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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로에게 구원이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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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로에게 구원이었을 때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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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0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438g | 137*200*17mm
ISBN13 9788934980230
ISBN10 8934980230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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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육서울병원에서 일하던 스물아홉 살 이수련 간호사는 아흔넷의 코로나 확진자 박모 할머니와 사이좋게 마주 앉아 화투를 치고 있었다. 그녀 역시 방호복과 고글로 꽁꽁 무장한 채로. 무더위 속에 본인도 지치고 힘들었을 텐데 오랜 투병에 시달려온 치매 노인 환자를 위해 기꺼이 화투패를 집어든 것이다. 그 한 장의 사진이, 폭염과 역병에 지쳐 있던 국민들의 마음을 달랜 것은 당연지사였고 그 감동의 근저에는 휴머니즘이 깔려 있다. 휴머니즘은 이렇듯 당사자뿐 아니라 지켜보는 목격자들에게도 작은 ‘구원’의 손길이 된다.
--- p.7~8, 「들어가며」 중에서

2020년 3월 ‘N번방 사건’을 맡았던 재판부가 교체되는 일이 있었다. 과거 재판 사례에서 성인지 감수성 논란을 빚었던 판사에게 사건이 배당되었다며 4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넣었다. 국민이 직접 법관 교체를 요구한 것이다. 청와대에는 실질 권한이 없었지만 부담을 느낀 판사가 스스로 사임 의사를 밝혔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재판부를 형사20단독에서 형사22단독으로 재배당하였다.
흔치 않은 일이었고 순전히 민의의 힘으로 만들어낸 변화였다. ‘추적단 불꽃’이 ‘알리는’ 용기를 발휘하였다면 우리 국민들은 이를 ‘바꾸는’ 용기로 이어받은 것이다.
--- p.75, 「N번방, 알릴 용기」 중에서

무엇보다 그 모든 학대 사건에서 가해 부모에게 다시 돌아가야만 했던 아이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그 절망과 공포는 감히 상상하기도 무참하다. 세상에 아무도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막막함, 이 세상이 나를 완벽하게 등졌다는 고립감…… 그 고통을 끌어안고 집 안으로 돌아가면 아이를 기다리는 건 2차, 3차의 폭력이었을 것이다.
세상 모든 ‘정인이들’에게 이 사회는 두고두고 미안해해야만 한다.
--- p.104,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는 아이들」 중에서

가장 섬뜩한 경고는, 기온이 4도 오른 지구에서는 재난이 워낙 속출하다 보니 ‘재해가 곧 날씨(날씨가 곧 재해)’라는 도식이 형성될 거라는 예측이다. 월러스 웰즈는 지금의 우리가 일기예보를 통해 비나 눈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듯이, 2100년쯤이면 홍수, 산불, 우박, 허리케인, 토네이도 등의 재난을 일상으로 껴안고 살게 될 거라고 경고한다.
혹시 그 2100년이 너무 먼 미래이고 나와는 전혀 무관한 이야기라고 느껴진다면 생각을 고쳐먹어야 할 것이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이 채 여든 살이 되기 전, 다시 말해 우리의 아들딸 세대가 여전히 생존해 있을 때의 일일 테니 말이다(운이 좋으면 당신도 살아 있을 수 있다).
--- p.140, 「난리가 곧 일상」 중에서

2020년 4월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건설 공사장에서 초대형 화재가 났다. 노동자 서른여덟 명이 목숨을 잃었다. 공교롭게도 12년 전 같은 지역인 이천에서 발생했던 냉동창고 화재와 너무나도 비슷한 유형의 참사였다(그때에도 40명이나 사망자가 발생했다). 같은 패턴의 사고가 마치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된다는 것은 뭔가 구조적인 문제가 박혀 있다는 이야기이다. (…) 12년을 주기로 똑같은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은 12년 세월 동안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그러니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가 2주기 추모제 같은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탄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p.184~185, 「죽지 않을 권리」 중에서

나의 아버지가 갇힌 곳은 요양병원이다. 1939년 생인 아버지는 지난해 팔순을 넘겼지만 그 무렵의 가족모임을 끝으로 더 이상 식구들과 한자리에 모일 기회를 갖지 못했다. 여러 지병으로 2019년 초가을부터 요양원과 요양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는데 2주 전부터는 코로나19 때문에 면회마저 금지되어 가족으로부터 완전히 단절되었다. 최근 들어서는 섬망 증세와 욕창까지 심해졌다고 하는데 나는 아버지의 구체적인 병세를 눈으로 직접 살피지도 못하고 있다. 문밖의 바이러스가 당신을 좁은 병실 안에 꽁꽁 가두어버렸고, 나와 가족은 마음의 감옥에 갇혀버렸다. 형량은 현재로서는 무기이다. 그 끝이 언제일지를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
--- p.225, 「마음의 감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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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따뜻한 냉정』 『박주경의 치유의 말들』로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저자가 삶의 현장 체험을 생생하게 고백한 『우리가 서로에게 구원이었을 때』는 제목 자체만으로도 깊은 감동과 울림을 준다. 더 늦기 전에 무관심과 이기심의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사랑의 승리자가 되라고 조심스럽게 재촉하는 목소리에 나도 누군가의 구원자가 되고 싶은 선한 갈망을 선물 받은 느낌이다. 그동안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앞으로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할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 저자에게 고마운 마음 가득하다. 공동의 재난 앞에 적당히 포기하며 타성에 젖어 있던 나를 흔들어준 책, 사랑이 부족해서 무디어졌던 내 마음의 눈을 환히 밝혀준 이 책을 기쁘게 추천한다.
- 이해인 (수녀, 시인)
가끔 어른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좋은 어른의 이야기. 박주경 저자의 글은 좋은 어른의 이야기이다. 그는 “힘들었지요? 내가 위로해줄게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가 사는 이야기, 미처 내가 알지 못했던 세상의 이야기를. 그의 진실된 글을 읽다 보면 화려하지 않고 담담해서 또 무언가를 가르치려 주장하지 않아서 참 고요한 감동을 받는다.
- 선명 (스님, 『다음 생엔 엄마의 엄마로 태어날게』 저자)
기자, 앵커, 작가. 말과 글을 다루는 그의 역할은 시시때때로 달라지지만 일관된 고유의 색깔이 있다. 바로 ‘인간다움에 대한 이해’이다. 이 책에서 그는 여러 사건과 현상의 이면을 깊이 있는 시선으로 파헤친 후, 한발 더 나아가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인간애를 발견하고 희망을 전한다. 그래서 그의 말과 글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 어느 때보다 단절된 세상을 살아가는 이때, 박주경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냉소 대신 사람에 대한 믿음, 정의, 이웃에 대한 예의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의 시선이 귀하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 임현주 (아나운서, 『아낌없이 살아보는 중입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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