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듀어런스 호가 침몰되는 상황보다 더 암담한 상황을 상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섀클턴과 그의 대원들은 그 배가 수백만 톤의 무자비한 얼음에 의해 서서히 침몰해 갈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픔을 느꼈다. 그들은 오랫동안 자신들의 거처였던 그 배가 며칠 동안 서서히 조각조각 부서지며 침몰해 가는 모습을 고통스럽게 지켜보며 한없는 무력감을 느꼈다.

움직이는 기뢰 같은 얼음 덩어리, 강풍, 끝없는 바다. 이 모든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배를 타고 있을 때는 비교적 예측 가능한 항로를 따라 움직일 수 있었다. 그리고 따뜻한 음식과 익숙한 환경이 주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안전을 보장해 주었던, 낯익은 세계가 이제 물속으로 사라지고 그들은 눈과 얼음 위에 내팽개쳐진 것이다.

인듀어런스 호의 침몰과 함께 섀클턴의 남극대륙 횡단의 꿈도 물거품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단순한 실패 이상의 것에 직면했다. 1916년 2월까지도 세상 사람들은 섀클턴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사실 그를 구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러한 혹독한 시련에 직면한 섀클턴은 자신의 장기적 목표를 남극대륙의 횡단에서 대원들 전원을 살아서 데리고 돌아간다는 목표로 신속하게 전환했다. 그는 자신의 힘을 재정비하며 이렇게 적었다. "인간은 새로운 목표에 자신을 적응시켜야 한다. 과거의 목표는 사라졌다." 구조될 가망도 없고, 생존 가능성도 희박한 현실에 당면한 그는 대원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자, 이제 집으로 돌아간다."

섀클턴은 이처럼 견디기 힘든 역경 속에서 어떻게 그와 같은 불굴의 의지를 발휘할 수 있었을까? 그 역시 분명 자신의 능력이나 희망을 100% 확신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일기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전대원을 전초기지까지 무사히 인도하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한다." 리더로서 자신의 책임을 분명하게 인식한 섀클턴은 자신의 원래 목표를 포기하고 중심을 옮겨 전적으로 이 새로운 사명을 위해 온 힘을 기울였다. 그는 자신의 강한 확신과 의지로 대원들에게 새로운 목표, 즉 단 한 명도 낙오되지 않고 무사 귀환한다는 목표에 대한 강한 신념을 주입시켰다.

지금 미국과 유럽 CEO들 사이에선 영국의 탐험가 "섀클턴 신드롬"이 일고 있다. 단 몇 초 만에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인간 복제가 가능한 초과학의 인터넷 시대에 100여 년 전의 남극 탐험가 섀클턴에게 이토록 주목하는 것일까? 영국 출신의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은 1914년 남극 탐험 중 배가 난파된 뒤 악전고투 끝에 27명의 대원 모두를 637일 만에 기적적으로 구해낸 전설적 인물이다. "신 다음으로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가 경기 침체와 맞물려 주가 폭락, 수익 악화 등으로 역경에 처한 미국과 유럽 기업들에게 이 어려운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리더십의 본보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br/><br/>섀클턴의 서바이벌 리더십은 현재 미국 사회에서는 물론 군대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국방부에서는 최근 간부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열고 섀클턴의 리더십을 배우도록 했다. 이 책『섀클턴의 서바이벌 리더십』은 1914년 12월 5일 27명의 대원들을 이끌고 남극대륙 횡단에 나섰던 섀클턴의 탁월한 모험담을 비즈니스의 렌즈로 걸러, 위대한 리더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10가지 교훈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강력한 교훈들은 기업의 생존 투쟁 사례, 행동원칙의 현대적 비즈니스 전략들을 실행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가이드라인과 함께 개인과 조직의 성과에 있어서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br/><br/>1914년 12월 5일 어니스트 섀클턴 경이 이끄는 남극대륙 횡단 탐험대가 남빙양에 있는 사우스조지아 섬에서 돛을 올렸다. 이 탐험대의 목적은 최초로 남극대륙을 육로로 횡단하는 것이었다. 1913년 8월 3일 빌흐잘무르 스테팬슨이 이끄는 캐나다 탐험대는 캐나다 최북단 해안과 북극점 사이에 있는 얼어붙은 북극지역을 탐험하기 위하여 출발하였다. 공교롭게도 북쪽의 탐험선 칼럭 호와 남쪽의 탐험선 인듀어런스 호 모두 단단한 빙벽에 둘러싸이고 말았다. 그리고 빙벽에 갇힌 두 배의 승무원들은 곧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에 직면했다.<br/><br/>그러나 두 탐험의 결과는 그들이 탐험하려고 했던 양극만큼이나 달랐다. 북쪽의 칼럭 호 승무원들은 고립되었던 수 개월 만에 완전히 이기적인 전혀 딴 사람들로 변해 버렸다. 거짓말하고, 속이고, 도둑질하는 일들이 일상적 행위가 되어 버렸다. 팀의 붕괴는 결국 비극적 결과를 초래해, 11명의 승무원들이 북극의 황무지에서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남쪽 인듀어런스 호의 경우는 완전히 달랐다. 섀클턴의 탐험대 역시 똑같은 상황에 직면했다. 얼음에 둘러싸여 추위에 떨며 식량과 보급품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었다. 그러나 이 지옥과 같은 상황에 직면한 그의 대원들이 보여준 행동은 거의 모든 면에서 칼럭 호 승무원들의 행동과 정반대였다. 거기에는 거짓말, 속임수, 약육강식의 이기심 대신 팀워크, 희생정신, 그리고 서로에 대한 격려가 있었다. 그들은 결국 전원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다.<br/><br/>이렇듯 두 탐험대가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한 이유는 뭘까? 그것은 바로 리더십의 차이였다. 탐험대원들이 처했던 처절한 생과 사의 갈림길은 첨예한 경쟁과 급격한 변화, 혁신에 대한 끊임없는 요구에 의해, 심지어는 번영하는 기업들조차 치열한 생존 경쟁의 상황으로 밀어넣고 있는 오늘의 비즈니스 세계와 너무도 닮아 있다. 지금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선 바로 극한 상황을 극복해 나간 섀클턴의 서바이벌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다.