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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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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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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3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496g | 148*203*30mm
ISBN13 9791156756842
ISBN10 1156756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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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9년 동안 아무도 내가 깨어난 줄 몰랐다] 열두 살에 식물인간이 된 소년. 기적처럼 의식이 돌아왔지만 닫힌 몸에 갇혀 9년을 더 보냈다. 살아있음을 오직 자신만 아는 절대 고독의 상태로. 누구에게나 시련이 있지만 지금의 모습 그대로 행복하다는 그의 고백은, 삶의 진정한 의미를 묻고 현재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 문학MD 김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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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내가 빈껍데기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난 9년간 매일 여기에 앉아 〈바니와 친구들〉이나 〈라이언 킹〉을 바라만 봤다. 그리고 ‘세상에 이보다 더 심한 것은 없을 거야’라고 생각한 순간 텔레토비가 등장했다. --- p.14

아빠도 동생도 내가 이 순간들을 얼마나 잘 간직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6점이 나서 아빠가 환호할 때, 더 높은 점수를 올리지 못한 동생이 실망해서 눈썹을 찌푸릴 때, 나는 건네고 싶은 농담이나 함께 외치고 싶은 감탄사를 소리 없이 떠올린다. 적어도 그렇게 소중한 순간들만은 구경꾼으로 남아 있고 싶지 않다. --- p.19

내가 마침내 자신이 누구이며 어디에 있는지를 잊어버리자 말하기 능력도 감퇴되었다. 아픈 지 1년이 되었을 때 나는 병원 침대에 누워서 엄마에게 말했다. “언제 집에 가?” 이것이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 p.22

의료진은 매우 점잖으면서도 확고한 태도로 손을 뗐고, 부모님은 나의 죽음으로 모두 편안해지는 날을 기다리라는 말을 들었다. --- p.23

나는 사람들이 나를 애정 어린 손길로 만지지 않는 이유를 이해한다. 두려운 것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나 역시 조금 두렵다. --- p.77

나는 우리 가족이 나 때문에 이렇게 되었구나 싶어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모두 다 내 탓이었다. 내가 죽으면 다들 지금보다 행복해지겠지. 물론 아빠와 나는 결국 집으로 돌아왔고, 다툼이 끝난 후에 으레 찾아오던 차디찬 침묵에 우리는 다시 얼어붙었다. --- p.90

엄마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 있었다. “네가 죽었으면 좋겠어.” 엄마는 나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네가 죽어야 해.” 엄마가 그렇게 말한 순간 온 세상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나는 엄마가 고요한 방 안에 나를 남겨두고 나가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그날, 엄마가 바라는 대로 해주고 싶었다. 도무지 견딜 수가 없는 말을 듣고 있자니 이제 그만 삶을 내려놓고 싶었다. --- p.91

요양시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았더라면 결코 그런 말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의 말을 듣고 있자니 분노와 슬픔으로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부모님이 나를 지독히도 가기 싫은 곳으로 밀어 넣고 있어서 분노가 치밀었고, 엄마가 정말로 낯선 사람들이 나를 더 잘 돌볼 수 있으리라 믿는 듯하여 슬픔이 밀려왔다. 그냥 여기 엄마 곁에 머물고 싶다는 열망의 불꽃이 내 안에서 하얗게 타들어갔다. 다른 누구도 아닌 엄마와 함께 있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 p.115

돌봄시설을 떠나는 것은 인생의 분기점이다. 이제 다시 돌봄시설에 보내진다면 나는 죽을지도 모른다. 이따금씩, 오랜 시간을 보냈던 돌봄시설에 유령 소년의 그림자가 남아 있지는 않을까 생각하지만 이내 그런 생각을 떨쳐버린다. 이제 나에게는 미래가 있으니 지난 일을 더 이상 곱씹지 않을 작정이다. --- p.128

이른바 현실 세계를 헤쳐 나가려면 이리저리 이동하고, 문을 여닫고, 먹고, 마시고, 화장실에 갈 경우에도 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다. 무슨 일이든 혼자서는 할 수 없기 때문에 낯선 이가 문을 열어주려 하면 기꺼이 미소를 보내야만 하고, 누군가 계단 위로 끌어주겠다고 하면 설령 내키지 않는다 해도 기꺼이 도움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 p.142

나는 무엇보다 누구든 나를 좀 바라봐주길 바랐다. 나를 본다면 내 얼굴에 무엇이 쓰여 있는지 분명 볼 수 있지 않았을까? 거기엔 공포가 쓰여 있었다. 나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지도 알고 있었다. 나에게도 감정이 있었다. 나는 그저 유령 소년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바라봐주지 않았다. --- p.217

나는 손을 올려 화면에 나타난 조애나의 손 위로 포갠다. 얼마나 간절히 조애나를 가까이에서 느끼고 싶은지 모른다.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 그녀가 진심을 말하고 있음을 느낄 때 마음이 얼마나 벅차오르는지 모른다. --- p.270

처음 의사소통을 시작한 이후로 줄곧 일과 공부를 통해 나 자신을 정당화하려고 애써왔다. 그러나 정당화를 통해 뭔가를 보여줄 필요가 없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조애나이다. --- p.293

“당신이 왜 그렇게 항상 급히 먹고 마시는지 모르겠어요. 늘 뭔가에 쫓기는 사람 같아요.” 나는 잠시 그녀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나는 한 번도 천천히 먹거나 마신 적이 없었다. 나에게 먹고 마시는 일은 그저 에너지를 충전하는 작업, 최대한 빨리 해치워야 하는 행위였다. 그러지 않으면 식사하는 나를 거들기 위해 사람들이 소중한 시간을 더 많이 소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음식을 음미해볼 생각조차 한 적이 별로 없었다. --- p.314

기쁨이 밀물처럼 가슴속에 밀려들어온다. 우리는 춤을 추고 있다.
---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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