되는데, 일상생활에서는 그런 것들을 할 기회가 좀처럼 없잖아요. 스포츠에는 그런 요소들이 모두 녹아있단 말입니다. 사람들이 평소에는 억압받아서 분출할 수 없는 행복의 요소를 생산해서 파는 것이 제가 하는 일이에요.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같은 생각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분출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가치는 더욱 커지게 됩니다.
-p159, 스포츠는 어떻게 행복을 제조하는가?
그렇죠. 미술과 디자인 전문가, 카피라이터, 음악 전문가, 음향 전문가, 의상 전문가, 사각 프레임 제작에 필요한 기계를 잘 다룰 있는 사람 등 콘텐츠 제작 관련 전문가들이 필수적입니다. 그 외에도 선수들의 심리를 다룰 수 있는 심리치료 전문가, 전력 분석을 할 수 있는 통계 전문가와 비디오 분석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휘할 경영 전문가가 필요하죠.
- p166, 스포츠 산업에 필요한 인재의 유형
프로스포츠 구단은 지방자치단체를 대신해서 축제를 개최하는 존재입니다. 홈경기 수만 기준으로 해도 프로야구의 경우 연간 70회가 넘고 프로축구도 20회 안팎이거든요. 그 축제를 통해 행복과 즐거움의 가치를 지역사회에 제공하고 있고, 다른 축제와는 달리 현장에서만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중계를 통해서도 즐길 수 있단 말입니다. 지방자치단체는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할 의무가 있고, 가장 바람직한 대가 지불 방식은 바로 구단에 축제의 마당을 제공하는 것이죠. 그래서 구장을 구단에 장기임대하는 것이 당위성을 갖는 것입니다.
-p185, 프로스포츠 구단은 상설 축제 개최자
프로스포츠에서 생산자는 구단, 소비자는 팬, 유통자는 방송사를 비롯한 미디어입니다. 공중파방송과 케이블TV 외에도 다양한 온라인 매체가 등장하면서 유통자의 수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생산자의 가치도 따라서 증가해야 하는데 지금 한국의 현실은 정반대거든요. 이것은 제조공정을 뭔가 잘못 관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연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만들고 있는지, 포장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유통경로 관리를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에요. 흔히 한국 축구가 아시아 최고라고 말하는데, 과연 아시아 최고 수준에서 전달되고 있는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관점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고, 스포츠의 본질이 제조업이기 때문에 제조업의 관점에서 고찰해야 하죠.
-p201, 제조업의 관점에서 스포츠의 본질을 고찰하다
결과보다는 과정 하나하나를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고, 그러다 보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지 못하면 어쩌지”라고 애간장만 태우면 아무런 결과를 얻을 수 없어요. 결과에 매달려서 노심초사하며 살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서 암에 걸려 죽을 수도 있습니다. 저를 봐요. 그렇게 살다가 진짜 암에 걸려서 죽을 뻔했잖아요. 그 이후에는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과정을 즐기자는 쪽으로 인생의 태도가 바뀐 겁니다.
-p223, 결과보다는 과정이 우선
100건의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2,000명의 고객과 접촉해서 1,900번의 거절을 당해야 합니다. 보험왕 조태룡을 만든 것은 타고난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성공 건수의 19배에 해당하는 수많은 거절이었어요. 이미 다 이야기했지만 스포츠에 뛰어들어서도 수없이 터지고 깨지는 경험을 했고요. 저는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것입니다.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부딪히라고 젊은이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p247, 1,900번 실패해야 100번의 성공이 찾아온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