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여섯 번째 밤

어제 새벽 무렵이었어. 어느 대도시의 굴뚝들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아직 연기가 솟아오르기 전이었지. 그런데 갑자기 조그만 머리가 굴뚝 하나에서 쏙 빠져 나오는 게 아니겠니? 이내 윗몸이 빠져 나오더니 두 팔을 굴뚝에 얹어 놓는 것이었어.

'만세!'

어린 굴뚝 청소부였단다. 오늘 난생 처음으로 굴뚝 맨꼭대기로 기어올라가 머리를 내놓고 만세를 부르는 거였지.

'만세!'

그래, 맞아. 좁다란 관이나 자그마한 굴뚝 속을 기어 다니는 것과는 확실히 달랐던 거야. 공기는 너무나 신선했고, 시가지 전체뿐만이 아니라 저 멀리 푸른 숲까지 눈에 들어왔으니까. 해님이 떠오르려 하고 있었지. 햇살을 받은 아이의 얼굴은 기쁨으로 빛나고 있었지. 검댕이 묻어 시커먼 얼굴이었지만 말이야.

'시 전체가 날 볼 수 있겠구나!' 아이는 소리쳤지.

'달님도 해님도 날 볼 수 있어! 만세!' 아이는 빗자루를 머리 위로 올리고 흔들어댔지.

그 집에는 할머니 한 분이 어린 손녀딸과 함께 살고 있어. 이제는 이들이 황궁의 주인이 되어 관광객들에게 이 곳을 안내해 주고 있는 거야. 황제의 훌륭한 알현실이 있던 자리에는 벌거벗은 듯 초라한 벽 하나만이 남겨져 있고, 옥좌가 있던 자리는 사이프러스 나무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을 뿐이지. 깨진 바닥 위로는 흙이 서너 자 높이로 쌓여있었고 말이야.

오늘저녁도 평소처럼 아주 고요했고, 저 아래로 할머니의 어린 손녀딸은 내 환한 달빛을 받으며 걸어가고 있었어. 흙으로 빚어 만든 아주 오래된 물동이를 머리 위에 이고 가는 그애의 발은 맨발이었고, 짧아진 치마와 자그만 소매는 몹시 닳아 있었지. 난 그 아이의 곱고 둥근 어깨와 검은 눈, 또 윤기 흐르느 진한 빛깔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춰 주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