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주석의 친서
전 대통령은 김일성 주석의 특사 파견의 용단을 높이 평가하고 난 뒤 1984년 수재 물자 지원에 감사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허담 특사는 김일성 주석의 친서를 낭독한 후 전달했다. 친서는 허담 특사에 대한 소개와 김 주석이 특사를 신임한다는 내용과 특사가 서울 방문의 목적을 성취하기를 바란다는 희망, 그리고 전두환 대통령의 평양 방문 영단을 높이 평가한다며 평양 방문을 초청하는 내용이었다.
허담 특사는 친서를 전달한 후 통일 문제와 정상 회담에 관한 ‘김일성 주선의 견해’를 전달했다. 김 주석의 견해는 장문의 유인물로, 허담 특사가 이를 두 손으로 받쳐들고 낭독하기 시작했다.
김일성 주석은 통일 문제와 관련하여 “한반도의 분단은 열강의 세력 각축 때문이며 자주적인 조국 통일의 실현을 위해 긴장 상태 완화 및 전쟁 위험 억제가가 당면 과제이고, 분열은 예속과 망국의 길이며 통일만이 독립, 평화, 번영의 길”이라고 했다.
--- p.170 '김일성 주석의 친서' 중에서
김 주석의 친서에 대한 전 대통령의 대답
우선 전 대통령은 허담 특사가 낭독한 ‘김 주석 견해’의 내용은 그 하나하나가 자신의 생각과 거의 동일하다면서 “김 주석께서는 공개적으로 말씀이 계셨지만, 40년 전에는 민족해방운동으로 그리고 평생을 조국과 민족을 위해 애써오신 충정이 넘치는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전 대통령은 정상 회담의 의미를 세 가지로 정리해 설명했다. 첫째, 긴장 완화와 동족 간의 전쟁 억지, 둘째, 남북간의 신뢰 회복, 그리고 셋째, 국제사회에서의 과다 경쟁 지양 등의 문제를 정상 회담에서의 논의 하고 싶다며, 그러나 의제를 내놓고 하는 것보다는 남북 간의 공동 관심사를 비롯하여 남북한 주변 정세를 포함해 국제 정세에 대한 충분한 상호 의견 교환이 진정한 정상 회담의 의의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어 전 대통령은 “40년 만에 정상이 만난다는 것, 이건 우리 민족과 전 세계에 우리 민족의 위대성을 보여줄 수 있고 또 우리 민족에게 희망과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며 정상 회담 개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 p.171~172 '김 주석의 친서에 대한 전 대통령의 대답' 중에서
“두렵고 겸허한 마음으로, 개인적으로는 마이너스일 수 있지만 역사를 위한 바른 기록을 위해서라도 진실된 증언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집필하게 되었다. 권력핵심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일들은 명예나 체면과 관련되어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은 지금도 생존해 있다. 그러다 보니 이 책으로 인해 섭섭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소중한 사람들과 멀어지거나 송사(訟事)에 휘말릴 수도 있다.
하지만 바른 역사를 위해, 또 앞으로 나라 운영을 담당할 공직자를 위해, 경제·사회·문화 각 분야를 이끌고 나갈 진정한 리더를 위해, 미래의 꿈을 가꾸어가는 젊은이를 위해 내가 어려움을 겪더라도 국민의 알 권리에 부응하고 역사를 위한 바른 기록을 남기기 위하여 감연히 펜을 들었다.
아픈 역사도 자랑스러운 역사도 모두 우리의 역사다. 오늘 우리사회는 담담하게 바라보아야 할 우리의 지난 역사를 너무들 자의적으로 또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휘젓고 있다. 그런다고 그 역사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 순간 해석을 달리 할 뿐이다.
지금 나는 한 시대의 한 쪽의 사초(史草)를 남기고자 한다. 그 진정한 해석과 평가는 당사자들이 다 사라지고 난 후에 그리고 그로 인한 결과들이 모두 드러나고 난 다음에 후세의 역사가들이 해야 할 몫이다. 그러나 현장의 살아 숨 쉬는 사실들을 직접 경험한 누군가가 진실 그대로를 정리하여 기록으로 남겨 놓아야 하지 않을까.
오늘의 국가운영의 주역들이 균형감 있는 역사관에 바탕 하여 겸허한 마음과 절제된 자세로 국가경영에 임해주기를 바라면서 이 책이 그런 마음을 갖도록 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산업화시대를 꾸려왔던 그 시대의 주역들이 있는 그대로 평가되는데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저자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